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감 선거에 만난 아이들
그 길을 따라 가다가 중장초등학교를 지날 때였다. ‘안내’라고 적힌 띠를 두른 아이들이 교문 앞에서 봉지라면을 먹고 있더라. 쉴 시간도 되었고 그 아이들이 신기(?)하기도 해서 아이들 옆에 앉았다. 낯선 사람이 바로 옆에 떡하니 앉았는데도, 아이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라면을 허겁지겁 먹기만 한다.
건빵이 만난 사람⑥: 한국교육의 문제점, 헛지식 양산소
그래서 “점심시간이 바로 코앞인데 설마 그걸로 점심을 때우려는 건 아니지?”라고 말을 붙였다. 한 아이가 “1시까지 이렇게 서있어야 해서요. 간식으로 먹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계기로 서로 궁금한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단다. 오늘은 충남교육감 선거일이라 공주지역 학교는 모두 쉬는데 자신들은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 거란다.
그 녀석들은 내가 국토종단을 한다는 소릴 듣고 잔뜩 신기해한다. 그래서 지도를 펴놓고 걸어온 길을 표시해가며 알려줬다. 그랬더니 일제히 “에이~ 지도를 보면서 어떻게 길을 찾아가요. 그건 말도 안 되요”라며 믿으려 하지 않더라. 하긴 나도 목포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지도를 보며 길을 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몰랐었다. 그래서 실컷 걸었음에도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실수도 해보고, 다른 곳을 향해 가면서 제대로 가고 있다고 착각도 해보았으니, 아이들의 그런 반응이 이해가 됐다.
그러고 보면 이게 우리 교육의 한계가 아닐까. 지도를 보며 등고선(等高線)이 어떤 의미인지, 척도(尺度)가 어떤 의미인지 배우고 각종 표시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배운다. 하지만 개념적인 이해에 그치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으니, 그건 ‘헛 지식’에 불과하다. 이건 단순히 지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지식들이 그렇다. 배운 것도 많고, 알게 된 것도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에게 으스대기 위해서,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만 필요할 뿐, 그 외엔 크게 의미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한 지식, 삶을 풍요롭게 다듬는 지식은 더욱 더 요원해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늘 실제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지식만 익히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단지 어떤 것을 배웠다면 그걸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걸 통해 다양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럴 때에야 배우는 즐거움이 뭔지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건빵이 만난 사람⑥: 나누는 기쁨을 아는 아이들
아이들은 나의 이야기를 한참 듣더니, 자신들이 먹으려고 산 쵸코파이를 하나씩 주더라. 처음에 한 녀석이 주니깐, 그걸 보고서 몇 명이서 덩달아 줬다. 그러니 어느새 내 몫이 다섯 개나 되었다. 한참 단 게 먹고 싶을 때고 늘 양이 부족할 때인데도, 그렇게 챙겨주는 마음씨가 고마웠다.
거기에 한술 더 떠 한 명은 아예 나에게 봉사하기로 맘먹었나 보다. 배낭에 있던 물병을 보고서 자신이 직접 물을 떠다주겠다며 가져갔으니 말이다. 나는 인심 쓴 김에 제대로 인심 쓰라며(?) 커피 심부름까지 시키는 ‘악랄함’을 발휘했다. 지난 일요일엔 교회에서 처음 보는 학생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더니,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그런 정도는 애교로 해줄 수 있는 거라 생각했기에 말한 것이다.
물병에 물을 꽉 채워왔고 커피까지 타왔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사탕까지 한 움큼 챙겨왔다. 아주 센스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고맙다고 말을 하고 “너희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뭔 줄 알아? 지금부턴 너희들이 그걸 먹을 수 있게 해줄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래도 쵸코파이도 받고 이런저런 환대까지 받으니, 나도 무언가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배낭에서 육포를 빼서 아이들에게 줬다. ‘설마 어른들이 술안주로나 먹는 것인데, 먹어 봤겠어?’라는 생각으로 그런 식의 너스레를 떤 것인데, 아이들은 다들 먹어봤다고 하더라.
아이들과 그렇게 몇 분 동안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놀다가 다시 출발했다. 이 녀석들에게 말을 걸지 않고 지나쳤다면 매우 아쉬울 뻔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들, 어쩌면 다신 볼 수 없는 인연들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귀한 인연들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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