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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소설 - 11. 꿈속의 꿈을 통해 신세를 한탄한 이규보 본문

문집/시화총림

백운소설 - 11. 꿈속의 꿈을 통해 신세를 한탄한 이규보

건방진방랑자 2021. 4. 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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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꿈속의 꿈을 통해 신세를 한탄한 이규보

 

 

余自九齡始知讀書, 至今手不釋卷.

書六經諸子百家史筆之文, 至於幽經僻典梵書道家之說, 雖不得窮源探奧, 鉤索深隱, 亦莫不涉獵游泳, 採菁摭華, 以爲騁詞擒藻之具; 又自伏羲已來, 三代兩漢秦晉隋唐五代之間, 君臣之得失, 邦國之理亂, 忠臣義士奸雄大盜成敗善惡之跡, 雖不得幷包幷括, 擧無遺漏, 亦莫不截煩撮要, 覽觀記誦, 以爲適時應用之備; 其或操觚引紙, 題咏風月, 則雖長篇巨題, 多至百韻, 莫不馳騁奔放, 筆不停輟, 雖不得排比錦繡, 編列珠玉, 亦不失詩人之體裁.

顧自負如此, 惜終與草木同腐. 庶一提五寸之管, 歷金門, 上玉堂, 代言視草, 作批勅訓, 令皇謨帝誥之詞, 宣暢四方, 足償平生之志, 然後乃已, 豈碌碌瑣瑣求斗升祿, 謀活其妻子者之類乎?

嗚呼志大才疎, 賦命窮薄, 行年三十, 猶不得一郡縣之任, 孤苦萬狀, 有不可言者, 頭顱已可知已.

自是遇景則漫咏, 遇酒則痛飮, 放浪於形骸之外. 方春風和日暖, 百花競發, 良辰不可負也.

遂與尹學錄置酒遊賞, 作詩累十篇. 興闌因醉睡. 呼韻, 勸余賦詩, 余卽步韻而應曰: “耳欲爲聾口欲瘖, 窮塗益復世情諳. 不如意事有八九, 可與語人無二三. 事業皐夔期自比, 文章斑馬擬同參. 年來點檢身名上, 不及前賢是我慙.”

謂余曰: “以八九對二三, 平仄不調. 公於平日, 文章浩汗激越, 雖屢百韻律, 一揮而就, 雨駃風迅, 無一字瑕點, 今爲一小律, 反違簾何耶?”

余曰: “我今夢中所作, 故有不擇發耳. 八九改之以千萬, 亦無不可. 但太羹玄酒不下醋酢, 大家手段固如是也, 公豈知之耶?”

言未訖, 忽欠伸而覺, 乃一夢也. 遂以夢事, 具言于: “夢中便說夢作, 此所謂夢中夢也.” 相對胡廬, 因戱占一絶曰: “睡鄕偏與醉鄕隣, 兩地歸來只一身. 九十一春都是夢, 夢中還作夢中人.”

 

 

 

 

 

 

해석

余自九齡始知讀書, 至今手不釋卷.

나는 아홉 살 때부터 처음으로 책을 읽을 줄 알아 지금에 이르도록 책을 놓질 않았다.

 

書六經諸子百家史筆之文,

시경서경ㆍ육경ㆍ제자백가ㆍ역사서의 문장으로부터

 

至於幽經僻典梵書道家之說,

유경과 벽전유경벽전(幽經僻典): 유경(幽經)은 인상(人相)이나 지상(地相)을 살펴 길흉을 점치는 상학경(相鶴經)으로 신선이나 풍수지리에 관련된 비서(祕書)를 의미하고 벽전(僻典)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전고(典故)를 싣고 있는 책을 말한다., 불가와 도가의 말에 이르기까지

 

雖不得窮源探奧, 鉤索深隱,

비록 근원을 궁구하고 심오함을 탐구하며 심오하고 은미한 것을 찾아낼 순 없었지만

 

亦莫不涉獵游泳, 採菁摭華,

또한 핵심과 좋은 글귀를 캐고 따서 섭렵하고 아울러

 

以爲騁詞擒藻之具;

문학빙사(騁詞): 단어와 표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을 쏟아내고 문장을 꾸미는금조(擒藻): 수사를 꾸미는 것 도구라 여기지 않음이 없었다.

