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를 거절할 때 나오는 웃픈 말 두 가지
부탁을 거절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아무런 친분도 없는 사람이, 그것도 갑자기 나타나 잠자리를 부탁한다면 그건 더 거절하기 어렵다. 그러니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대비가 없기에 가식적이지 않은 진심이 나온다. 그런 얘기들 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웃픈 말들이 있었기에 지금부턴 그 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교회의 씁쓸한 유머 하나
하나는 “우리 교회 말고 옆에 큰 교회도 많은데……”라는 말이다. 내가 보기엔 꽤 규모가 큰데도 다른 큰 교회를 핑계 대는 것이다. 작은 교회는 사람도 제한해서 받는가 보다. 그렇다면 새신자가 오더라도 교회가 작아 받을 수 없다며, 큰 교회로 가라고 하는 걸까. 우리나라 큰 교회들이 더욱 커지고 작은 교회들이 더욱 작아지는 까닭이 거기에 있는 것인가.
교회의 씁쓸한 유머 둘
또 하나는 “요새 불미스런 일이 많으니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라는 말이다. 기독교는 안 보이는 신을 믿는 종교로, 확인해보고서 믿으려던 도마를 비판하며 안 보고 믿는 것을 최고의 믿음으로 여긴다.
24 열두 제자 중의 하나로서 디두모라 불리는 도마는 예수께서 오셨을 때에 함께 있지 아니한지라
25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이르되 우리가 주를 보았노라 하니 도마가 이르되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하니라
26 여드레를 지나서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있을 때에 도마도 함께 있고 문들이 닫혔는데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하시고
27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28 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29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요한복음 20 : 24~29)
안 보이는 것조차 믿는 그들이 눈으로 보이는 나를 믿지 못하고 신분증을 보여주라고 한 것이다. 이런 대응이야말로 매우 세속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나란 존재를 눈으로 직접 보았고 이야기까지 해봤음에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솔직히 민가에 부탁을 한 경우, 신분증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은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불신시대기 때문에 의심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서로 믿을 만한 구석을 만드는 게 좋은 것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재밌는 점은 민가에 부탁할 때는 한 번도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교회에서 꽤 여러 군데에서 이런 요구를 했고 그럴 때마다 왠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시적인 실체를 믿지 못하면서 오히려 비가시적인 존재를 믿는다는 하는지 참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이렇게 신분증을 요구한 경우엔 신분증을 보여줘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거절하기 위한 하나의 명분 정도이지 않을까. (21:40)
지출내역
내용 |
금액 |
맥주 |
1.000원 |
일일 총합 |
1.000원 |
총 지출 |
133.400원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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