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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 - 어촌기(漁村記) 본문

산문놀이터/삼국&고려

권근 - 어촌기(漁村記)

건방진방랑자 2022. 7. 2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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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자리에 있되 강호를 품은 까닭

어촌기(漁村記)

 

권근(權近)

 

 

승승장구했음에도 강호에 뜻을 품은 공백공

漁村, 吾友孔伯共自號也. 伯共與余生年同月日後, 故余弟之. 風神踈朗, 可愛而親. 捷大科躋膴仕, 飄纓紆組, 珥筆尙璽, 人固以遠大期.

而蕭然有江湖之趣, 往往興酣, 漁父詞, 其聲淸亮, 能滿天地, 髣髴聞曾參之歌商頌. 使人胷次, 悠然如在江湖, 是其心無私累, 超出物表, 故其發於聲者如此夫

 

강호에 사는 즐거움을 말하다

甞一日語余曰: “予之志在於漁, 子知漁之樂也? 太公聖也, 吾不敢必其遇; 子陵賢也, 吾不敢兾其潔.

携童冠侶鷗鷺, 或持竹竿, 或棹孤舟, 隨潮上下, 任其所之, 沙晴繫纜, 山好中流, 炰肥膾鮮, 擧酒相酬.

至若日落月出, 風微浪恬, 倚船長嘯, 擊楫高謌, 揚素波而凌淸光, 浩浩乎如乘星査而上霄漢也.

若夫江煙漠漠, 陰霧霏霏, 揚蓑笠擧網罟, 金鱗玉尾, 縱橫跳踼, 足以快目而娛心也.

及夜向深, 雲昬天晦, 四顧茫茫, 漁燈耿耿, 雨鳴編篷, 踈密間作, 颼颼瑟瑟, 聲寒響哀. 息偃舟中, 神遊寥廓, 蒼梧而弔湘纍, 固有感時而遐想者矣.

花明兩岸, 身在畫中; 潦盡寒潭, 舟行鏡裏; 畏日流炎, 柳磯風細; 朔天飛雪, 寒江獨釣, 四時代謝而樂無不在焉

 

벼슬에 집착하는 사람들, 어부들과 다른 점

彼達而仕者, 苟冒於榮, 吾則安於所遇; 窮而漁者, 苟營於利, 吾則樂於自適. 升沉信命, 舒卷惟時, 視富貴如浮雲, 棄功名猶脫屣, 以自放浪於形骸之外. 豈若趍時釣名, 乾沒於宦海, 輕生取利, 自蹈於重淵者乎. 此予所以身簪紱而志江湖, 每托之於歌也, 子以爲如何?”

予聞而樂之, 因爲記以歸, 且以自觀焉.

洪武乙丑秋七月有日. 東文選卷之七十八

 

 

 

 

 

 

해석

 

승승장구했음에도 강호에 뜻을 품은 공백공

 

漁村, 吾友孔伯共自號也.

어촌(漁村)은 나의 벗 공백공의 자호다.

 

伯共與余生年同月日後, 故余弟之.

백공은 나와 태어난 해가 같지만 월일이 뒤이기 때문에 나는 그를 아우라 한 것이다.

 

風神踈朗, 可愛而親.

풍신이 트이고 명랑하여 사랑스러워 친해질 만했다.

 

捷大科躋膴仕, 飄纓紆組,

대과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올랐고무사(膴仕): ‘후한 봉록을 받는 높은 벼슬이란 뜻이다. 시경(詩經)소아(小雅) 절남산(節南山)자질구레한 인척들은 고위직에 등용하지 말라[瑣瑣姻亞, 則無膴仕.]”라고 하는 시구에 보인다. ()은 사위의 아버지이고, ()는 사위끼리 서로 부르는 말이며, ()는 후()하다는 뜻이다. 갓끈을 휘날리고 인끈을 두르며

 

珥筆尙璽, 人固以遠大期.

붓을 꽂고 옥새를 더하여 사람들이 진실로 원대하리라 기약하였다.

 

而蕭然有江湖之趣, 往往興酣,

그러나 쓸쓸히 강호의 취미가 있어 이따금 곤드레만드레하면

 

漁父詞, 其聲淸亮, 能滿天地,

어부사를 노래하면 그 소리 맑고도 밝아 천지를 가득 채울 수 있었으니,

 

髣髴聞曾參之歌商頌.

증삼이 상송을 노래한 걸 듣는 것에 가까웠다.

 

使人胷次, 悠然如在江湖,

사람의 가슴 속에 그윽하게 강호가 있는 듯하였으니

 

是其心無私累, 超出物表,

이것은 마음에 사적인 얽매임이 없어 사물의 겉으로 초탈하여 벗어났기 때문에

 

故其發於聲者如此夫

소리로 발출되는 것이 이와 같았던 것이다.

 

 

 

강호에 사는 즐거움을 말하다

 

甞一日語余曰: “予之志在於漁,

어느 날 하루는 나에게 말했다. “나의 뜻은 고기잡이에 있으니

 

子知漁之樂也?

자네는 물고기 잡는 즐거움을 아는가?

 

太公聖也, 吾不敢必其遇;

대체로 태공 여상은 성인이지만 나는 감히 그런 대우를 기필할 수 없고

 

子陵賢也, 吾不敢兾其潔.

자릉자릉(子陵): 본성은 장()이고, 이름은 광() 또는 준()이다. 젊었을 때 한() 광무제(光武帝)와 함께 공부했었는데, 광무제가 왕이 된 뒤 간의대부(諫議大夫)로 불렀으나 나가지 않고 부춘산(富春山)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뒷사람들이 그가 낚시하던 곳을 엄릉뢰(嚴陵瀨)라 불렀다.은 어진 사람이지만 나는 감히 그 깨끗함을 바랄 수 없네.

