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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태어났지만 땔나무 하느라
부신행(負薪行)
윤종억(尹種億)
勞勞負薪誰家娘 | 애쓰며 딸나무 진 이는 누구 집 딸인가? |
垢面赤脚行齟齬 | 때낀 얼굴에 헐벗은 다리로 절뚝거리며 걷네. |
黃犢鳴歸夕陽原 | 누렁송아지 석양빛 언덕에 울며 돌아오고 |
朝雉飛驚春艸陼 | 아침 꿩은 봄 언덕에서 놀아 난다네. |
野花羞上霜鬢頭 | 들판의 꽃도 센 귀밑털 위에 있는 것 부끄러워한다는데 |
粗粗短帬經四序 | 거칠디 거친 단벌 치마로 사계절을 보내네. |
肌膚麤皸疑頑蟾 | 피부와 살갗은 터서 거친 두꺼비인 듯하고 |
腰大腹垂如肥羜 | 허리는 크고 배는 드리워져 살찐 새끼양인 듯. |
隣嫗若浼兒走藏 | 이웃의 할매도 더럽혀질까 하고 아이들도 달아나 버리니 |
向人不欲羞顔擧 | 사람들 향해 부끄러운 얼굴 들려 하질 않는다네. |
細看骨相非本醜 | 세밀하게 보니 골상이 본래 못 생긴 건 아니라서 |
缺月隱隱雲深處 | 기운 달이 구름 깊은 곳에 감추인 듯하네. |
問娘何居翁嘆息 | “아기씨는 어디 살아요?”라고 노인이 탄식하듯 물었네. |
家在巫山山碧所 | “집은 무산의 산 푸른 곳에 있지요.” |
十二峯前灸面村 | 12봉 앞에 자면촌은 |
從古美色鳴南楚 | 예로부터 미색으로 남초를 울렸다네. |
汝生之初鍾地霛 | 너도 낳은 지 처음일 땐 땅의 신령함을 모아 |
眉目窈窕如花女 | 눈썹과 눈이 요조숙녀로 꽃 같은 계집 같았을 테지. |
若使汝家豪且富 | 가령 너희 집이 권세 있거나 부유하여 |
養汝嬌汝千金汝 | 너의 아리따움을 천금 같도록 길러 |
纖腰襲襲綺羅束 | 가는 허리를 겹겹이 비단으로 묶고 |
輭骨深深金屋貯 | 연약한 뼈는 깊숙이 금칠한 집에 모셔뒀겠지. |
靑春二八標梅節 | 28 청춘에 시집 가는 1 절기엔 |
卓姬昭君可作侶 | 탁문군 2과 한소군에 비견할 만했으리. |
夔州土俗女色賤 | 기주 지방 풍속은 여색을 낮잡아봐 |
白蓮誤落游泥渚 | 흰 연꽃이 잘못 진흙 연못에 떨어진 듯이 |
平生不對糚奩具 | 평생토록 화장통 대해보질 못하고 |
蓬髮星星嫁未許 | 봉두난발에 흰 머리 드문드문하니 시집 허락지 않네. |
寒風上山勞薪樵 | 찬 바람에 산에 올라 애쓰며 땔나무 해서 |
白日赴虛爲商旅 | 한낮엔 부질없이 장사를 하며 |
危磴擔負苦筋骨 | 위태로운 돌비탈에서 땔나무 지니 근육과 뼈 괴롭고 |
寒廚供給焦心膂 | 한미한 살림 공급하느라 마음과 뼈 녹아나네. |
自然丰姿无舊容 | 타고난 예쁜 자태엔 옛 모습은 사라지고 |
燋之凍之嗟寒暑 | 타고 동상 걸려 추위와 더위 탄식스럽네. |
黧面不洗捿厚塵 | 검은 얼굴은 씻질 않아 두꺼운 먼지 앉아 있고 |
短髮不理如亂緒 | 단발은 깎지 않아 얽힌 실 같네. |
還羞倚市刺繡紋 | 도리어 저자에 의지하는 것 부끄러워 수를 놓는다 하면서 |
却羡當囱事機杼 | 도리어 창에 닿는 것 부끄러워 베틀질을 한다네. |
行歌且哭西日下 | 석양빛 밑에 가면서 노래하고 곡하니 |
野蓬山花落滿筥 | 들판의 쑥과 산의 꽃이 바구니에 가득하지. |
麤容作一鳩盤茶 | 거친 외모는 하나의 구반다 3이니 |
隣人賤之媒婆拒 | 이웃 사람도 그녀를 천하게 여기고 중매쟁이 할매도 거절하지. |
天姿爾豈麤而醜 | 타고난 자태가 어찌 못나고 추할까? |
生長貧窮至老去 | 빈궁한 데서 자라 늙어갔기 때문인걸. |
非可醜也伊可憐 | 추하진 않고 가련하기만 한데 |
向我掩面悲懷敍 | 나를 향해 얼굴은 가린 채 슬픈 정회를 서술하네. |
此懷非獨夔府女 | 이런 정회는 기주의 딸에 대할 뿐만 아니라 |
士居窮戹同悲憷 | 선비도 곤궁하게 살면 이 딸처럼 서글프고 위축되는 것을. |
蔡澤栖遲世看醜 | 채택 4이 한가로이 지냈던 것은 세상에 추하게 보여서 였고 |
蘇秦困悴人不與 | 소진이 곤궁하고 초췌했던 것은 사람이 함께 하지 않아서라네. |
地雖鍾英人失養 | 땅이 비록 영기를 모으지만 사람이 기름을 잃으면 |
嚬黛巫岑碧无語 | 눈썹 찡그린 무산도 푸르도록 아무말 없지. 『醉綠堂遺稿』 |
인용
- 표매(標梅) : 떨어지는 매화. 여기서는 이미 시집갈 나이가 지나가는 것을 뜻함. [본문으로]
- 탁문군(卓文君): 한(漢) 나라 임공(臨邛)의 부호인 탁왕손(卓王孫)의 딸로 무척 미인이었는데, 일찍이 과부가 되어 집에 있을 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그 집 잔치에 가서 거문고를 타며 음률을 좋아하는 탁문군의 마음을 돋우니 문군이 거문고 소리에 반하여 밤중에 집을 빠져 나와 사마상여의 아내가 되었다 한다. 『사기(史記)』 卷117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 [본문으로]
- 구반다(鳩盤茶): 불교어(佛敎語)로 옹기처럼 생긴 귀신을 말한다. 『민수연담(澠水燕談)』 [본문으로]
- 채택(蔡澤): 전국시대(戰國時代) 연(燕) 나라 사람으로 말을 잘하여 조(趙)ㆍ한(韓)ㆍ위(魏)에 유세하였으나 모두 쓰임을 받지 못하였다가 얼마 뒤에 진(秦)에 들어가 응후(應侯)의 인도로 진 소왕(秦昭王)에게 객경(客卿), 승상까지 되었더니, 그 뒤 남들에게 미움을 사게 되자 병을 핑계, 승상의 인(印)을 돌려주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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