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들
오늘 들어간 교회는 중간 규모의 교회였다. 그 옆에 작은 교회도 있어서 그리로 가려 했는데,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를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더라. 시간도 거의 11시가 되었던 터라 눈앞에 보이는 큰 교회로 들어갔다.
건빵이 만난 사람⑭: 일심교회에서 만난 사람들
무슨 말씀을 들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예배가 끝나고 나를 챙겨주려는 분이 있었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이라던데 내 또래처럼 보였다. 과외를 하신다던 분. 밥 먹을 때도 내 옆자리에 와서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더라. 아내분은 나랑 동갑이란다^^ 그리고 그 둘의 작품인 딸까지~ 부러운 가족의 모습이었다. 밥을 다 먹자, 커피까지 뽑아주시더라. 어색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인데도 그렇게 성심껏 챙겨주시니깐 참 좋았다.
양치를 하고서 교회를 나서려 하는데 목사님께서 나오시는 거다. 그때 “여행 중에 뭐 필요한 거는 없으세요?”라고 물으셨다. 갑작스런 질문에 얼마나 당황했던지. ‘필요한 거야 엄청 많죠’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하지 않고 “아니요, 좋은 시간 보낸 것만으로 충분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목사님께서 봉투를 내미시더라. 돈을 받아본 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받는 건 처음이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양했는데 결국 어쩔 수 없이(?) 받았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이 든다. ‘나도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베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 말이다. 나를 통해 축복이 흘러다니는 ‘축복의 통로’로 살고 싶다. 더불어 살 때 그 삶은 더 아름다운 걸 테다. 노자의 사상인 ‘살게 해줬지만 소유하진 않는다[生而不有]’ 그게 바로 내 삶의 컨셉이다. 많은 돈을 나누기 위해 많은 돈을 벌게 해달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건 어찌 보면 남에게 생색내기 위한 겉치레 밖에 되지 않는다. 적은 돈일지라도 함께 나누며 살고 싶은 거다. 목사님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서 교회를 나왔다.
‘오르막 길 끝’이란 팻말의 농간
오늘 가는 길은 강원도라는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길이었다. 춘천에서 화천으로 향하던 길로 오봉산을 넘어야 했다. 꼬불꼬불한 도로로 산을 빙빙 돈다. 산을 타고 넘는 길이라 걷는 재미도 있었고 운치도 있었다. 하지만 쉴 만한 장소가 없다는 게 아쉽더라.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의를 입고서 걸었다.
그런데 이 길을 오르다 보니 이상한 게 보이더라. ‘오르막 길 시작’이란 팻말이 보이고 한참을 걸으니 ‘오르막길 끝’이란 팻말이 보였다. 그 팻말을 보고서 활짝 웃었다. 오르막길은 힘들기에 ‘이제부터 내리막길이 나오나 보다’라고 생각한 탓이다. 그런데 그 팻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심지어 조금 더 걸으니 ‘오르막길 시작’이란 팻말이 다시 나오는 게 아닌가.
‘오르막길 끝=내리막길 시작’이라 받아들인 내가 이상한 걸까? 아무튼 그런 팻말의 농간은 연거푸 3번 정도 계속 되었다. 차라리 그런 말이 써있지 않았으면 기대나 안 하지. 이건 뭐니? 괜히 기대하게 만들어 기운을 다 빼버리고 말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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