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양역(良役)이 인민 아낙에게 준 고통을 담다
이 시는 양역(良役)이 인민 일반에 준 고통을 여성의 입장에서 접근한 점이 특이하다. 서두에서 산문으로 시를 짓게 된 동기 및 주제가 무엇인지 간략히 밝히고 있다. 이 시는 3부로 구성되었다.
사람들이 너나없이 딸을 천히 여기고 아들을 귀하게 아는 것은, 부계사회(父系社會)로 들어선 이래 완고한 통념이다.
그런데 제1부 첫머리서 불쑥 “아들이 딸만 못하다[生男作良丁 盡道不如女]” 여긴다는 것이다. 인류의 완고한 통념을 교란시킨 이 사태는 여성의 지위가 상승한 데 기인했던 것이 아니고 요는 여성에겐 양역을 지우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하지만 양역의 고통은 남성만의 고통이 아니고 그대로 여성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시가 제기한 문제점이다.
제1부에서 이처럼 문제의 소재를 선명히 한 다음, 그 사례의 하나를 제시해서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인식시키고 있다. 즉 죽은 남편과 아들이 다 사망자로 처리되지 않아 두 죽은 혼의 역(役)을 져야 하는 것이 작중 홀어미의 경우다.
제3부에서 시인은 이런 억울하고 궁박한 여자에게 아무런 도움도 베풀지 못하는 처지에 마음 아파하면서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국역(國役) 편성의 제도적 원칙을 긍정하는 자기 한계를 나타내지만 “삼백하고 육십 고을에 / 고을마다 이런 억울한 일 얼마나 많으랴[三百復六十 邑邑幾丁口]”라고 위에 든 사례가 보편화된 현상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뱃속에 든 아기까지 등록시킨다고 부정(不正)이 날로 심해가고 있음을 덧붙인다. 모순의 확산ㆍ심화를 보여준 정점에서 시는 “장부에 홀어미 먼저 처리해다오[成冊先嫠母]”라고 문제의 출발점을 환기하면서 끝맺는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261쪽
산문 | 황구첨정(黃口簽丁)이 어느덧 일상이 되다 |
1 | 나라의 살림이 어린아이를 착취한 데서 나오다 |
2 | 죽은 남편과 자식에게까지 백골징포(白骨徵布)하다니 |
3 | 아낙의 애통한 사연, 관리들이 먼저 해결해주었으면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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