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곡으로 돌아가는 이원을 보내며 쓰다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
한퇴지(韓退之)
득의하여 잘 은둔한 이원
반곡의 지형적 특징
太行之陽, 有盤谷, 盤谷之間, 泉甘而土肥, 草木叢茂, 居民鮮少. 或曰: “謂其環兩山之間, 故曰‘盤’,” 或曰: “是谷也, 宅幽而勢阻, 隱者之所盤旋.”
첫 번째 득의를 한 사람에 대해
友人李愿居之, 愿之言曰: “人之稱大丈夫者, 我知之矣. 利澤施于人, 名聲昭于時, 坐于廟朝, 進退百官而佐天子出令. 其在外則樹旗旄, 羅弓失, 武夫前呵, 從者塞塗, 供給之人, 各執其物, 夾道而疾馳. 喜有賞, 怒有刑, 才畯滿前, 道古今而譽盛德, 入耳而不煩. 曲眉豊頰, 淸聲而便體, 秀外而惠中., 飄輕裾, 翳長袖, 粉白黛綠者, 列屋而閑居, 妬寵而負恃, 爭姸而取憐. 大丈夫之遇知於天子, 用力於當世者之爲也. 吾非惡此而逃之, 是有命焉, 不可幸而致也.
두 번째 은둔한 사람에 대해
窮居而野處, 升高而望遠, 坐茂樹以終日, 濯淸泉以自潔. 採於山, 美可茹; 釣於水, 鮮可食, 起居無時, 惟適之安. 與其譽於前, 孰若無毁於其後; 與其樂於身, 孰若無憂於其心. 車服不維, 刀鋸不加, 理亂不知, 黜陟不聞, 大丈夫不遇於時者之所爲也, 我則行之.
세 번째 분주히 엿보는 사람에 대해
伺候於公卿之門, 奔走於刑勢之途. 足將進而趑趄, 口將言而囁嚅, 處穢汚而不羞, 觸刑辟而誅戮. 僥倖於萬一, 老死而後止者, 其於爲人賢不肖何如也.”
반곡에 사는 이원아! 장하구나
昌黎韓愈聞其言而壯之, 與之酒而爲之歌. 曰: “盤之中, 維子之宮, 盤之土, 維子之稼. 盤之泉, 可濯可沿, 盤之阻, 誰爭子所. 窈而深, 廓其有容, 繚而曲, 如往而復. 嗟盤之樂兮, 樂且無央. 虎豹遠跡兮, 蛟龍遁藏, 鬼神守護兮, 呵禁不祥. 飮且食兮, 壽而康. 無不足兮, 奚所望. 膏吾車兮, 秣吾馬. 從子于盤兮, 終吾生以徜徉.”
해석
반곡의 지형적 특징
太行之陽, 有盤谷,
태항산의 남쪽에 반곡이 있으니,
盤谷之間, 泉甘而土肥,
반곡의 사이에는 샘이 달고 토양이 비옥하며
草木叢茂, 居民鮮少.
초목이 무성함에도 사는 백성들은 드물었다.
或曰: “謂其環兩山之間,
그래서 어떤 이는 “두 산 사이에 둘러싸여 잇기 때문에
故曰‘盤’,”
‘반(盤)’이라고 합니다.”라고 하고,
或曰: “是谷也, 宅幽而勢阻,
어떤 이는 말한다. “이 골짜기는 터가 그윽하고 기세가 막혀
隱者之所盤旋.”
은둔하는 사람이 서성이는 곳입니다.”
첫 번째 득의를 한 사람에 대해
友人李愿居之, 愿之言曰:
벗 이원이 거기에 살고 있는데, 이원이 말했다.
“人之稱大丈夫者, 我知之矣.
“사람들이 대장부라고 칭송하는 사람을 나는 알고 있네.
利澤施于人, 名聲昭于時,
이로움의 혜택이 남들에게 베풀어지며 명성이 당시에 드러나
坐于廟朝, 進退百官而佐天子出令.
내직에 있을 때엔 여러 관리들을 등용시키거나 자르며 천자의 출령을 돕는다네.
其在外則樹旗旄,
외직에 있을 때엔 깃발을 세우고
羅弓失, 武夫前呵,
활과 화살을 진열하여 호위병이 앞에서 ‘물렀거라!’[辟除]하며
從者塞塗, 供給之人,
따르는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공급하는 사람들이
各執其物, 夾道而疾馳.
각각 그 물건을 잡고서 도로를 끼고 빠르게 달리지.
喜有賞, 怒有刑,
그래서 그가 기뻐하면 상을 주고, 성나게 하면 형벌을 내리며,
才畯滿前,
재주 있고 준걸한 사람들이 앞에 가득하여
道古今而譽盛德, 入耳而不煩.
고금을 말하고 자신의 성대한 덕을 기려 귀에 들려도 번거로워하지 않는다네.
曲眉豊頰, 淸聲而便體,
눈썹이 둥글고 뺨이 볼록한 여인들이 소리를 청아하게 하고 행동은 날쌔게 하며
秀外而惠中. 飄輕裾,
외모는 빼어나고 내면은 알차지. 가벼운 옷깃이 나풀거리고,
翳長袖, 粉白黛綠者.
