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의 이야기
협객편(俠客篇)①
정두경(鄭斗卿)
長安年少氣蓋雲 腰間寶刀七星文
結交漢代靑雲士 長揖秦時滄海君
秦時漢代多雄俠 意氣相傾搖五岳
白晝殺人人莫當 避仇藏名燕市傍
獵罷寧論灞陵尉 興來每携邯鄲娼
邯鄲娼女顏如玉 酒酣悲歌更擊筑
黃金豈是能守物 匕首元因我輩設
平生不讀一字書 門外猶多長者車
夜深月明車馬散 堂上燭滅留專諸
해석
長安年少氣蓋雲 장안년소기개운 |
장안의 소년은 기가 하늘을 덮고 |
腰間寶刀七星文 요간보도칠성문 |
허리 사이에 찬 보검은 칠성 무늬네. |
結交漢代靑雲士 결교한대청운사 |
한나라 때엔 청운의 선비들과 교제하고 |
長揖秦時滄海君 장읍진시창해군 |
진나라 때엔 창해군【창해군(滄海君): 동이(東夷)의 군장(君長)으로, 의기(義氣)가 있었던 인물이다. 『사기(史記)』 권54 「유후세가(留侯世家)」에 “장량(張良)이 한(韓)을 위해 원수를 갚으려고 동쪽으로 와서 창해군을 보고 역사(力士)를 얻었다.”라고 하였는데, 그 주(註)에 이르기를 “창해군은 동이의 군장이다.”라고 하였다.】에게 길게 읍했다지. |
秦時漢代多雄俠 진시한대다웅협 |
진나라와 한나라 때 많던 영웅호걸들의 |
意氣相傾搖五岳 의기상경요오악 |
의기가 서로 오악을 흔들 정도였었네. |
白晝殺人人莫當 백주살인인막당 |
대낮에 사람 죽여도 사람이 감당하질 못했고 |
避仇藏名燕市傍 피구장명연시방 |
원수 피해 이름 숨겨 연나라 저자【연시(燕市): 전국 시대 연(燕) 시장을 말한다. 연 땅은 무인들이 많이 나오기로 이름난 곳인데, 전국 시대에는 이곳 시장에 형가(荊軻) 등 협객들이 모여들었다.】에 살았다지. |
獵罷寧論灞陵尉 렵파녕론파릉위 |
사냥 끝나곤 어찌 패릉위【패릉위(㶚陵尉): 한(漢)의 명장(名將)인 이광(李廣)을 조롱한 인물이다. 이광이 일찍이 패전한 죄로 관직을 삭탈당하고 서인(庶人)이 되어 집에 있을 때, 하루는 밤에 단기(單騎)로 말을 타고 나가 술을 마시고 돌아오다가 패릉정(覇陵亭)에 이르자, 패릉위(覇陵尉)가 술에 취하여 이광을 꾸짖으며 못 가게 하므로, 이광이 말을 타면서 말하기를 “내가 옛 이장군(李將軍)이다.”라고 하니, 패릉위가 말하기를 “현재의 장군도 밤에 다닐 수 없는데, 무슨 까닭으로 밤에 다닌단 말입니까.”라고 하고는, 억지로 이광을 패릉정 아래에서 자고 가게 하여 망신을 주었다. 그 뒤에 이광이 다시 장군이 되어서는 이 패릉위를 불러 자신의 휘하로 삼았다가 처형하였다. 『史記』 卷109 「李將軍列傳」】를 논하며 |
興來每携邯鄲娼 흥래매휴감단창 |
흥이 오면 매번 한단의 기생【한단창(邯鄲娼): 한단은 전국 시대 趙나라의 서울로, 예로부터 이곳의 기생들은 미모가 뛰어나기로 이름 높았다.】을 끌고 온다네. |
邯鄲娼女顏如玉 감단창녀안여옥 |
한단의 기생 얼굴은 옥 같고 |
酒酣悲歌更擊筑 주감비가갱격축 |
술 취하면 슬픈 노래 부르다가 다시 축을 쳤다네. |
黃金豈是能守物 황금기시능수물 |
황금, 어찌 지킬 수 있는 것이랴? |
匕首元因我輩設 비수원인아배설 |
비수는 원래 우리 무리 때문에 만든 것이지. |
平生不讀一字書 평생부독일자서 |
평생토록 한 글자의 책도 읽질 않았지만 |
門外猶多長者車 문외유다장자거 |
문 밖에 오히려 많은 장자의 수레가 있었지. |
夜深月明車馬散 야심월명거마산 |
밤 깊고 달 밝자 수레와 말은 흩어졌고 |
堂上燭滅留專諸 당상촉멸류전제 |
당 위에 촛불 꺼지고 전제【전제(專諸): 춘추 시대 오(吳)의 협객이다. 공자(公子) 광(光)을 위해서 오왕(吳王) 료(僚)를 살해하고 그 자신도 살해되었다. 공자 광은 오왕 합려(闔閭)이다. 『史記』 卷86 「刺客列傳」】만 남았다지. |
해설
남은경은 이 시에 대해 정두경의 시문학 작품 중 가행류(歌行類)로 분류하고, 김만중(金萬重)이 정두경의 시에 대해 “정두경은 가행(歌行)에는 마땅하지만 오언(五言)에는 마땅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 동방의 고조(古調)로는 오직 이 한 사람뿐이다.”라고 한 평어를 근거로, 정두경이 가행 양식에 뛰어났음을 서술한 다음, 이 시의 두 번째 작품에 대해 “이 시는 정두경의 칠언고시 작품 중 김득신(金得臣)에 의하여 중국 시인들과 나란한 가행(歌行) 작품으로 손꼽힌 작품이다.”라고 하였으며, 이어 “이 작품은 형가(荊軻)가 진 시황을 암살하러 떠났던 이야기의 후일담을 다룬 것으로, 협객을 소재로 하여 강개한 정조를 시화하고 있다. 이 시에서는 정두경이 문학 소재로 즐겨 사용했던 고악부가 나오고 있다. 「유주호마객(幽州胡馬客)」과 「매화락(梅花落)」이 그것이다. 또 이 시의 시어 속에는 산문 투 글자인 어(於), 여(與), 재(哉)와 같은 글자가 시어로 빠지지 않고 쓰여 소박한 맛을 느끼게 한다. 또 시의 형식이 5언과 7언의 장단구로 다양하게 변화를 이루면서 상성(上聲)으로 압운(押韻)을 하였다가 다시 평성(平聲)으로 환운을 하여 형식면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라고 하였다.
-남은경, 『東溟 鄭斗卿 文學의 硏究』,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8, 139~142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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