 

又自伏羲已來, 三代兩漢秦晉隋唐五代之間,

또한 복희가 역사시대를 연 이후로부터 삼대ㆍ두 나라인 한나라와 진나라ㆍ진나라ㆍ수나라ㆍ당나라ㆍ오대의 사이에

 

君臣之得失, 邦國之理亂,

임금과 신하의 득실과 나라의 다스려짐과 어지러짐과

 

忠臣義士奸雄大盜成敗善惡之跡,

충신과 의사와 간사한 영웅과 큰 도적의 성패와 선악의 자취를

 

雖不得幷包幷括, 擧無遺漏,

비록 아울러 포괄하고 모두 빠뜨림이 없을 순 없었지만

 

亦莫不截煩撮要, 覽觀記誦,

또한 관람하고 보고 기억하고 외운 것의 번거로운 걸 잘라내고 요긴한 걸 모으지 않음이 없어

 

以爲適時應用之備;

시기에 알맞게 응용하는 대비책으로 여겼다.

 

其或操觚引紙, 題咏風月,

혹 죽간을 잡고조고(操觚): 집간(執簡)과 같음. 육기(陸機)의 문부(文賦), “或操觚以率爾라 하였고 그 주에, ‘()는 방목(方木)인데 옛사람이 사용하여 글을 썼다.’ 하였다. 종이를 끌어 바람과 달을 짓고 읊조릴 때면

 

則雖長篇巨題, 多至百韻,

비록 장편이면서 거창한 제목이 많게는 백 개의 운에 이르지만

 

莫不馳騁奔放, 筆不停輟,

맘껏 써재끼고 분방하게 붓을 멈추지 않지 않음이 없어

 

雖不得排比錦繡, 編列珠玉,

비록 아주 좋은 글에 비견하고 좋은 글 정도엔 엮어 나열할 수 없었다 해도

 

亦不失詩人之體裁.

또 시인의 체재를 잃진 않았다.

 

顧自負如此, 惜終與草木同腐.

돌이켜보면 자부함이 이와 같았지만 애석하게도 마침내 풀과 나무와 함께 썩어갔다.

 

庶一提五寸之管,

바라기는 한 번 다섯 치의 붓을 끌어다가

 

歷金門, 上玉堂,

궁궐금문(金門): 한나라 궁문인 금마문(金馬門)의 약칭으로 보통 대궐이나 조정을 가리킨다.을 지나 한림원옥당(玉堂): 고려시대 사명(詞命 : 임금의 말 또는 명령)을 짓는 일을 관장하던 관청인 한림원의 별칭이다.에 올라

 

代言視草, 作批勅訓,

임금의 말을 대신하고 초고를 보며 칙서(勅書)와 훈령(訓令)을 짓고 다듬어

 

令皇謨帝誥之詞, 宣暢四方,

황제 도모함과 제왕 공문서의 말로 하여금 사방에 선포하고 펼쳐

 

足償平生之志, 然後乃已,

평생의 뜻을 보답하기에 족한 뒤라야 그만 두리니

 

豈碌碌瑣瑣求斗升祿,

어찌 자질구레하게 한 말 한 되의 작은 녹봉이나 구하고

 

謀活其妻子者之類乎?

처자식 살리길 도모하는 부류이겠는가?

 

嗚呼志大才疎, 賦命窮薄,

! 뜻은 크지만 실력은 형편없고 천명을 부여받은 게 곤궁하고 박절해

 

行年三十, 猶不得一郡縣之任,

태어난 지 30년에도 오히려 한 군현의 임무도 얻지 못하고

 

孤苦萬狀, 有不可言者,

외롭고 괴로운 온갖 형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頭顱已可知已.

하얗게 센 머리두로(頭顱): 백발의 쇠한 머리를 가리킨다. 남제(南齊) 때의 은사 도홍경(陶弘景)이 자기 종형에게 보낸 편지에, “내가 나이 40세 전후에 상서랑(尙書郞)이 되기를 기약했는데, 지금 나이 36세에 바야흐로 봉청(奉請)이 되었고 보면, 40세의 머리를 알 만하니, 일찍 떠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나이 40여 세에 이미 쇠()한 것을 의미한다.로 이미 (고생이 많았다는 걸) 알 만하다.

 

自是遇景則漫咏, 遇酒則痛飮,

이로부터 경치를 만나면 부질없이 읊조리고 술자리를 만나면 질펀하게 마셔대

 

放浪於形骸之外.

육체의 바깥에서 방랑했다.

 

方春風和日暖, 百花競發,

시방 봄이라 바람은 온화하고 햇볕은 따스하며 온갖 꽃이 다투어 피어

 

良辰不可負也.

좋은 때를 져버릴 수 없었다.

 

遂與尹學錄置酒遊賞, 作詩累十篇.

그래서 마침내 윤학록과 술을 두고 놀면서 감상하다가 시를 지은 것이 열 편이나 쌓였다.

 

興闌因醉睡.

