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盈三載, 景龍三年己酉四月八日, 聖德王卽位八年也.
日將夕, 有一娘子年幾二十, 姿儀殊妙, 氣襲蘭麝, 俄然到北庵(『鄕傳』云南庵), 請寄宿焉, 因投詞曰: ‘行逢日落千山暮, 路隔城遙絶四隣. 今日欲投庵下宿, 慈悲和尙莫生嗔.’
朴朴曰: ‘蘭若護凈爲務, 非爾所取近. 行矣, 無滯此處! 閉門而入. (『記』云: ‘我百念灰冷, 無以血囊見試.’)
娘歸南庵(『傳』曰北庵), 又請如前, 夫得曰:‘ 汝從何處, 犯夜而來?’
娘答曰: ‘湛然與太虛同體, 何有往來! 但聞賢士志願深重, 德行高堅, 將欲助成菩提.’
因投一偈曰: ‘日暮千山路, 行行絶四隣. 竹松陰轉邃, 溪洞響猶新. 乞宿非迷路, 尊師欲指津, 願惟從我請, 且莫問何人.’
師聞之驚駭, 謂曰: ‘此地非婦女相汚. 然隨順衆生, 亦菩薩行之一也. 況窮谷夜暗, 其可忽視歟!’
해석
未盈三載, 景龍三年己酉四月八日, 聖德王卽位八年也.
3년이 채 못 된 경룡 3년 기유(709)년 4월 8일은 성덕왕 즉위 8년이었다.
日將夕, 有一娘子年幾二十,
날이 저물려 하니 나이 거의 스무살인 한 낭자가 있었는데
姿儀殊妙, 氣襲蘭麝,
자태와 위의가 매우 오묘했고 기운엔 난초와 사향의 향기가 나
俄然到北庵(『鄕傳』云南庵), 請寄宿焉,
갑자기 북암(『향전』에선 남암이라 했다)에 이르러 재워주길 청하며
因投詞曰: ‘行逢日落千山暮, 路隔城遙絶四隣. 今日欲投庵下宿, 慈悲和尙莫生嗔.’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行逢日落千山暮 | 가다가 해 지고 온 산이 어두워짐을 만났는데 |
路隔城遙絶四隣 | 길은 격절되고 성은 멀어 사방이 끊어졌죠. |
今日欲投庵下宿 | 금일 암자에서 투숙하려 하오니, |
慈悲和尙莫生嗔 | 자비로운 스님은 화내지 마십시오. |
朴朴曰: ‘蘭若護凈爲務, 非爾所取近.
박박이 말했다. ‘난야(절)는 청정을 보호하는 걸 힘쓰는 곳이니 당신이 가까이 올 곳이 아닙니다.
行矣, 無滯此處!
가시고 이곳에서 지체치 마시오!’
閉門而入.
박박이 문을 닫고 들어갔다.
(『記』云: ‘我百念灰冷, 無以血囊見試.’)
(『기』에서 말했다. ‘나는 온갖 생각이 재처럼 식었으니 혈기로 시험하지 말라.’)
娘歸南庵(『傳』曰北庵), 又請如前,
낭자는 남쪽 암자(『향전』에선 북쪽 암자)로 돌아와 또한 전과 같이 청했다.
夫得曰:‘ 汝從何處, 犯夜而來?’
부득이 말했다. ‘그대는 어느 곳에서부터 밤인데도 왔는가?’
娘答曰: ‘湛然與太虛同體, 何有往來!
낭자가 대답했다. ‘담연과 태허는 동체이니 어찌 오고 감이 있으리오.
但聞賢士志願深重, 德行高堅,
다만 어진 선비의 뜻이 깊고 무거우며 덕행이 높고 견고하다는 걸 듣고서
將欲助成菩提.’
장차 도와 보리(깨달음)를 이루려 합니다.’
因投一偈曰: ‘日暮千山路, 行行絶四隣. 竹松陰轉邃, 溪洞響猶新. 乞宿非迷路, 尊師欲指津, 願惟從我請, 且莫問何人.’
한 게송을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日暮千山路 行行絶四隣 | 해 저무니 온 산의 길이 가도 가도 사방이 끊어졌네. |
竹松陰轉邃 溪洞響猶新 | 대나무 소나무 그늘은 더욱 그윽해졌고 골짜기의 시냇물 소리 오히려 새로워졌네. |
乞宿非迷路 尊師欲指津 | 숙박 구걸하러 길 잃은 게 아니라 스님 높여 일깨워주려 해서라네. |
願惟從我請 且莫問何人 | 원컨대 나의 부탁을 따르고 또한 어떤 사람인진 묻지 마시라. |
師聞之驚駭, 謂曰:
부득 선사가 듣고 놀라며 말했다.
‘此地非婦女相汚.
이곳은 여인이 서로 더럽힐 곳이 아닙니다.
然隨順衆生, 亦菩薩行之一也.
그러나 중생을 따라 순조암이 또한 보살행의 하나입니다.
況窮谷夜暗, 其可忽視歟!’
하물며 궁벽한 골자기에 밤이 어두워졌으니 소홀히 볼 수 있겠습니까.’
乃迎揖庵中而置之.
이에 암자로 맞이하고 읍하며 그녀를 두었다.
인용
1화: 백월산의 위치와 이름의 유래
2화: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인간세상에서 잘 살다가 은둔할 생각을 하다
6화: 박박도 성불하고서 함께 떠나다
7화: 백월산의 두 부처를 평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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