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 국도를 따라가며 겪은 천안과 아산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길을 나섰다. 21번 국도를 따라 아산까지 가는데 이 길은 차량 통행이 많은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는 건 천안에 비해 아산의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주와 김제의 차이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고통도 짜증도 여행의 한 부분
21번 국도는 역시나 차만을 위한 길이었다. 자동차 전용도로처럼 중앙선과 외벽이 있어서 바깥과 격리되어 있다. 경치를 구경하거나 사람을 구경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이니 걷는 데만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에 귀는 먹먹하고 쉴 곳도 마땅치 않아 계속 걷기만 하니, 발바닥은 아파오기 시작했다. 동해안의 7번 국도를 걸을 때 느꼈던 짜증이 다시 밀려온다.
이처럼 자동차 소음에 시달리다 보면 도보여행에 대해 회의감도 든다. ‘그깟 차에 시달리려고 여행을 떠났단 말인가’하는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 이런 고생이야말로 여행의 본모습이라는 것을 말이다. 최악의 상황을 견뎌내고, 예측치 못한 현실에 맞닥뜨리는 게 바로 여행의 본질이다. 이를 악물고 걷고 또 걸었다. 천안만 벗어나면 그나마 좀 한가해지겠거니 하는 기대감을 품고서 맹렬히 걸었다.
천안과 아산은 큰 도시였다더라
천안에 막상 들어서니, 이건 뭐 아파트 공화국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더라.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를 보니 답답해지기까지 했다. 아파트 일색의 광경을 도시의 풍경이라 할 수 있는 진 모르지만, 먼 훗날 후손들이 이런 광경을 보고 뭐라고 할까. 지금 우리가 각 지역의 관광지에 가서 느끼는 것과 같이 ‘선조들의 위대함’에 찬탄할 수나 있을까. 오히려 욕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천안의 외곽도로로 지나가는 데도 한참이나 걸리더라.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도시였다. ‘여기만 벗어나면 좀 한적해 질 거야’라는 기대를 하며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나의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산도 천안 못지않은 곳이었다. 아산 초입길엔 신도시 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도로를 직선화하기 위해 여기저기 공사를 하고 있었고 아파트도 여러 군데 짓고 있었다. 공사 현장이니 걷기도 불편했고 차량 통행이 많으니 이래저래 신경을 써야 했다. 이거 원 하루종일 스트레스만 실컷 받다가 끝나려나.
그런데 웃긴 일은 오히려 아산의 외곽은 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섰고 배방면도 면답지 않게 고층건물이 여기저기 들어섰는데 오히려 가장 복잡할 것이라 상상했던 아산 시내는 쇠락한 옛 도시의 풍취가 났다는 사실이다. 중소도시 특유의 분위기는 오히려 시내에서 났고 외곽에선 급팽창하는 도시의 분위기가 났다. 이런 점으로 봤을 때 아산도 원래는 큰 도시가 아니었을 것이다. 천안아산역이 생기고 역세권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그리된 것이리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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