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윤종억 - 부신행(負薪行)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윤종억 - 부신행(負薪行)

건방진방랑자 2021. 8. 12. 15:54
728x90
반응형

예쁘게 태어났지만 땔나무 하느라

부신행(負薪行)

 

윤종억(尹種億)

 

勞勞負薪誰家娘 애쓰며 딸나무 진 이는 누구 집 딸인가?
垢面赤脚行齟齬 때낀 얼굴에 헐벗은 다리로 절뚝거리며 걷네.
黃犢鳴歸夕陽原 누렁송아지 석양빛 언덕에 울며 돌아오고
朝雉飛驚春艸陼 아침 꿩은 봄 언덕에서 놀아 난다네.
野花羞上霜鬢頭 들판의 꽃도 센 귀밑털 위에 있는 것 부끄러워한다는데
粗粗短帬經四序 거칠디 거친 단벌 치마로 사계절을 보내네.
肌膚麤皸疑頑蟾 피부와 살갗은 터서 거친 두꺼비인 듯하고
腰大腹垂如肥羜 허리는 크고 배는 드리워져 살찐 새끼양인 듯.
隣嫗若浼兒走藏 이웃의 할매도 더럽혀질까 하고 아이들도 달아나 버리니
向人不欲羞顔擧 사람들 향해 부끄러운 얼굴 들려 하질 않는다네.
細看骨相非本醜 세밀하게 보니 골상이 본래 못 생긴 건 아니라서
缺月隱隱雲深處 기운 달이 구름 깊은 곳에 감추인 듯하네.
問娘何居翁嘆息 아기씨는 어디 살아요?”라고 노인이 탄식하듯 물었네.
家在巫山山碧所 집은 무산의 산 푸른 곳에 있지요.”
十二峯前灸面村 12봉 앞에 자면촌은
從古美色鳴南楚 예로부터 미색으로 남초를 울렸다네.
汝生之初鍾地霛 너도 낳은 지 처음일 땐 땅의 신령함을 모아
眉目窈窕如花女 눈썹과 눈이 요조숙녀로 꽃 같은 계집 같았을 테지.
若使汝家豪且富 가령 너희 집이 권세 있거나 부유하여
養汝嬌汝千金汝 너의 아리따움을 천금 같도록 길러
纖腰襲襲綺羅束 가는 허리를 겹겹이 비단으로 묶고
輭骨深深金屋貯 연약한 뼈는 깊숙이 금칠한 집에 모셔뒀겠지.
靑春二八標梅節 28 청춘에 시집 가는[각주:1] 절기엔
卓姬昭君可作侶 탁문군[각주:2]과 한소군에 비견할 만했으리.
夔州土俗女色賤 기주 지방 풍속은 여색을 낮잡아봐
白蓮誤落游泥渚 흰 연꽃이 잘못 진흙 연못에 떨어진 듯이
平生不對糚奩具 평생토록 화장통 대해보질 못하고
蓬髮星星嫁未許 봉두난발에 흰 머리 드문드문하니 시집 허락지 않네.
寒風上山勞薪樵 찬 바람에 산에 올라 애쓰며 땔나무 해서
白日赴虛爲商旅 한낮엔 부질없이 장사를 하며
危磴擔負苦筋骨 위태로운 돌비탈에서 땔나무 지니 근육과 뼈 괴롭고
寒廚供給焦心膂 한미한 살림 공급하느라 마음과 뼈 녹아나네.
自然丰姿无舊容 타고난 예쁜 자태엔 옛 모습은 사라지고
燋之凍之嗟寒暑 타고 동상 걸려 추위와 더위 탄식스럽네.
黧面不洗捿厚塵 검은 얼굴은 씻질 않아 두꺼운 먼지 앉아 있고
短髮不理如亂緒 단발은 깎지 않아 얽힌 실 같네.
還羞倚市刺繡紋 도리어 저자에 의지하는 것 부끄러워 수를 놓는다 하면서
却羡當囱事機杼 도리어 창에 닿는 것 부끄러워 베틀질을 한다네.
行歌且哭西日下 석양빛 밑에 가면서 노래하고 곡하니
野蓬山花落滿筥 들판의 쑥과 산의 꽃이 바구니에 가득하지.
麤容作一鳩盤茶 거친 외모는 하나의 구반다[각주:3]이니
隣人賤之媒婆拒 이웃 사람도 그녀를 천하게 여기고 중매쟁이 할매도 거절하지.
天姿爾豈麤而醜 타고난 자태가 어찌 못나고 추할까?
生長貧窮至老去 빈궁한 데서 자라 늙어갔기 때문인걸.
非可醜也伊可憐 추하진 않고 가련하기만 한데
向我掩面悲懷敍 나를 향해 얼굴은 가린 채 슬픈 정회를 서술하네.
此懷非獨夔府女 이런 정회는 기주의 딸에 대할 뿐만 아니라
士居窮戹同悲憷 선비도 곤궁하게 살면 이 딸처럼 서글프고 위축되는 것을.
蔡澤栖遲世看醜 채택[각주:4]이 한가로이 지냈던 것은 세상에 추하게 보여서 였고
蘇秦困悴人不與 소진이 곤궁하고 초췌했던 것은 사람이 함께 하지 않아서라네.
地雖鍾英人失養 땅이 비록 영기를 모으지만 사람이 기름을 잃으면
嚬黛巫岑碧无語 눈썹 찡그린 무산도 푸르도록 아무말 없지. 醉綠堂遺稿

 

 

 

인용

목차

해설

 

 
  1. 표매(標梅) : 떨어지는 매화. 여기서는 이미 시집갈 나이가 지나가는 것을 뜻함. [본문으로]
  2. 탁문군(卓文君): 한(漢) 나라 임공(臨邛)의 부호인 탁왕손(卓王孫)의 딸로 무척 미인이었는데, 일찍이 과부가 되어 집에 있을 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그 집 잔치에 가서 거문고를 타며 음률을 좋아하는 탁문군의 마음을 돋우니 문군이 거문고 소리에 반하여 밤중에 집을 빠져 나와 사마상여의 아내가 되었다 한다. 『사기(史記)』 卷117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 [본문으로]
  3. 구반다(鳩盤茶): 불교어(佛敎語)로 옹기처럼 생긴 귀신을 말한다. 『민수연담(澠水燕談)』 [본문으로]
  4. 채택(蔡澤): 전국시대(戰國時代) 연(燕) 나라 사람으로 말을 잘하여 조(趙)ㆍ한(韓)ㆍ위(魏)에 유세하였으나 모두 쓰임을 받지 못하였다가 얼마 뒤에 진(秦)에 들어가 응후(應侯)의 인도로 진 소왕(秦昭王)에게 객경(客卿), 승상까지 되었더니, 그 뒤 남들에게 미움을 사게 되자 병을 핑계, 승상의 인(印)을 돌려주었다. [본문으로]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