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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50. 소화시평, 글쓰기 그리고 도전정신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50. 소화시평, 글쓰기 그리고 도전정신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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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시평, 글쓰기 그리고 도전정신

 

 

이미 여러 글에서 밝혔지만 참으로 막막했다. 한때 임용을 5년 정도 준비했다곤 하지만 임용공부란 게 그렇지 않은가. 자신을 좁디 좁은 공간에 유폐시켜 놓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도 오로지 임용공부라는 네 글자에 가둬놓는다. 그렇다고 제대로 공부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초반에야 이것저것 글을 보고 의미를 부여하며 공부를 하지만 그것 또한 어느 순간부턴 관성이 작용해서 하던 공부를 그저 해야만 하기에 들여다보는 정도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공부의 장수생에게 최고의 적은 바로 그와 같은 무맥락적이고, 무의미적인 공부란 활동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임용공부를 징하게 할 때에도 실력은 늘 제자리를 멤돌 수밖에 없었는데 막상 임용공부를 그만 두고 취직을 하고 부터는 아예 한문공부 자체를 하지 않게 됐다. 그렇게 7, 학교라는 현장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학교-교육-관계-도전-글쓰기에 대한 경험치는 엄청나게 축적됐지만 한문에는 완전히 잼병이 된 것이다. 그러니 예전엔 곧잘 알던 한자들도 서서히 까먹기 시작했고 한문 자체는 완전히 잊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한문임용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니, 이건 무식하기에 용감한 것인지, 머리가 이상해진 것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었다.

 

 

소화시평 스터디를 하며 한문을 정리하고 공부하는 맛을 서서히 알아가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소화시평 스터디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지도 모르면서 작년 411일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쯤 되면 용기 하나는 가상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권상 30 글을 나가고 있었고 그 수업 내내 엄청난 문화 충격을 받았었다. 그 문화충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내 한문실력이 이다지도 바닥인 건가?’하는 현실의 직면이었다. 한시가 해석되지 않는 건 너무도 당연했는데, 더 비참한 건 문장 자체도 해석이 되지 않아 뭔 말을 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눌 스님은 땅에서 넘어진 자 다시 땅을 짚고 일어나라[因地倒者因地起]’라는 말을 했었다. 그건 어찌 보면 넘어졌기에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바닥을 맛본 사람만이 그 바닥을 디딤돌 삼아 한층 도약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의 바닥을 맛본다는 건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고, ‘과연 내가 잘 할 수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정말 그 순간 지독히도 절망했고, 콱콱 막혀오는 답답한 현실에 버거워했었다.

그런데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절망의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숨겨놓는다는 사실이다. 매우 절망스러웠고 답답했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도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두 번째 문화충격이 등장한다. 막상 기분은 멜랑콜리한데도 교수님과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며 보는 한시의 맛은 달콤했다는 사실이다. 한시를 함께 읽으며 이런 맛에 한시를 음미하며 보는 구나라는 생각을 물씬할 수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한문은 어려운 것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맛들이면 깊은 맛이 저절로 느껴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나 자신을 자책하는 시간과 그럼에도 맛있게 느껴지는 한시의 매력에 푹 빠져 1년 정도를 보낸 것이다. 그 기간 동안에 소화시평은 상권을 끝내고 하권을 나가게 됐고, 스터디 후엔 이런 식으로 감상이나 느낌, 그리고 그 글을 통해 알게 된 내용들을 정리하게 됐다. 이 과정을 통해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나의 장점인 글쓰기가 한문공부와 만날 때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생각을 정리하고 앎에 대한 희열을 가시화하며 한 걸음씩 나갈 수 있게 하는지를 명확히 알게 한 것이다.

 

새 학기에 맞춰 다시 시작된 소화시평 스터디를 하면서 이렇게 자질구레한 이야기부터 서술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올해도 김형술 교수와 소화시평 스터디팀 아이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며 나의 장점을 잘 섞어가며 한 걸음씩 나갈 생각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서 한문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찾을 수 있었고 여러 생각들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올해도 이 과정을 함께 해나가면 또 다른 변화들이 찾아올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변해갈지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재밌고 신나게 그 과정 속에 빠져 들어보려 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은 소화시평 스터디를 처음할 때의 절망감은 눈 녹듯 사라져 희망이 어린다. ‘어드메로 흘러가, 또 무엇이 될 것인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일련의 과정은 축제의 장이 될 테니 말이다.

 

 

 

 

1월엔 매주 두 번씩 스터디를 했었다. 강행군이었지만 모두 자신이 할 몫을 충실히 했다. 멋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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