 

携童冠侶鷗鷺,

아이들과 벼슬하는 사람들을 끌고 갈매기와 해오라기와 벗하며

 

或持竹竿, 或棹孤舟,

혹은 대나무 낚시대를 가지고 혹은 짧은 배를 저으며

 

隨潮上下, 任其所之,

조수의 위아래로 따라 가는 것에 맡겨

 

沙晴繫纜, 山好中流,

모래톱에 메어두고 산의 좋은 중류에서

 

炰肥膾鮮, 擧酒相酬.

살찐 고기를 굽고 생선을 회로 쳐서 술을 들고서 서로 권하네.

 

至若日落月出, 風微浪恬,

해가 지고 달이 뜸에 이르면 바람은 잦아들고 물결은 잔잔해져

 

倚船長嘯, 擊楫高謌,

비에 기대 길게 휘파람 불고 노를 치며 높이 노래 부르며

 

揚素波而凌淸光,

흰 물결을 날리고 맑은 빛을 타오르니

 

浩浩乎如乘星査而上霄漢也.

쾌활하여 별의 뗏목에 타서 천상에 오르는 듯했네.

 

若夫江煙漠漠, 陰霧霏霏,

강에 안개가 짙어지고 어두운 연무가 깔려

 

揚蓑笠擧網罟, 金鱗玉尾,

도롱이와 삿갓을 날리고 그물을 던지면 금빛 비닐과 옥빛 꼬리를 지닌 고기들이

 

縱橫跳踼, 足以快目而娛心也.

종횡으로 펄떡거려 눈을 상쾌하게 마음을 즐겁게 할 만하네.

 

及夜向深, 雲昬天晦,

밤이 깊어짐에 이르러 하늘은 어두워지고 하늘은 새카매져

 

四顧茫茫, 漁燈耿耿,

사방은 아득한데 물고기 등만이 밝게 빛나

 

雨鳴編篷, 踈密間作,

비가 엮은 거룻배를 울려 성기거나 빽빽한 사이에서 일어나

 

颼颼瑟瑟, 聲寒響哀.

으슬으슬 소리는 서늘하고 울림은 애처롭기만 하네.

 

息偃舟中, 神遊寥廓,

배에 누워 쉬면 정신이 쓸쓸하고 고요하여

 

蒼梧而弔湘纍,

순임금이 죽은 창오를 회상하며 두 딸 눈물 흘린 상수에 조문하니

 

固有感時而遐想者矣.

진실로 이때에 감응하여 사색하게 되는 구나하상(遐想): 멀리 내다보는 생각 멀리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다 사색하다 높고 먼 이상(理想).

 

花明兩岸, 身在畫中;

봄에 꽃이 양 언덕에서 분명하니 몸이 그림 속에 있는 것 같고

 

潦盡寒潭, 舟行鏡裏;

가을에 폭우가 다해 연못이 차가워지면 배로 거울 속으로 다니는 듯하고

 

畏日流炎, 柳磯風細;

여름에 두려운 햇살에 폭염을 흘려 버드나무 낚시터에 바람이 조금 불며

 

朔天飛雪, 寒江獨釣,

겨울에 북쪽 하늘에 눈이 날리니 차가운 강에서 혼자 낚시질 하니

 

四時代謝而樂無不在焉

사계절이 번갈아 바뀜에 즐거움이 여기에 있지 않은 적이 없었네.

 

 

 

벼슬에 집착하는 사람들, 어부들과 다른 점

 

彼達而仕者, 苟冒於榮,

저 영달하여 벼슬하는 사람들은 구차하게 영예에 무릅쓰지만

 

吾則安於所遇;

나는 만나는 것에 편안해하며

 

窮而漁者, 苟營於利,

곤궁하게 물고기 잡는 사람들은 구차하게 이익에 영위하지만

 

吾則樂於自適.

나는 자적함에 즐거워하네.

 

升沉信命, 舒卷惟時,

영전과 좌천은 운명에 맡기고 출세와 은둔은 때에 따라

 

視富貴如浮雲, 棄功名猶脫屣,

부귀 보기를 뜬 구름처럼 하고 공명 버리기를 헌신 버리듯 하여

 

以自放浪於形骸之外.

스스로 몸뚱이 바깥에서 방랑하네.

 

豈若趍時釣名, 乾沒於宦海,

어찌 시속에 따라 명예를 낚으며 벼슬의 바다에서 남의 것을 빼앗아건몰(乾沒): 남의 물건을 거저 빼앗음.

 

輕生取利, 自蹈於重淵者乎.

생명을 가볍게 하고 이익을 취해 스스로 깊은 연못에 빠지겠는가.

 

此予所以身簪紱而志江湖,

이것은 내가 몸은 벼슬잠불(簪紱): 고대 관원의 복식(服飾)인 머리 장식 비녀와 실로 만든 허리띠로 현귀(顯貴) 혹은 사환(仕宦)의 뜻으로 쓰인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싸늘한 바람이 남악을 휘몰아치매, 그대 총애받은 것을 깜짝 놀라는 듯.[涼颷振南嶽 之子寵若驚]”이라는 비슷한 시구가 보인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19 동원사군용릉행(同元使君舂陵行)에 두었지만 강호에 뜻을 두고서

 

每托之於歌也, 子以爲如何?”

매번 노래에 의탁한 까닭이니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予聞而樂之, 因爲記以歸,

나는 듣고 기뻐했기에 기문을 지어 돌려보냈고

 

且以自觀焉.

또한 스스로도 보려 한다.

 

洪武乙丑秋七月有日. 東文選卷之七十八

홍무 을축(1385)년 가을 7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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