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인으로 대하고 사물을 사랑하는 방법
애물의(愛物義)
김시습(金時習)
각각의 타고 난 본성을 이루도록 하는 것
或問於余曰: “愛物之道奈何?” 曰: “不過各遂其性而已.”
『易』曰: “天地之大德曰: ‘生.’” 夫生生者, 天地之大德, 而欲生者, 萬物之本性. 故因萬物欲生之本性, 體天地生生之大德, 使物各遂其性, 而化育於深仁厚澤之中而已.
사물을 인하게 대우하는 방법
請詳論之, 人與物共生天地大化之間, 而民吾同胞, 物吾與也, 故人爲最, 物其次焉. 君子之於人也, 愛之而勿仁, 於物也, 仁之而勿愛.
語其仁之也, 則數罟不入洿池, 斧斤以時入山林, 魚不滿尺, 市不得鬻, 不麛卵, 祝綱失禽, 釣而不綱, 弋不射宿. 故『詩』曰: “彼茁者葭, 壹發五豝, 于嗟乎騶虞.”是也.
사물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語其勿愛也, 則舜使益焚山澤, 驅虎豹犀象而遠之, 春蒐夏苗, 秋獮冬狩, 鷄豚狗彘之畜, 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 『易』曰: “爲之網罟, 以佃以漁.”是也.
是故, 君子畜其禽獸者, 爲民之老病也; 爲之漁獵者, 爲供其宴祀也. 但斟酌其事之可宜, 不必仁而不殺, 殺而盡獲之爲得也.
故三旬不返, 怨太康之逸豫, 火烈具擧, 刺大叔之于田, 豈必殘忍暴殄爲哉. 欲其爲民除害, 以養其民也.
백성에게 인하게 대하는 방법
故語其次則曰: “仁民而愛物.” 語其重則曰: “傷人乎? 不問馬.” 此君子愛物之義也.
曰: “佛書以不殺爲戒.” 豈不是甚善. 曰: “殺禽獸, 只是爲民除害以養民.” 使民相食, 而曰: “不殺.” 有甚好事.
해석
각각의 타고 난 본성을 이루도록 하는 것
或問於余曰: “愛物之道奈何?”
혹자가 나에게 “사물을 사랑하는 방법은 어떠합니까?”라고 물었다.
曰: “不過各遂其性而已.”
“각각의 타고난 본성을 완수하는 데 불과할 뿐이다.”라고 말하겠다.
『易』曰: “天地之大德曰: ‘生.’”
『주역』에서 “천지의 큰 덕을 ‘생’이라 말한다.”라고 했다.
夫生生者, 天地之大德,
대체로 ‘생생(生生)이라는 것은 천지의 큰 덕이고
而欲生者, 萬物之本性.
살려 하는 것은 만물의 본성이다.
故因萬物欲生之本性, 體天地生生之大德,
그러므로 만물의 살려 하는 본성에 따라 천지의 생생한 큰 덕을 체득하고
使物各遂其性,
사물에게 각각 본성을 이루도록 하여
而化育於深仁厚澤之中而已.
깊은 인함과 두터운 은택 속에서 자라도록 할 뿐이다.
사물을 인하게 대우하는 방법
請詳論之, 人與物共生天地大化之間,
청컨대 자세히 논해보자면 사람과 사물은 천지의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에서 함께 태어났으니
而民吾同胞, 物吾與也,
백성은 나의 동포이고 사물은 나와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故人爲最, 物其次焉.
사람은 최고가 되고 사물은 다음이 되는 것이다.
君子之於人也, 愛之而勿仁,
군자는 사람에 대해서 사랑하긴 하지만 인하진 않고
於物也, 仁之而勿愛.
사물에 대해선 인하지만 사랑하진 않는다.
語其仁之也, 則數罟不入洿池,
인한 것으로 말한다면 촘촘한 그물을 구덩이에 들이지 않고
斧斤以時入山林,
도끼를 때에 따라 산림에 들이며(『예기(禮記)』 「곡례(曲禮)」 下),
魚不滿尺, 市不得鬻,
물고기가 한 척을 채우지 않으면 시장에서 팔 수 없고
不麛卵,
새끼와 알을 취하지 않으며
祝綱失禽,
그물에서 새를 놓아주길 빌고
낚시질을 하되 그물낚시는 하지 않으며 주살을 쏘되 잠자는 새는 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경』에서 “저 무성한 것은 갈대인데
壹發五豝, 于嗟乎騶虞.”是也.
한 발을 쏘아 다섯 암퇘지를 맞추니, 아! 추우로구나.”라고 했던 게 이것이다.
사물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語其勿愛也, 則舜使益焚山澤,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말한다면 순임금이 익에게 산과 못에 불을 놓아
驅虎豹犀象而遠之,
범과 표범과 무소와 코끼리를 내쫓아 멀리 가도록 한 것이고
春蒐夏苗, 秋獮冬狩,
봄의 수와 여름의 묘와 가을의 선과 겨울의 수와 같은 동물을 사냥하는 것이며
닭과 돼지와 개와 암퇘지를 길러 (번식하는) 때를 잃지 않으면
七十者可以食肉矣.
70대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易』曰: “爲之網罟, 以佃以漁.”是也.
『주역』에서 “그물을 만들어 사냥하고 물고기 잡는다.”고 한 것이 이것이다.
是故, 君子畜其禽獸者, 爲民之老病也;
이런 까닭으로 군자가 짐승을 기르는 것은 백성이 늙고 병듦을 위해서이고
爲之漁獵者, 爲供其宴祀也.
그들을 위해 물고기 잡고 사냥하는 것은 잔치와 제사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但斟酌其事之可宜,
다만 그 일이 마땅할 만한 가를 짐작해야 하고
不必仁而不殺,
인하게 한다고 하여 죽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殺而盡獲之爲得也.
죽인다고 하여 모든 획득한 것을 소득으로 삼는 것도 아니다.
故三旬不返, 怨太康之逸豫,
그러므로 30일에 돌아오지 않아 태강이 편안하게 즐김을 원망하고
火烈具擧, 刺大叔之于田,
불이 타오르면 함께 사냥하자고 한 것은 태숙이 사냥함을 풍자한 것이니
豈必殘忍暴殄爲哉.
어찌 반드시 잔인하고도 폭력적으로 사냥하리오.
欲其爲民除害, 以養其民也.
백성을 위해 해를 제거하려는 것은 백성을 봉양하려 해서다.
백성에게 인하게 대하는 방법
故語其次則曰: “仁民而愛物.”
그러므로 다음으로 말하자면 “백성에 인하게 하고 사물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語其重則曰: “傷人乎? 不問馬.”
중요한 것을 말하자면 “‘사람이 다쳤느냐?’라고 말하고선 말에 대해 묻지 않았다.”는 것이니
此君子愛物之義也.
이것이 군자가 사물을 사랑하는 뜻이다.
曰: “佛書以不殺爲戒.” 豈不是甚善.
“불경에선 죽이지 않는 것을 경계로 삼았다”고 했으니 어찌 매우 좋은 말이 아니겠는가.
曰: “殺禽獸, 只是爲民除害以養民.”
“짐승을 죽이는 것은 다만 백성을 위해 해를 제거함으로 백성을 기르기 위해서다.”라고 했으니
使民相食, 而曰: “不殺.”
백성에게 서로를 먹게 하면서 “너흴 죽이진 않겠다.”고 한다 해도
有甚好事.
매우 좋은 일이 있겠는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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