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Evolution Theory
현대 유전공학의 성과는 눈부시다. 인간은 체세포를 이용한 동물 복제에도 성공했다. 이제 공룡의 세포 한 조각만 있으면 공룡 전체를 복원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쥐라기 공원'이 실제로 개장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문제는 인간의 복제도 이론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윤리적인 쟁점이 제기될 소지가 크다.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새로운 종의 생물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침몰한 유조선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먹어치우는 박테리아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생물 특허’를 받았다. 닭다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리가 넷인 닭을 만드는 것도 지금 기술로는 가능하다. 다만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그런 생물을 생산하지 않을 뿐이다.
진화론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진화를 통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했다는데, 이쯤 되면 진화가 아니라 창조다. 인간은 이제 신의 전문 영역이었던 생명을 창조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걸까? 하지만 유전자 조작을 생명 창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유전공학을 가능케 한 진화론은 생명이 창조되었다는 창조론과는 대척적인 입장이다.
과학의 시대였던 19세기에 인류의 지성계를 뒤흔든 가장 큰 사건은 바로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이 출판된 것이다. 이 책은 출간 당일에 1,250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유럽 전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이 책에서 주장된 진화론은 이후 생물학만이 아니라 철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거의 모든 학문과 사상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래서 19세기를 다윈의 세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윈이 진화의 개념을 처음 포착한 계기는 변이(變異)였다. 그는 영국 해군의 측량함을 타고 5년 동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같은 종의 생물이라도 사는 지역에 따라 생김새와 습성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변이가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물론 지형이나 기후, 먹이 등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변이의 근본적인 원인이 생물 종 자체 안에 있다고 믿었다. 그 간접적인 증거는 사육과 재배에서 나타난 인위적인 변이였다. 오래전부터 농부들은 가축과 작물의 교배를 통해 좋은 품종을 생산해왔다.
문제는 자연 상태에서도 그런 변이가 가능한가였다. 자연 상태에서는 인간의 의도적인 선택적 교배가 불가능하므로 변이가 없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다윈이 탐험에서 본 수많은 변이는 뭐란 말인가? 같은 핀치새인데 어떤 것은 곤충을 먹기에 적합한 가늘고 긴 부리를 가지고 있고, 어떤 것은 식물의 씨앗을 먹기에 적합한 두꺼운 부리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 1766~1834)의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구가 조절되지 않으면 치열한 생존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구론』의 내용이다. 뒤늦게 이 책을 읽은 다윈은 바로 이 생존경쟁의 원리를 자연 세계에 도입했다. 다윈은 번식률이 가장 낮은 코끼리의 경우를 계산해보았다. 30세에서 90세까지 생식 가능한 코끼리가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면 1천 년도 못 되어 코끼리의 수는 2천만 마리에 이를 것이다. 한 번에 100개가량의 알을 낳는 거북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자연 세계에서는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제한된 먹이와 환경에서는 제한된 개체수만 생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생존경쟁 때문이다.
생존경쟁은 곧 자연선택의 개념과 통한다. 거북 한 마리는 100개의 알을 낳지만 그중 20개만 부화하고 부화한 새끼 거북들도 대부분 새와 물고기들에게 먹힌다. 이렇게 자연계는 생존경쟁에 따라 평형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생존하는 개체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어떤 개체가 생존하기에 적합할까?
답은 간단하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는 생존하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소멸한다.
“빠른 주력과 강한 체력을 가진 늑대는 가장 우세한 생존의 기회를 잡게 될 것이며, 또한 잘 보존되고 선택될 것이다. 가장 많은 꿀을 분비하는 꿀샘을 가진 꽃은 가장 빈번하게 곤충이 찾아들며, 또 빈번하게 교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우세해지고, 지역적인 변종이 될 수 있다. -다윈, 『종의 기원』”
자연선택의 원리는 바로 적자생존이다. 사육과 재배의 경우에 인간의 의도적 선택이 했던 역할을 자연계에서는 자연선택의 원리가 담당해주는 것이다.
“자연선택은 날마다, 시간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경미한 변이를 계속하고 있으며, 나쁜 것을 버리고 우수한 것을 보존하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유기적 또는 무기적으로 ‘기회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생활 조건에 대한 모든 생물의 개량을 촉진하고 있다. -다윈, 『종의 기원』”
아무리 경미한 변이라도 오랜 세대에 걸쳐 누적되면 엄청난 변화를 빚는다. 따라서 개체가 이룬 변이는 조금씩 쌓이고 덧쌓이면서 마침내 다른 생물 종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다윈의 진화론은 완성되었다.
그러나 진화론에 대해서는 발표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우선 개체가 이룬 변이가 어떻게 후손들에게 계속 전달되는지를 알 수 없었다. 또한 그때까지 발견된 화석들을 보면 진화의 중간 단계를 말해주는 화석의 예가 전혀 없었다. 진화론 특유의 연속성이 증명되지 못하는 한 진화론의 미래는 없었다.
다윈이 끝내 풀지 못한 그 문제는 얼마 뒤 멘델(Gregor Mendel, 1822~1884)과 드브리스(Hugo Marie de Vries, 1848~1935)가 해결하게 되었다. 멘델이 발견한 유전법칙은 변이가 후손들에게 유전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했고, 드브리스가 제기한 돌연변이의 개념은 생물의 진화가 다윈이 생각한 것처럼 완만하게 진행된 게 아니라 급격한 과정이었음을 밝혀냈다.
일부 그리스도교 진영에서는 지금도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신이 생명을 창조했다는 창조론을 굳게 믿는다. 창조론은 과학적 근거가 취약하고 목적론의 결함을 지니고 있는 탓에 정식 이론으로서 성립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진화론도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무리가 없으나 목적론에서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진화의 최종적 결과물인 오늘날의 생물 종을 기준으로 삼아 과거의 진화 과정을 꿰어 맞출 경우 시간 순서에 따른 완벽한 진화의 시나리오를 구성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두고두고 진화론의 빈틈으로 남을 것이며, 이 틈을 메우는 것이 장차 진화론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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