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와 말의 수식이 담긴 균형 있는 문장실력을 꿈꾸다
답인논문(答人論文)
장유(張維)
떨어져 있어 그리운 그대의 실력은 일취월장이군요
別來歲已四五周矣, 雖南北隔絶, 嶺嶠間之, 悠悠之思, 未嘗少已於中也.
每念足下有妙質儁才, 昔時已嶄然頭角矣. 乖闊以來, 日月已多, 必能奮張變化, 蔚然可驚. 而恨不能致其身於我側, 或致我身於其側, 浸挹餘波, 以自澤其枯槁也.
乃今得惠書, 辭致之工, 識趣之高, 果不負於宿昔所期, 離索之慰, 殊不可言
나의 문장에 대한 과찬을 거부하며
來書所及論文之旨, 頗皆得之.
獨於稱僕過實, 近於溢美, 豈欲引而進之歟? 何待故人之不誠也? 僕往時於文僅識趨向, 譬如涉浡澥者纔離崖耳. 終日覼縷, 略有一二語近似, 而不見有完篇焉. 蓋未嘗熟一部書, 宜所得之淺也. 數年來, 無他事故, 可以大肆力於舊業, 而怠惰因循, 且累於科擧之務, 僅讀數部書, 作數十篇文字. 雖稍長於往時之爲, 而局促凡下, 不足闚作者之域.
生平壯志, 索然漸衰, 每得一語稍勝, 輒慊然自足, 恐不足以終成賈ㆍ馬事業也. 然斯技也, 何必極其能哉?
顧我於大於斯者, 全未有得焉, 則斯技也雖止於是而不復進, 亦何足深病焉. 以是自寬, 尤足以長怠懶之習也.
문장엔 말과 이치가 함께 갖춰져 있어야 한다
夫文有華有實, 辭者其華也, 理者其實也. 聖賢之文, 華實俱備, 自諸子以下, 始岐而二矣. 文之至者, 必華實兼. 然與其華而不實, 寧實而不華矣. 濂洛諸儒之文是也. 今世之人, 用心於雕繪之技, 憊敝精神, 終未能造其工. 況責夫能求其實哉.
退之華勝實者也, 猶有根茂實遂之論, 其徒亦言必深於道而後至, 蓋稍志於古者, 皆能知所先後矣. 下此則直童子淺淺耳, 何足道哉.
지금의 불우함을 원망치 말고 학문에 정진합시다
足下之所問於僕, 與僕之所自爲者, 皆今世之習而已也. 而顧其言如此, 能言而不能行, 其去於實也亦遠矣. 嗚呼! 可不惕然念之哉.
世人識不明, 取舍甚陋, 能者固有不見知之歎矣. 然君子之進其業, 非以覬知於人也, 特以自裕於己而已. 苟得於我者旣足, 雖不遇於此. 可以必遇於彼; 雖不遇於今, 可以必遇於後, 何足歎哉.
傳曰: “百世以俟而不惑.” 老氏之言曰: “知我希則我貴.” 君子所存, 當如是.
若使咨歎鬱抑, 必願其一售, 則於不慍無悶之義, 無乃剌謬乎. 彼韓ㆍ柳諸公, 猶未免此, 僕常恨之 願足下勿再存於懷也.
若曰: “知己難遇, 有唱無和.”云, 則彼此誠同矣. 古人以朋來爲樂, 以道孤爲歎, 可謂先獲此心矣.
南中必多識者, 幸以鄙見質之, 其以爲如何? 『谿谷先生集』 卷之三
해석
떨어져 있어 그리운 그대의 실력은 일취월장이군요
別來歲已四五周矣, 雖南北隔絶,
이별한 이래 세월은 이미 4~5년 흘러 비록 남북으로 끊어져 있고
嶺嶠間之, 悠悠之思,
산과 고개로 간격이 있어도 그윽한 생각이
未嘗少已於中也.
일찍이 가슴 속에서 조금도 그치질 않습니다.
每念足下有妙質儁才,
매번 족하는 오묘한 자질에 뛰어난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昔時已嶄然頭角矣.
예전에 이미 우뚝하게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乖闊以來, 日月已多,
헤어진 이래로 날과 달이 이미 많이 흘렀으니
必能奮張變化, 蔚然可驚.
반드시 분발하여 변화를 펼쳐 울창하게 놀래킬 만할 텐데,
而恨不能致其身於我側,
한스러운 건 족하의 몸을 저의 곁으로 다가오거나
或致我身於其側,
혹은 저의 몸을 족하 곁으로 다가오거나 하여
浸挹餘波, 以自澤其枯槁也.
