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내에 먹는 병천순대국밥의 맛
기도가 언제까지 계속됐는지 모른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잠시 눈이나 붙이고 있자고 그랬던 것인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보다. 코 고는 소리에 내가 놀라서 깼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코 고는 소리가 기도하는데 방해될까봐 깼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다
그렇게 두 번인가, 세 번인가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예배당을 보니 어둑컴컴하더라. 언제 기도회가 끝났는지 불을 끄고 모두 간 것이다. 살짝 잠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밤엔 꽤 추웠다. 판넬의 온도를 너무 높이면 뜨끈뜨끈해서 잘 수가 없고 낮추면 추워서 뒤척였다. 얇은 이불 하나만 덮고 자니 보온이 안 된다. 거기다 어찌나 위풍이 센지 몸을 뒤척이면 한기가 온몸을 파고들었다. 피곤이 풀리긴커녕 더 가중되는 느낌이다. 뒤척이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더라. 판넬이라 안심했다가 된통 당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완전무장을 하고 잘 걸 그랬다.
병천순대를 먹다
순대가 유명한 고장에 왔으니 왜 유명한지 먹어보고 싶었다. 순대국밥을 자주 먹는 편이기에 맛을 비교하며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의 음식 맛은 알아준다고 해도 모든 음식점이 다 맛있는 건 아니다. 순대국밥도 당연히 음식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남부시장 ‘엄마손 해장국’의 순대국밥은 정말 맛있다. 내장도 많이 들어있지만, 무엇보다도 맛이 얼큰하면서도 깔끔하다. 엄마손 해장국집 순대국밥과 비교했을 때 이곳의 순대국밥은 어떻게 다를까. 아침으로 순대국밥을 사먹고 여행을 떠나기로 맘먹었다.
짐을 다 챙기고 문을 나서려 하니,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며 어제 허락해주신 분이 들어온다. 그러면서 목사님이 순대국밥을 사주신다고 하셨다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다. 전혀 생각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이렇게 신경 써주시는 게 감사했다. 더욱이 이 지역 사람이 소개시켜주는 음식점이면 진정한 맛집일 테니,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메뉴엔 ‘얼큰이 국밥’과 ‘순한 국밥’이 있었고 ‘얼큰이’는 1000원 더 비쌌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곱빼기’를 다르게 표현한 것인가 보다. 목사님은 ‘얼큰이’로 시켜주셨다. 보통 순대국밥은 맑은 국물에 다대기를 취향껏 넣어먹는데 여긴 엄마손 순대국밥처럼 빨간국물에 매콤한 맛이 났다. 전주에선 부추를 넣어서 먹지만 여긴 들깨가루를 넣어 먹더라. 조미료 맛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고 내장의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매콤하면서도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렇다면 내용물은 어떨까? 국밥에 들어있는 순대는 피순대가 아니라 당면순대였다. 아니 이렇게 유명한 집에서 피순대가 아닌 당면순대를 쓰다니. 그건 ‘앙꼬 없는 찐빵’처럼 아리송하게 느껴졌다. 순대국밥의 핵심은 피순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 외에 다른 내용물들은 알찼다. 어찌나 큼직큼직한지 씹는 맛과 입안에 퍼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피순대가 들어있지 않아 무너진 마음이, 큼지막한 내장들로 채워지는 느낌이랄까. 이 정도면 왜 병천순대가 유명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맛과 양 모든 게 괜찮았으니 서민 음식으론 제격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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