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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90. 힘듦을 피하지 않고 넘어설 때 행복이 온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90. 힘듦을 피하지 않고 넘어설 때 행복이 온다

건방진방랑자 2021. 2. 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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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듦을 피하지 않고 넘어설 때 행복이 온다

 

 

원랜 아산에서 바로 홍성까지 간 다음에 서해안을 타고 군산으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여행이 금방 끝날 것 같아 당진 쪽으로 가기로 했다. 경로가 바뀐 만큼 새로운 인연들이 이어질 것이다. 기대된다.

 

 

▲ 방조제를 건넌다.

 

 

 

행복한 사람이 되는 법을 생각하다

 

오후에 삽교천에 도착하여 드넓게 펼쳐진 방조제를 보니,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삽교천 방조제는 4Km정도 됐다. 오른쪽으론 서해대교가 보이고 왼쪽 저 멀리엔 아산시의 건물들이 보인다. 시원하게 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나는 갈매기를 보며 방조제를 건너노라니, 아까 전까지 차에 시달리던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다.

이런 맛에 고통을 감내하며 걷는 거겠지. 언제고 내 맘과 같진 않지만 그 가운데 숨겨진 행복이 있다. 그 행복이란 것은 거저 오는 게 아니라 힘듦을 견딜 때 느껴진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힘듦을 견디어냈기에 행복이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행복은 불행의 다른 표현일 뿐, 결코 다른 무언가가 아니다.

 

 

▲ 삽교천 방조제의 초입부분이다. 속이 확 트인다.

 

 

만약 차를 타고 편하게 방조제를 지나갔다면, 어떤 감흥도 없었을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의 장엄함도 나에겐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과 같다. 오히려 규모는 작지만 삽교천 방조제에서 가슴이 확 트이는 전율을 느꼈던 것과 비교된다. 결국 인생을 제대로 사는 사람은 힘듦을 피하지 않고 겪으며 그걸 넘어설 때에야 오는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사람이다.

 

 

▲ 바람은 많이 불지만 시원해서 좋다.

 

 

 

당진군의 첫 느낌, 아늑한 마을이 아니어라

 

당진에 들어섰다. 아산에 들어설 때처럼 기대는 또 무너졌다. 군이기 때문에 한산할 거라 생각했는데 초입길부터 브랜드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어찌 보면 기대가 깨지는 불길한 증조였던 셈이다. 근데 그때만 해도 단순히 의외라고만 생각했다. ‘여긴 부자들이 많이 사나보다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당진으로 향하는 길에서 모든 게 확실시되었다. 보통 다른 군 지역들은 면사무소 근처에 가야만 관공서를 비롯해 이런저런 시설이 조금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여기는 면소재지가 아닌데도 아파트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고 교회도 많다. 꼭 도시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진짜 도시에 비하면 휑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군이라고 하기엔 너무 발달된 느낌이었다.

 

 

▲ 방조제를 기준으로 아산과 당신이 나누어진다. 아산이여 안녕! 당진이여 안녕~

 

 

 

우여곡절 끝에 둥지를 틀다

 

330분 정도가 넘어 잠자리를 정하려 했다. 큰 교회가 보여 그곳에 가보니 목사님은 안 계시더라. 교회도 컸고 교회 옆에 식당, 기도실 등 부속 건물도 있었기에 거부당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 30분 정도 기다리니 목사님이 오신다.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하신다.

뭐라고 하셨을까? “잘 곳이 없습니다라고 하셨다. 허걱 이건 대놓고 거짓말하는 꼴이다. 교회도 2층 건물이고 별관도 있는데 잘 곳이 없다니. 그런데도 문이 잠겨 있기에 잘 곳이 없다는 말을 버젓이 하신다. 목사님은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듯 단호히 거부한 터라 길게 말할 순 없었다. 이런 경우엔 정말이지 실망이 앞을 가린다. 크게 지어놓은 건물이 평소엔 활용되지 않으니, 이건 누구 좋으라는 공간인가.

맘이 급해져 뛰듯이 다른 곳을 찾아간다. 다행히도 바로 성당이 보였다. 성당에 들어가 사무실에 이야기 했더니 여긴 숙박시설이 없고 인근에 있는 다른 성당에 숙박시설이 있으니 그리로 가라고 말씀해주신다. 그러면서 성지순례 오셨나 봐요.”라는 말을 덧붙이신다. 증평에 들어섰을 때도 얘기했다시피 성당은 빈틈없이 체계가 꽉 잡힌 느낌이다. 에누리건 융통성이건 전혀 없어 보인다. 순례객들을 위해 잠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곳에서만 잘 수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일반 교회에서는 예배당에서 자는 것도 허용될 때가 있는데 성당에선 그걸 상상도 할 수 없다. 더욱이 밀양성당에서의 경우 성당 신자가 아니면, 숙소가 있다 해도 태도가 급변하기도 했다. 카톨릭이 보수 기독교보다 사람이나 세상에 대해 더 개방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때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이번에도 또 성당에서 자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밀양 이후로 성당과는 인연이 없다.

결국 조금 더 걸어와 교회에 이야기했고 전도사님이 목사님과 통화한 후에 잘 수 있게 되었다. 교회는 목사님의 허락만 얻으면 순식간에 자는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숙소가 없더라도 기도실 등 잘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시니 말이다. 이 교회에는 세탁기가 있어 빨래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전도사님은 저녁으로 먹으라며 빵과 우유를 사다 주셨다. 내일 비가 온다던데,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었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 빨래가 잘 마를 것 같다. 순조롭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20:5)

 

 

▲ 성당에서 자기가 왜 이리 힘든지. 그래도 거산교회 자게 되어 다행이다.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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