여파에 잠기고 떠서 스스로 초췌해진 저를 윤택하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乃今得惠書,
이에 이제 당신의 편지【혜서(惠書): 상대방을 높여, 그의 편지를 이르는 말】를 받으니,
辭致之工, 識趣之高,
말의 운치가 정교하고 식견과 운취가 고매하여
果不負於宿昔所期,
과연 옛적의 기대했던 것을 저버리지 않았으니,
離索之慰, 殊不可言
친구와 떨어진 것【이삭(離索): 이군삭거(離群索居)의 준말이다. 벗들을 떠나 쓸쓸히 홀로 사는 것으로, 자하(子夏)가 “내가 벗을 떠나 쓸쓸히 홀로 산 지가 오래이다.” 한 데서 유래하였다. 『예기(禮記)』 「단궁(檀弓)」】에 대한 위로로 거의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나의 문장에 대한 과찬을 거부하며
來書所及論文之旨, 頗皆得之.
보내준 편에서 언급한 문장을 논의한 취지는 매우 다 터득했습니다.
獨於稱僕過實, 近於溢美,
유독 저를 칭찬한 것에 대해 실재를 지나쳐 넘쳐 흐르는 찬미에 가까우니,
豈欲引而進之歟?
아마도 저를 이끌어 나아가도록 하시려는 것입니까?
何待故人之不誠也?
어찌 친구의 진실치 않음을 기대했겠습니까?
僕往時於文僅識趨向,
저는 예전에 문장에 대해 겨우 나아가야 할 것을 알았을 뿐이니,
譬如涉浡澥者纔離崖耳.
비유하면 바다를 건너려는 사람이 겨우 언덕을 떠난 것과 같을 뿐입니다.
終日覼縷, 略有一二語近似,
종일토록 자세히 하더라도 대략 한두 말의 근사한 말이 있는 것이지
而不見有完篇焉.
완성된 한 편이 있음을 보지 못했습니다.
蓋未嘗熟一部書, 宜所得之淺也.
대체로 일찍이 한 책도 익히지 못하였으니 터득한 것이 앝은 게 마땅합니다.
數年來, 無他事故,
수 년 이래로 다른 일이 없었기 때문에
可以大肆力於舊業,
크게 옛 사업에 힘을 쓸 수 있었지만
而怠惰因循,
게을러 인습【인순(因循): ① 답습(踏襲)하다 ② 꾸물거리다 ③ 그럭저럭 지내다 ④ 구습(舊習)을 그대로 따르다.】에 따랐으며
且累於科擧之務, 僅讀數部書,
또한 과거의 업무에 얽매여 겨우 몇 부의 책만을 읽고
作數十篇文字.
수십편의 문자만을 지었습니다.
雖稍長於往時之爲, 而局促凡下,
비록 예전에 지은 것보다 조금 낫더라도 협소하고【국촉(局促): ① 좁다 ② (시간이) 촉박하다 ③ 쭈뼛쭈뼛하다 ④ 협소하다】 질이 낮아
不足闚作者之域.
작가의 경지를 엿보긴 부족합니다.
生平壯志, 索然漸衰,
평소의 씩씩하던 뜻도 스러져 점점 쇠해
每得一語稍勝, 輒慊然自足,
매번 한 말이라도 조금이라도 나은 걸 얻으면 문득 만족하고 자족하니
恐不足以終成賈ㆍ馬事業也.
끝내 가의와 사마상여의 사업을 이루기에 부족할까 걱정입니다.
然斯技也, 何必極其能哉?
그러나 이 기술이 어찌 반드시 그 능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겠습니까.
顧我於大於斯者, 全未有得焉,
다만 나는 이에 큰 것에 대해서 전혀 얻은 게 없으니
則斯技也雖止於是而不復進,
이 기술이 비록 여기에 그치고 다시 나아가지 못한다 해도
亦何足深病焉.
또한 어찌 깊은 병폐라 할 만하겠습니까.
以是自寬,
이것 때문에 스스로 너그럽기만 하니
尤足以長怠懶之習也.
더욱 게으름의 습속을 기르게 됩니다.
문장엔 말과 이치가 함께 갖춰져 있어야 한다
夫文有華有實,
대체로 문장엔 꽃이 있고 열매가 있으니,
辭者其華也, 理者其實也.
말이란 꽃이고 이치란 열매입니다.
聖賢之文, 華實俱備,
성현의 문장은 꽃과 열매가 모두 갖춰져 있었지만
自諸子以下, 始岐而二矣.
