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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Ⅲ.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 2. 구성된 마음[成心]의 철학적 함축, 구성된 마음[成心]을 장자가 부정하지 않은 이유 본문

고전/장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Ⅲ.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 2. 구성된 마음[成心]의 철학적 함축, 구성된 마음[成心]을 장자가 부정하지 않은 이유

건방진방랑자 2021. 7. 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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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성된 마음[成心]을 장자가 부정하지 않은 이유

 

 

장자에 따르면 몸을 가지고 사는 우리 인간은 항상 어떤 특정한 삶의 문맥에 처해 살아가는 존재다. 이 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특정한 삶의 문맥에 처해 살아가며, 또 그 문맥과의 소통에 근거하는 구성된 마음을 지닐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처럼 완성된 사람[至人]이나 평범한 사람[愚人]이나 모두 성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마치 때가 낀 거울이나 맑은 거울이나 항상 무언가를 비추고 있듯이 말이다. 단지 완성된 사람은 타자와 얽히는 특정한 삶의 문맥에서 구성된 마음을 다른 삶의 문맥에 폭력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다른 삶의 문맥에서도 타자와 소통이 가능하기 위한 허심(虛心)을 지니고 있다는 데서 독특할 뿐이다.

 

우리는 완성된 사람의 마음 상태를 거울에 비유해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 거울은 물과 함께 이상적인 마음 상태를 상징하는 비유로 쓰여 왔다. 명경지수(明鏡止水)! 여기서 거울은 지금 자신이 비추고 있는 상을 절대적인 상으로 여기고 있는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다시 말해 거울은 A와 조우하면 A의 상을 갖게 되고, B와 조우하면 B의 상을 갖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완성된 사람도 A와 조우하면 A와 어울리는 의식 A를 임시적으로 구성하고, B와 조우하면 의식 A를 비우고[] 의식 B를 임시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반면 일상인들이나 사변적 지식인들은 A와 조우해서 생긴 의식 A를 새롭게 B와 조우할 때도 보편적인 기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고착된 자의식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들의 자의식이 고착된 이유는 자신들의 자의식이 특정한 타자와 조우함으로써 구성된 과거의식에 의존해서 추리하고 판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데 있다. 결국 그들은 현재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지라도, 사실은 과거에 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완성된 사람은 조우한 타자의 타자성에 근거해서 역동적이고 임시적으로 자신의 자의식을 구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다. 이 점에서 그의 자의식은 고착된 것이 아니라 임시적이라는 성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만약 미래에 상이한 타자와 조우하게 된다면, 그는 그 타자에 따라 자신의 자의식을 다시 새롭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완성된 사람[至人]은 삶에 있어서나 사유에 있어서 모두 현재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위 인용문 마지막 구절 즉 아직 마음에서 구성된 것이 없는 데도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 터무니없는 이야기다라는 구절을 새롭게 읽을 필요가 있다. 이 구절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이 대두하면 특정 삶의 문맥에서 구성된 마음[成心]이 다른 삶의 문맥에 폭력적으로 적용되고 있다[未成乎心而有是非, () 是以無有爲有].”는 주장을 함축하지만, “구성된 마음이 곧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이다라는 주장을 함축하지는 않는다. 물론 성심이 문제되는 맥락이 항상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이 출현하는 데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구성된 마음=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是非之心]’이라고 보는 것도 일견 이해가 된다. 그러나 장자 철학의 핵심 문제 설정이 유한한 삶이 무한한 사변적 인식을 따르는 위기상황에 있었다면, 그리고 장자가 삶을 옹호하는[養生達生] 철학자라는 것을 기억해 둔다면, 장자가 어떤 특정 삶의 문맥에서 구성된 마음[成心] 자체를 부정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수밖에 없다.

 

 

 

 

인용

목차

장자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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