긴 소매는 하늘 거려, 흰 분칠을 하고 녹색으로 눈썹을 칠하네.
列屋而閑居, 妬寵而負恃,
집에서 나열지어 있어 한가로이 살며, 총애를 다투고 믿음을 얻어
爭姸而取憐.
고움을 다투고 사랑을 취한다네.
大丈夫之遇知於天子, 用力於當世者之爲也.
이것은 대장부가 천자에게 인정되어짐을 만나 당세에 힘을 쓰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네.
吾非惡此而逃之.
나는 이것을 미워하여 도망친 것은 아니네.
是有命焉, 不可幸而致也.
이것은 운명이 있으니, 요행히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네.
두 번째 은둔한 사람에 대해
窮居而野處, 升高而望遠,
곤궁함에 살며, 들에 거하고 높이 올라 멀리 바라보며
坐茂樹以終日, 濯淸泉以自潔.
무성한 나무에 앉아 하루를 마치고 흐리고 맑은 샘물로 씻어 스스로 깨끗하게 하지.
採於山, 美可茹;
산에서 캐니 맛있어 먹을 만하고,
釣於水, 鮮可食,
물에서 낚시를 하니 신성하여 먹을 만하며,
起居無時, 惟適之安.
일어나 거함에 아무 때나 하여 오직 맘 가는 데에서 편안해하지.
與其譽於前, 孰若無毁於其後;
내 앞에서 칭찬받기보다는 어찌 뒤에서 헐뜯음이 없는 것만 하겠으며,
與其樂於身, 孰若無憂於其心.
몸으로 즐겁기보다는 어찌 마음으로 근심이 없는 것만 하겠는가?
車服不維, 刀鋸不加,
수레와 의복의 꾸밈에 얽매이지 않고, 칼과 톱의 형벌이 더해지지 않으며,
理亂不知, 黜陟不聞,
다스림과 어지러워짐을 알지 못하니, 축출되고 영전함을 듣지 못했으니
大丈夫不遇於時者之所爲也.
대장부가 때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네.
我則行之.
그러므로 나는 그것을 하겠네.
세 번째 분주히 엿보는 사람에 대해
伺候於公卿之門, 奔走於刑勢之途,
공경의 직책을 지닌 이의 문 앞에서 엿보고 기다리며, 권세의 길에서 분주하여
足將進而趑趄, 口將言而囁嚅,
발은 장차 나가려 하다가 머뭇거리고, 입은 장차 말하려다가 주저하여
處穢汚而不羞, 觸刑辟而誅戮.
더러운 것을 하면 서로 부끄러워하지도 않다가 형벌에 저촉되어 죽임을 당한다네.
僥倖於萬一, 老死而後止者,
요행히 만에 하나 늙어서 죽은 이후에야 그치는 사람은
其於爲人賢不肖何如也.”
그 사람됨의 어짊과 불초함이 어떠하겠는가?”
반곡에 사는 이원아! 장하구나
昌黎韓愈聞其言而壯之,
창려 한유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장하게 여겨
與之酒而爲之歌.
그에게 술을 따라주고 노래를 지어줬다.
曰: “盤之中, 維子之宮, 盤之土, 維子之稼. 盤之泉, 可濯可沿, 盤之阻, 誰爭子所. 窈而深, 廓其有容, 繚而曲, 如往而復. 嗟盤之樂兮, 樂且無央. 虎豹遠跡兮, 蛟龍遁藏, 鬼神守護兮, 呵禁不祥. 飮且食兮, 壽而康. 無不足兮, 奚所望. 膏吾車兮, 秣吾馬. 從子于盤兮, 終吾生以徜徉.”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盤之中 維子之宮 | 반곡의 가운데여 그대의 집이요, |
盤之土 維子之稼 | 반곡의 흙이여 그대가 농사짓는 곳이라네. |
盤之泉 可濯可沿 | 반곡의 샘이여 씻을 수 있고 거슬러 오를 수 있음이요, |
盤之阻 誰爭子所 | 반곡의 험함이여 누가 그대와 땅을 다투랴. |
窈而深 廓其有容 | 그윽하고 깊으니 넓고도 용납하여 주며, |
繚而曲 如往而復 | 감기고 굽었으니 가서 돌아오는 구나. |
嗟盤之樂兮 樂且無央 | 아! 반곡의 즐거움이 즐거워 다함이 없고, |
虎豹遠跡兮 蛟龍遁藏 | 호랑이와 표범의 자취가 멀어졌음이여 교룡이 은둔하여 감춰졌구나. |
鬼神守護兮 呵禁不祥 | 귀신이 지키고 보호함이여, 불상스러움을 혼내 금하도다. |
飮且食兮 壽而康 | 마시고 먹으니 장수하고 건강하며, |
無不足兮 奚所望 | 부족함이 없으니 어찌 바라랴? |
膏吾車兮 秣吾馬 | 나의 수레를 기름 치고 나의 말을 먹여, |
從子于盤兮 終吾生以徜徉 | 반곡에서 그대를 따라 나의 생을 마치도록 배회하리라.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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