34. 아버지의 세초된 작품들에 대한 아쉬움
연암에 대한 세간의 평과 실질적인 모습
先君自少時, 頗有文酒跌蕩之事. 人或以喜繁華厭拘檢目之. 然天稟實澹泊於物, 最喜閑居靜坐, 究觀理致.
관조를 즐겨 수많은 작품을 남기다
其在燕峽也, 終日不下堂, 或遇物注目, 瞪默不言者移時. 嘗言: “雖物之至微, 如艸卉禽蟲, 皆有至境, 可見造物自然之玅.”
毎臨溪坐石, 微吟緩步, 忽嗒然若忘也. 時有玅契, 必援筆箚記, 細書片紙, 充溢篋箱. 遂藏之溪堂, 曰: “他日更加攷檢, 有條貫然後可以成書.”
그 많던 작품들이 세초된 내역
後棄官入峽, 出而視之, 眼昏已甚, 不能察細字. 乃悵然發歎曰: “惜乎! 宦遊十數年, 便失一部佳書.”
已而又曰: “終歸無用, 徒亂人意.” 遂令洗草溪下.
嗟乎! 不肖輩, 時未侍側, 遂失檢拾焉.
해석
연암에 대한 세간의 평과 실질적인 모습
先君自少時, 頗有文酒跌蕩之事.
아버지는 젊었을 때부터 매우 글 짓고 술 마시며 질탕하게 노는 일이 많았다.
人或以喜繁華厭拘檢目之.
그러자 사람들이 간혹 번화함을 좋아하고 구속되길 싫어한다고 지적하곤 했다.
然天稟實澹泊於物,
그러나 선천적인 자질은 사물에 욕심이 없이
最喜閑居靜坐, 究觀理致.
한가롭게 머물고 고요히 앉아 이치의 극치를 연구하며 보는 걸 가장 좋아했다.
관조를 즐겨 수많은 작품을 남기다
其在燕峽也, 終日不下堂,
연암협에 은거할 때에 종일토록 당에서 내려오지 않고,
或遇物注目, 瞪默不言者移時.
간혹 외물을 만나면 주시하며 묵묵히 아무 말도 없이 시간을 보내던 때도 있었다.
嘗言: “雖物之至微,
그러면서 일찍이 말씀하셨다. “비록 외물의 지극히 은미한 것,
如艸卉禽蟲, 皆有至境,
예를 들면 풀과 짐승과 벌레들은 모두 지극한 경지가 있으니
可見造物自然之玅.”
만들어진 자연스런 오묘함을 볼 수가 있다.”
毎臨溪坐石, 微吟緩步,
매번 시냇가에 가서 돌에 앉아 작은 소리로 읊조리고 천천히 걷다가,
忽嗒然若忘也.
갑자기 멍한 듯이 자신을 잊은 듯하기도 했다.
時有玅契, 必援筆箚記,
때때로 오묘한 깨달음이 있으면 반드시 붓을 들고 수시로 기록하는데,
細書片紙, 充溢篋箱.
자잘한 종이에 작은 글씨로 쓴 것이 상자에 가득 찰 정도였다.
遂藏之溪堂, 曰:
마침내 시냇가에 있던 집에 간수하시며 말씀하셨다.
“他日更加攷檢, 有條貫然後可以成書.”
“훗날 다시 살펴보고 점검하여 조리를 정한 다음에 책을 만들 것이다.”
그 많던 작품들이 세초된 내역
훗날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연암협으로 돌아와 나가 상자를 보았지만,
眼昏已甚, 不能察細字.
눈이 어두워진 지 이미 오래여서 작은 글씨를 볼 수가 없었다.
乃悵然發歎曰:
곧 슬퍼하며 탄식하고서 말씀하셨다.
“惜乎! 宦遊十數年, 便失一部佳書.”
“아! 벼슬한 지 십 수 년째에 곧 한 권의 좋은 책을 잃어버렸구나.”
已而又曰: “終歸無用,
이윽고 또한 “마침내 무용한 데로 돌아갔으니,
徒亂人意.”
다만 사람의 뜻을 어지럽히리라.”라고 말씀하고서,
遂令洗草溪下.
마침내 시냇가에서 세초하도록 했다.
嗟乎! 不肖輩, 時未侍側,
아! 불초한 우리들이 그 당시엔 곁에서 모시지 않아
遂失檢拾焉.
마침내 살펴보며 수습하질 못했다.
인용
- 1801년 양양부사를 마지막으로 연암협으로 돌아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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