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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110. 삼박자가 다 갖춰진 최고의 여행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110. 삼박자가 다 갖춰진 최고의 여행

건방진방랑자 2021. 2. 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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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가 다 갖춰진 최고의 여행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간성을 지났고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동해의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수평선이 보이고 청명한 파란빛을 띤 동해의 장관이란 지금껏 상상해왔던 그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이런 동해의 장관을 보기 위해 걸어왔다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풍경이었다. 바람은 어찌나 시원하던지 햇볕을 받으며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몸이 금세 식어서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며 한 걸음씩 걸었다.

서해는 광활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규모가 좀 큰 호수 같은 느낌에다가 바닷물도 깨끗하지 않아 실망이 컸었다. 그런데 동해는 서해와는 180도 달랐고 거기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힘껏 밀려오는 파도의 힘도 장난 아니더라. 살아 꿈틀거리는 거대 생물체와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보는 동해의 거침없는 생명력에 넋을 놓고 구경하고 즐겼다.

 

 

▲ 드디어 처음으로 동해에 왔다. 기대 이상의 감흥이 있던 곳.

 

 

 

회국수를 먹고 누룽지를 얻다

 

점심은 회국수를 먹었다. 그걸 시키면서 국물이 많은 음식을 생각했다. 회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시원한 국물을 마시며 회까지 먹을 수 있다고 상상하며 시킨 것이다.

그런데 막상 나온 음식엔 국물이 없더라. 회와 국수의 버무림이었다. 미역과 해초들이 듬뿍 들어가서 바다의 향이 물씬 느껴지는 맛이다. 건물의 유리 너머로 동해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과 입으로 바다가 들어온다라는 표현이 가능했던 곳이다. 음식 한 그릇으로 난 동해를 온몸으로 맛보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돈이 아깝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단지 바다음식 특유의 비릿한 맛이 익숙하지 않던 터라 꾸역꾸역 먹어야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쨌든 다 먹고 커피를 뽑아 바다를 보며 마시고 있으니 아주머니께서 누룽지라도 싸줄까?”라고 물으신다. 그 덕에 난 맛있는 간식까지 얻게 되었다. 오늘은 왜 이리 운이 좋은 거지.

 

 

▲ 회국수를 시키며 물회를 상상했었다. 시원하게 후루룩 먹을 수 있는 것을 생각했는데, 전혀 달라 놀랐다.

 

 

 

삼박자가 다 갖춰진 최고의 여행이 될거 같다는 예언

 

오늘은 거진읍을 지나 대진면에 들어가 잘 수 있는 교회를 찾아야 한다. 거진읍은 어찌나 발전되어 있던지 오히려 고성군청이 있는 간성읍보다 더 번화한 것 같더라. 건물들도 많았고 사람들도 많았다. 거기서 1시간 반 정도를 더 걸어 대진면에 도착했다. 하늘은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어둑어둑해지고 있더라. 아까까진 그렇게 환하더니 어두워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이 순간만큼은 비가 오지 않길 바라며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우의를 꺼내 입고 배낭의 짐들을 모두 비닐로 싸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니 말이다.

대진면에 들어서서 한참 걸으니 저 멀리 십자가가 보인다. 저기다 싶어 무작정 걸어 교회로 들어갔다. 올라가니 건물을 짓고 있는 곳에 목사님이 계시더라. 목사님께 이야기를 하니, 바로 승낙해 주셨다. 이렇게 단번에 허락해주니 정말 행복했다. 그러게 내가 뭐랬는가? ‘오늘은 삼박자가 다 갖춰진 최고의 여행이 될 듯하다지 않았는가. 마음대로 모든 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내 마음을 벗어나는 것도 아닌 순간이었다.

 

 

▲ 바다에서 놀았다. 막힌 게 활짝 트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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