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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88. 온양 재림교회에 둥지를 틀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88. 온양 재림교회에 둥지를 틀다

건방진방랑자 2021. 2. 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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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 재림교회에 둥지를 틀다

 

 

아산에 들어서자마자 재림교회가 어디에 있는지 경찰서를 찾아갔다. 확인해 보니 아산에만 네 군데에 교회가 있더라. 여순경의 친절한 답변으로 시내에 있는 교회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럴 땐 스마트폰이 없는 게 가슴 아프지만 묻고 찾아가는 과정도 썩 나쁘진 않다.

 

 

▲ 아산에서의 둥지, 온양안식일교회

 

 

 

온양 재림교회에서 잠자리를 얻다

 

재림교회를 찾아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어제 예배드리러 병천교회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오지 않은 이유를 알고 싶었고 또 다른 하나는 지금껏 지나온 재림교회에선 환대를 받았는데 모두 다 그러는지 목사님의 성향에 따라 다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회에 510분쯤 도착했는데 목사님은 외부에 나가셔서 7시나 되어야 돌아오신단다.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기다려 보기로 했다.

평상에 앉아 지는 해를 보며 여행기를 적었다.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불던지 뼈속까지 파고든다. 집 없는 서글픔이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들어가 편히 쉴 집이 없음이, 이곳에서 거부당해 다른 곳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뒤엉켜 마음을 휘젓는다. 이럴 땐 온갖 감정이 일어나니, 도무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더라. 이미 시간은 630분이 넘었다. 추위 때문에라도 부단히 몸을 움직여야 했다.

조금 지나니 승합차가 들어오더라. 목사님에게 사정을 말했다. 잠시 경계하는 듯한 눈빛을 띠신다. 아무래도 갑작스런 상황이니 목사님도 당황했으리라. 잠자코 나의 이야기를 듣고만 계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경계심을 푸시고 잘 것을 승낙해주시더라. 짧은 몇 초간의 신경전이었지만 나에겐 그 어느 순간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다. 이와 같은 신경전엔 많은 기력이 소모된다. 있는 그대로 허황되지 않게 말하면 되는데도 낯선 상대에게 나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임에 분명하다.

 

 

▲ 저녁 식사,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자, 떠나라

 

목회자가 상주하지 않는 교회는 안식일 예배만 드린다고 말씀해주셨다. 목사님은 충청합회장까지 지내셨다고 하신다. 목사님의 인자한 인상이 기억에 남는다. 소위 잘 나가는 기독교 목사님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거만하며 권위주의적인 인상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목사님은 기도실 안에 잘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셨다. 순식간에 비극에서 희극으로 바뀐 무대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들더라.

이 교회는 꽤 큰 편이었기에 전도사님도 따로 있었다. 나보다 어린 전도사님은 라면을 직접 끓여주셨고 아이들과 함께 먹으려 만들었던 부침개도 주셨다. 저녁 만찬이 이 정도면 최고라고 할 만했다. 저녁을 먹고 목사님 딸이 사온 오렌지를 먹으며 교회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두서없이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오렌지만큼이나 달콤한 대화의 시간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이렇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여전히 신기하다. 세상은 생각만큼 꽉꽉 막혀 있지도 않고 낯선 사람이라 하여 색안경을 끼고 보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고민하며 걱정하기보다 막상 현실에 달려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여행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돈도, 준비물도, 여행지에 대한 밝은 지식도 아니다. 오로지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만이 필요할 뿐이다.

어제와는 달리 포근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한 이불과 온돌판넬, 거기에 위풍까지 세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소음 공해, 시각 공해에 시달린 그대여, 푹 쉬시라. (21:59)

 

 

▲ 잠자리, 집처럼 편하게 잤다.

 

 

 

지출내역

내용

금액

맥주

1.000

일일 총합

1.000

총 지출

132.400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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