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② 불안을 극복하는 두 가지 자세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두 가지 불안이 지닌 ‘근시안적인 삶의 태도’가 ‘이해타산적인 경제관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순간, 한 순간에만 집중한다. 내가 이 사람에게 얼마를 베풀었으니 이 사람도 나에게 얼마를 되갚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푼, 한 푼 돈을 쓰는 것에 극도로 민감해지고 관계도 피상적이게 된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과연 좋은 관계인가? 누구도 그런 관계가 좋다고 말하진 못할 것이다.
생이불유(生而不有)의 삶의 자세
그렇다면 이런 관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또한 ‘근시안적인 관점’을 벗어나 ‘원시안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베풀어 얼마를 손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로 됐다. 그 과정을 통해 이미 행복을 누렸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이해타산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는 순간 삶은 더욱 다양한 가치를 향해 뻗어가기 시작한다. 삶은 그래서 미묘하다. 모든 것은 돌고 돌기 때문에 돈 또한 그러한 것이다. 오히려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생색내려 하지 않고 소유를 주장하려 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 많은 위안과 행복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이걸 노자(老子)식으로 말하면 ‘생이불유(生而不有)’다. 무언가 일은 하여 좋은 결과를 냈다 할지라도, 그것에 대해 보답을 바라지 않는, 나의 노력을 주장하지 않는 마음씨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얼마를 썼다’는 사실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돈을 쓸 것인지?’하는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내가 움켜쥐면 그건 종잇조각에 불과하지만 필요한 곳에 쓰면, 그건 화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법이다.
인생의 셈법 체득하기
여행을 통해 깨달은 건, 바로 그와 같은 인생의 셈법이다. 내가 이렇게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인생의 셈법 때문에 가능했다. 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
여행을 시작할 때 여행 중에 돈이 부족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떠나보니 그런 ‘걱정’과 ‘불안’이 얼마나 쓸데없는 것인지 알겠더라. 그렇다고 내가 잘났기 때문에 도움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그건 삶이 가진 인간세계의 비밀과 연관된 비의(秘義)와 관련이 있다.
모두 다 말은 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어하고, 같이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분들이야말로 ‘지금 이 시기란 관점’을 넘어 ‘한 평생이란 관점’으로, ‘너와 나의 주고받음’을 넘어 ‘모든 관계의 주고받음’이란 관점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계셨던 것이다. 난 그분들을 통해 그와 같은 ‘인생의 셈법’을 체득할 수 있었다. 그 후론 한 순간의 시간에 조급해하지 않았고 한 푼, 한 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았다.
바로 이와 같은 마음이 대학에 막 들어온 신입생들에게,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음을 지닐 때 신입생들은 대학을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장’으로 느끼게 될 것이고 고시생들은 고시공부를 통해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아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관점이 바뀐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이 ‘걱정’에서 ‘행복’으로 바뀌었듯, 인생 또한 그렇게 달라졌다.
인용
'연재 > 여행 속에 답이 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년 국토종단 - 118. 재편집기① 나와 공명한 흐름이 글로 담기다(15.06.09.화) (0) | 2021.02.12 |
---|---|
2009년 국토종단 - 117. 에필로그③ 인생의 셈법으로 살아갈 삶을 기대하며 (0) | 2021.02.12 |
2009년 국토종단 - 115. 에필로그① 두 가지 불안(10.03.01.월) (0) | 2021.02.12 |
2009년 국토종단 - 114. 국토종단이 끝나던 순간에 들은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소식 (0) | 2021.02.11 |
2009년 국토종단 - 113. 철조망과 출입신고소 (0) | 2021.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