제자백가 이하로부터 처음 갈라져 둘이 됐습니다.
文之至者, 必華實兼.
문장의 지극한 것은 반드시 꽃과 열매가 겸비되어야 합니다.
然與其華而不實, 寧實而不華矣.
그러나 꽃만 있고 열매가 없는 것보다 열매가 있고 꽃이 없는 것을 해야 하니,
濂洛諸儒之文是也.
염락의 여러 유자의 문장이 이것입니다.
今世之人, 用心於雕繪之技,
지금 세상 사람들은 새기고 그리는 기예에만 마음을 써서
憊敝精神, 終未能造其工.
정신을 고달프게 하니 끝내 기교에 나아가지 못하니
況責夫能求其實哉.
하물며 열매를 구하도록 책임지울 수 있겠습니까.
退之華勝實者也,
한퇴지는 꽃이 열매를 이긴 사람이지만
猶有根茂實遂之論,
오히려 ‘뿌리가 무성해야 열매가 무르익는다.’라는 논의를 하였고
其徒亦言必深於道而後至,
그의 무리들도 또한 ‘반드시 도에 심오해진 후에 지극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蓋稍志於古者,
대체로 조금이라도 옛 것에 뜻을 둔 사람은
皆能知所先後矣.
모두 선후인 것을 알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下此則直童子淺淺耳,
이보다 수준이 낮으면 다만 어린아이로 천박할 뿐이니,
何足道哉.
어찌 말할 만하겠습니까.
지금의 불우함을 원망치 말고 학문에 정진합시다
足下之所問於僕, 與僕之所自爲者,
족하께서 저에게 물은 것과 제가 스스로 한 것은
皆今世之習而已也.
모두 이 세상의 습속일 뿐입니다.
而顧其言如此, 能言而不能行,
그러나 돌이켜보면 말이 이와 같은데 말만 하고 행동할 수 없다면
其去於實也亦遠矣.
실제와의 거리가 또한 멀 것입니다.
嗚呼! 可不惕然念之哉.
아! 두려워하며 그것을 생각하지 않아서야 하겠습니까.
世人識不明, 取舍甚陋,
세상 사람의 식견이 분명치 못해 취사가 매우 비루하니
能者固有不見知之歎矣.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실로 알려지지 않는다는 탄식이 있습니다.
然君子之進其業, 非以覬知於人也,
그러나 군자가 업에 나감에 남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건 아니고
特以自裕於己而已.
다만 스스로 자기에게 넉넉하도록 해서일 뿐입니다.
苟得於我者旣足,
진실로 나에게 얻은 것이 이미 만족이라면
雖不遇於此. 可以必遇於彼;
비록 이에 불우할지라도 반드시 저것에서 만날 수 있고
雖不遇於今, 可以必遇於後,
비록 지금 불우할지라도 반드시 훗날에 만날 수 있으니,
何足歎哉.
어찌 탄식할 만하겠습니까.
『중용』에선 “100세대 뒤의 성인을 기다려 미혹되지 않는다.”라고 했고
노자는 “나를 아는 이가 드물면 나는 귀해진다.”라고 말했으니,
君子所存, 當如是.
군자가 보전해야 할 것은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합니다.
若使咨歎鬱抑, 必願其一售,
만약 한탄하고 울적하며 억누른 채 반드시 팔리길 원한다면
則於不慍無悶之義,
남에게 알려지지 않아도 성내지 않고 근심하지 않는【程子曰: “雖樂於及人, 不見是而無悶, 乃所謂君子.”】 뜻에 대하여
無乃剌謬乎.
위배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 한유와 유종원 등의 여러 사람들도 오히려 이것을 피하질 못했기에
僕常恨之
저도 항상 그걸 한스럽게 여겼습니다.
願足下勿再存於懷也.
원컨대 족하께선 다시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若曰: “知己難遇, 有唱無和.”云,
만약 “지기를 만나기 어려워 노래 불러도 화답함이 없다.”라고 한다면
則彼此誠同矣.
피차가 진실로 같은 것입니다.
古人以朋來爲樂, 以道孤爲歎,
옛 사람도 벗이 오는 걸 기쁨으로 삼았고 도가 외로운 걸 탄식으로 삼았으니
可謂先獲此心矣.
먼저 이 마음을 가졌었다 할 만합니다.
南中必多識者, 幸以鄙見質之,
남쪽엔 반드시 식자들이 많을 것이니 다행히 비루한 견해로 질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其以爲如何? 『谿谷先生集』 卷之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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