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Ⅷ. 수양과 삶의 통일 - 3. 양행(兩行)의 의미, ‘조삼모사’의 왜곡 본문

고전/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Ⅷ. 수양과 삶의 통일 - 3. 양행(兩行)의 의미, ‘조삼모사’의 왜곡

건방진방랑자 2021. 7. 4. 08:07
728x90
반응형

3. 양행(兩行)의 의미

 

 

1. ‘조삼모사의 왜곡

 

 

이제 발제 원문의 후반부를 읽어보도록 하자. 이 부분은 유명한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금 조삼모사는 하나의 고사성어로 자리를 잡았는데, 그 의미를 교과서에서는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뉘앙스로 독해되고 있는 조삼모사 이야기는 사실 장자를 오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직접 조삼모사가 나오는 부분을 읽으면 우리는 쉽게 조삼모사 이야기가 매우 긍정적인 전언을 전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직접적으로 말해서 조삼모사 이야기는 인시(因是)를 설명하기 위해서 장자가 도입한 우화다. 만약 통상적으로 이해된 조삼모사의 부정적 의미가 옳다면, 장자가 우리에게 권고하는 판단형식인 인시는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기 위한 책략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아마도 조삼모사 이야기가 이렇게 와전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장자가 지금까지 제대로 읽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삼모사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지만, 논의의 편의상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해보도록 하자. 옛날 중국에 원숭이 키우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마도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자 어쩔 수 없이 원숭이의 식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는 일방적으로 식량을 줄였던 것이 아니라 원숭이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그는 원숭이 우리로 가서 다음과같이 말했다. “내일부터 아침에 세 알, 저녁에 네 알[朝三暮四]의 도토리를 줄 수밖에 없는데, 괜찮겠니?” 어차피 하루에 원숭이 한 마리당 일곱 알의 도토리만 주어야 한다면, 저녁에 네 알의 도토리를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배가 고프면 잠이 잘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숭이들은 그의 기대와는 달리 모두 화를 냈다. 그러자 그는 원숭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그렇다면 아침에 네 알, 저녁에 세 알[朝四暮三]을 줄까?” 그러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만약 원숭이에게 한 첫 번째 제안, 즉 아침에 세 알, 저녁에 네 알[朝三暮四]을 준다는 제안에 만약 원숭이들이 기뻐했다면, 이어지는 두 번째 제안, 즉 아침에 네 알, 저녁에 세 알[朝四暮三]을 준다는 수정된 제안은 만들어질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수정된 제안을 강제한 것은 누구인가? 바로 원숭이라는 타자였던 것이다. 행글라이더를 타는 사람이 새로운 바람을 조우하면 자신을 재조정하듯이, 원숭이 키우는 사람도 원숭이의 감정과 입장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재조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조삼모사 이야기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인시에 대한 예화로서 장자가 구성한 것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원숭이를 키우는 사람은 바로 유동적인 주체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시의 사례는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실 속에서 누군가를 커피숍 안에서 만났다고 해보자. 우리는 처음 만난 그 사람에게 커피를 마실래요?”라고 제안하고 그 사람의 의중을 떠본다. 만약 그 사람이 좋아한다면 다른 제안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커피를 싫어한다면 우리는 다른 제안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 상황에 위시라는 판단을 하는 인칭적 주체가 처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커피를 좋아하지요. 아가씨, 여기 커피 두 잔!” 이처럼 인칭적 주체에게는 상대방의 뜻을 들으려는 의지와 노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타자가 결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용

목차

장자

원문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