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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Ⅲ.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 3.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임시적 자의식과 고착된 자의식 본문

고전/장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Ⅲ.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 3.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임시적 자의식과 고착된 자의식

건방진방랑자 2021. 7. 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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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1. 임시적 자의식과 고착된 자의식

 

 

여기서 우리는 고착된 자의식이라는 표현과 임시적 자의식이라는 표현을 명확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의 비유를 통해서 임시적 자의식과 고착된 자의식 사이의 차이를 이해해보도록 하자. 유동적인 물이 있다고 하자. 이 물은 네모난 그릇에 담기면 네모나게 드러나고, 세모난 그릇에 담기면 세모나게 드러난다. 여기서 유동적인 물 자체가 비인칭적인 마음[虛心]을 상징한다면, 상이한 그릇을 만나서 규정된 모양을 띠는 세모난 물과 네모난 물 등은 임시적 자의식을 상징한다. 반면 세모난 그릇에 담긴 물이 얼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그릇으로부터 이 세모난 얼음을 빼어내도 이 얼음은 세모난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이 세모난 얼음은 고착된 자의식을 상징한다. 이 세모난 얼음은 세모남을 자기의 동일성으로 착각하지만, 사실 이 세모남은 자신의 동일성이 아니라 과거 소통의 흔적이 고착된 결과일 뿐이다. 이 비유가 지닌 실천적 함축은 이 세모난 얼음이 네모난 그릇을 만났을 때, 이 얼음은 그릇과 결코 소통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 결과는 세모난 얼음이 깨지든가 아니면 네모난 그릇이 부서지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장자에게는 두 종류의 자의식이 전제되어 있다. 첫째가 그가 부정적인 것으로 보아 제거하려고 했던 과거의식을 자의식의 기준으로 집착하는 고착된 자의식이라면, 둘째는 인간이 사회에서 산다는 불가피성으로부터 유래하는 임시적 자의식이다. 임시적 자의식은 구체적인 사태마다 구성되는 자의식이다.

 

고착된 자의식이 모든 사태들에 대해 과거의식의 동일성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장자가 권고하는 임시적 자의식은 새로운 타자가 도래할 때마다 그 타자와 소통하면서 새롭게 구성되는 것이다. 물론 임시적 자의식의 이런 임시성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유동적인 마음, 즉 허심(虛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착된 자의식이 타자의 타자성을 배척하는 경향으로 작동한다면, 임시적 자의식은 타자의 타자성을 포용하려는 경향으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임시적 자의식의 임시성은 기본적으로 타자의 복수성(plurality)과 다양성(diversity)으로부터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예민한 독자는 어떤 종류의 자의식이든지 그것이 자의식이라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자기의식, 즉 자신에 대한 의식이라는 점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어서 그는 임시적 자의식도 기본적으로는 고착된 자의식과 같은 종류의 것이 아니냐고 문제삼을 수 있다.

 

이것은 옳은 질문이며, 반드시 해명되어야 할 중요한 물음이기도 하다. 이런 물음을 해명하기 위해서, 즉 임시적 자의식의 고유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여기서도 역시 우리는 타자를 도입해야만 한다. 임시적 자의식이 지니고 있는 임시성은 기본적으로 타자의 타자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직 이런 타자성에 입각해서만 자기의식이 발생하고 지속된다는 점이 바로 임시적 자의식이 고착된 자의식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반면 고착된 자의식은 기본적으로 타자가 지닌 고유성과 단독성을 부정하는 데서 성립되는 것이다.

 

아울러 고착된 자의식이 임시적 자의식으로부터 설명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특정한 타자와 만나고 소통함으로써 형성된 임시적 자의식이 새로운 타자와 만날 경우, 이 임시적 자의식이 새로운 임시적 자의식을 구성하기 위해서 비워지지 않고 그 타자를 평가하고 관조하는 기준으로 쓰일 때, 이 임시적 자의식은 고착된 자의식으로 전환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고착된 자의식이 형식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서만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는 매번 임시적 자의식을 구성하고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과정 속에서만 존립할 수 있는 존재다. 어떤 여자를 만나서 혹은 어떤 남자를 만나서 사랑하고 살아가게 되면 우리는 조금씩 변해가기 마련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타자에게로 열려 있는 존재이고, 타자와의 소통을 통해서 만들어져 가는 존재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전혀 예기치 못한 타자나 사건들과 조우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런 타자와의 소통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우리는 변해갈 것이다.

 

장자가 부정하지 않은 자의식 장자가 부정한 자의식
임시적 자의식 고착된 자의식
타자성에 입각해서만 자기의식이 발생하고 지속된다는 점 타자가 지닌 고유성과 단독성을 부정함
타자를 평가하고 관조하는 기준으로 쓰일 때 언제든 임시적 자의식 고착된 자의식이 됨

 

 

 

 

인용

목차

장자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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