흥이 난만(爛漫)하면 취기 때문에 잠들자

 

呼韻, 勸余賦詩,

윤학록이 운자를 부르면서 나에게 시 짓길 권면하니

 

余卽步韻而應曰: “耳欲爲聾口欲瘖, 窮塗益復世情諳. 不如意事有八九, 可與語人無二三. 事業皐夔期自比, 文章斑馬擬同參. 年來點檢身名上, 不及前賢是我慙.”

내가 곧바로 운자를 따라보운(步韻) : 남의 시를 화답하면서 연구(聯句)마다 그 원운(原韻)을 사용하는 시체이다. 응하며 말했으니 다음과 같다.

 

耳欲爲聾口欲瘖

귀론 귀머거리 되려 하고 입으론 벙어리 되려 하니

窮塗益復世情諳

곤궁한 삶이라 더욱 다시 세상의 정 깨닫게 된다네.

不如意事有八九

생각만 같지 않은 일이 8~9나 있고

可與語人無二三

함께 말할 만한 사람은 2~3도 없네.

事業皐夔期自比

사업은 고요와 기고기(皐夔) : 요ㆍ순(堯舜) 시대의 명신(名臣)인 고요(皐陶)와 기().에 스스로 견주길 기약했고

文章斑馬擬同參

문장은 반고와 사마천에 함께 참여하길 헤아렸는데

年來點檢身名上

올해 한 몸의 명성을 점검해보니

不及前賢是我慙

이전의 현인에 미치지 못함, 이것이 나의 부끄러움이라네.

 

謂余曰: “以八九對二三, 平仄不調.

윤학록이 나에게 말했다. “‘팔구이삼을 대우한 것은 평측이 조화롭지 못하네.

 

公於平日, 文章浩汗激越,

그대는 평일에 문장이 호탕하고 넉넉하며 격정적이고 우월하여

 

雖屢百韻律, 一揮而就,

비록 수 백운의 율시더라도 지어 한 번 휘둘러 성취함이

 

雨駃風迅, 無一字瑕點,

비가 거세고 바람이 몰아치는 듯하여 한 글자도 티나 점이 없었는데

 

今爲一小律, 反違簾何耶?”

이제 한 편의 짧은 율시를 짓는데 도리어 평측을 틀림위렴(違簾): 違廉과 동의어로, 평성(平聲)과 측성(仄聲)의 배열이 틀리는 것을 말한다. 즉 이사부동이육동(二四不同二六同)에 위배되는 것이다.은 무엇 때문인가?”

 

余曰: “我今夢中所作, 故有不擇發耳.

내가 말했다. “나는 이제 꿈속에서 지었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고 발언했을 뿐이네.

 

八九改之以千萬, 亦無不可.

팔구천만으로 고친다면 또한 옳지 않음이 없겠지.

 

但太羹玄酒不下醋酢, 大家手段固如是也,

다만 태갱현주태갱현주(太羹玄酒): 태갱(太羹)은 고대(古代)에 제사에 쓰던 조미(調味)하지 않은 육즙(肉汁)이고, 현주(玄酒)는 청수(淸水)이다. 상고(上古)에는 술이 없었으므로 제사에 청수를 술로 사용하였다. 그 빛깔이 검기 때문에 현주(玄酒)’라 한 것이다. 곧 법규에는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큰 솜씨에서 나온 것이니, 규격에 맞는 시시한 시보다는 낫다는 뜻이다.가 식초보다 낮은 등급이 아니듯이 대가의 수단이 진실로 이와 같으니

 

公豈知之耶?”

공이 어찌 그걸 알겠는가?”

 

言未訖, 忽欠伸而覺,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하품하며 기지개를 펴다 깨었으니

 

乃一夢也.

곧 하나의 꿈이었다.

 

遂以夢事, 具言于:

마침내 꿈의 일로 윤학록에게 갖추어 말했다.

 

夢中便說夢作, 此所謂夢中夢也.”

꿈속에서 다시 꿈에서 지은 걸 말했으니 이것이 말했던 꿈속의 꿈인 것이네.”

 

相對胡廬, 因戱占一絶曰: “睡鄕偏與醉鄕隣, 兩地歸來只一身. 九十一春都是夢, 夢中還作夢中人.”

서로 대하고서 한참 웃다가호려(胡廬): 호려(胡盧)와 같은 말로, 목구멍 사이에 나오는 웃음소리를 말한다[喉間的笑聲] 이어 장난삼아 한 절구를 입으로 말했으니 다음과 같다.

 

睡鄕偏與醉鄕隣

잠나라가 치우쳐 술나라와 이웃했는데

兩地歸來只一身

두 땅에서 돌아오니 다만 하나의 몸이라네.

九十一都是夢

90일의 한바탕 봄()은 모두 꿈이었으니

夢中還作夢中人

꿈속에서 도리어 꿈속 사람이 되었구나.

 

 

인용

목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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