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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2. 백악시단과 진시운동(조성기)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2. 백악시단과 진시운동(조성기)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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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기(趙聖期, 1638 인조16~1689 숙종15, 成卿, 拙修齋)는 높은 포부와 학문이 있었지만 세상에 쓰이지 못했던 문인이다. 특히 그는 성리학(性理學)에 조예가 깊어 농암(農巖)삼연(三淵) 형제에게서 높이 평가받았으며, 또 그들과 서로 시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기도 하였다. 스스로 다음과 같이 작시(作詩)의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까닭으로 내가 꽃을 볼 적에 일찍이 외부의 노랗고 붉은 것을 탐하여 볼 뿐만이 아니라 실제론 사물에 따라 형체에 부여된 변화롭고 기교로우며 무궁하면서도 오묘한 조화와 때에 따라 피고 지는 생물의 색과 모습의 쉼이 없음을 감상한다.

是以僕之看花, 未嘗耽看外面之黃紅而已, 實賞其隨物賦形化工無窮之妙造, 逐時榮悴物色生態之不息.

 

 

작시(作詩)의 원칙을 밝힌 그대로, 그의 시에는 염락(濂洛)염락관민(濂洛關閩)’의 준말이다. 송대(宋代) 성리학의 주요 학파로, 염계(濂溪)의 주돈이(周敦頤), 낙양(洛陽)의 정호(程顥)ㆍ정이(程顥), 관중(關中)의 장재(張載), 민중(閩中)의 주희(朱熹)를 가리킨다. 성리학을 가리키는 말이다의 기풍이 자주 보인다.

 

다음에 보이는 산사춘일(山寺春日)은 사경시(寫景詩)의 맑은 의경을 펼치면서도, 도학적 기풍도 함께 확인케하는 작품이다.

 

小雨初時淑氣新 가랑비 개이자 맑은 기운이 새로운데
巖花如錦草如菌 바위에 핀 꽃 비단같고 풀은 깔개인 듯.
花間細路穿雲去 꽃 사이 오솔길을 구름 뚫고 지나가니
溪上和風吹角巾 시냇가 봄바람이 두건에 부는구나.

 

이러한 시에서 보이는 염락풍은, 결국 사물을 보되 외면만을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아니하고 사물이 그렇게 있는 소이연(所以然)을 함께 알게 해준다.

 

다음의 송인유산(送人游山)에는 도학자적 기풍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仙袂翩翩道氣凉 나부끼는 옷소매에 도기(道氣)가 서늘한데
秋山歸路入微茫 가을산 돌아가는 길은 아스라한 곳으로 들어간다.
小溪孤塔依然在 작은 시냇가에 외로운 탑 의연히 남아 있고
明月蒼松古意長 밝은 달, 푸른 소나무에 옛 의취가 그윽하다.

 

이러한 조성기의 산수시는, 김창흡(金昌翕)이나 그 문하생들이 자연경물의 아름다움을 읊으면서도 산수 속에 체현된 도()를 즐기거나 성정(性情)을 음영(吟詠)하지 않고 도리어 외로움의 정조를 읊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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