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봤기에 낮은 자의 자세로 다가가다
목사님이야말로 삶의 다종다양한 아픔이나 슬픔을 맛들인 분이셨다.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까지 다양한 일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사람여행⑧: 넘어선 자의 여유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뼈가 으스러지고 반신불수가 되었단다. 몸도 아프셨겠지만 그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은 얼마나 더 아프셨을까. 목사님은 종교인이기에 보통 종교인처럼 기도와 말씀에 의지한 채 살았어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무기력한 삶(신앙심 가득한 삶)을 택하진 않으셨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재활치료에 집중했고 몸이 조금씩 낫자, 아예 훌훌 털고 여행을 다니셨다.
그 결과 지금은 언제 아팠냐는 듯 멀쩡해 보인다. 운동도 하시고 여행도 다니시면서 보통 사람보다도 더 건강하게 사신다.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부딪혀 넘어서는 순간,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닉 부이치치(Nicholas James Vujicic)와 공통점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늘 직면하지 못하고 회피하며 살아온 내 삶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사람여행⑧: 열린 마음, 열린 관계
대부분의 목사님은 바로 옆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과 친하지 않다. 서로 뺐고 빼앗기는 관계이니 친하긴커녕, 험담하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목사님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목사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 “내가 이곳에서 터를 잡고 있는 터줏대감 같은 존재잖아요. 그러니 타지에서 온 목사님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챙겨주는 거지.”라고 말씀하신다.
마음을 열고 손을 먼저 내민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대접받긴 쉬워도 대접하며 살긴 어려운 법인데, 목사님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허심탄회함은 일반인들을 대할 때도 드러났다. 보통 목회자들은 술 마시는 모임을 멀리한다. 자신의 신앙관을 고집하다 보니,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목사님은 같이 참석해서 술 마시는 척하며 같이 어울린다고 하셨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되 조금씩 융통성 있게 행동하면 되지. 그런 자리에 같이 한다고 신앙심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뭘. 굳건한 중심이 있으면 융통성을 보인대도 괜찮아.”라고 하셨다.
이 말을 듣고 있으니 『논어(論語)』 「자장(子張)」 11장에 나오는 “큰 덕이 한계를 넘지만 않으면 작은 덕은 출입하여도 괜찮다[大德不踰閑 小德出入可也].”라는 구절이 생각나더라. 이런 모습이야말로 목회자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목회자란 사람을 가려선 안 된다.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목회자도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 그 사람 자체로 판단하고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선악으로 사람을 판단할 것 다 판단하고, 자신과 맘 맞는 사람인지 다 분별하면, 사람은 누가 키울 거야? 사람은?(‘두분토론’ 패러디)
지금은 잠자기 바로 전이다. 밖에선 비가 내린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다. 잘 곳이 있으니 이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지만, 막상 잘 곳을 구하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면 이 소리가 절망스럽게 들렸겠지.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감사하다. 이곳까지 오게 됐지만 그런 헤맴 ‘덕에’ 좋은 목사님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22:35)
지출내역
내용 |
금액 |
없음 |
0원 |
일일 총합 |
0원 |
총 지출 |
44.500원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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