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양의 세계와 삶의 세계
1. 외향적 실천론과 내향적 실천론
많은 연구자들은 수양론을 서양 철학과는 구별되는 동양 철학의 고유성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옳은 주장일까? 수양(self-cultivation)이란 자신을 이러저러하게 변형시킴으로써 자신의 삶과 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양론은, 현실적 개체에 의한 모종의 이상인격의 현실화로 정의된다는 점에서, 어떤 이론의 현실화라는 논점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수양론은 중국 철학을 세계에 대한 사변적 이해를 중시하는 서양 철학으로부터 구별시켜 주는 중요한 특징이다. 서양철학이 세계의 본질이나 현상적 법칙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세계를 장악하려는 시도라면, 오히려 수양론을 강조하는 중국 철학은 세계가 아닌 자기를 장악하고자 한다. 따라서 수양론은 자신의 마음을 문제로 삼는다. 왜냐하면 마음은 자신과 세계를 연결시키고 소통시켜 주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수양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변형시키고, 결국 변형된 마음으로 타자들과의 조화와 소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서양철학의 실천론과 중국 철학의 수양론이 유사한 구조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천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합목적적인 활동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달리 말해 실천은 어떤 목적에 부합되게 현실을 개조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체와 타자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이든 서양이든 간에 어떤 목적이나 이념을 설정한다. 물론 이 목적이나 이념은 그것이 실현되기만 하면 주체와 타자 사이에 생겼던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다고 가정되는 것이다. 서양 철학은 주로 이렇게 설정된 이념이나 목적을 타자나 외부에 가해 바꾸려 시도한다. 이와는 달리 중국 철학은 이렇게 설정된 이념이나 목적을 자신에게 가해서 자신을 변형시키려고 시도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중국 철학의 수양론이 내향적 실천론이라면, 서양 철학의 경우는 외향적 실천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양론이 중국 철학, 나아가 동양철학 일반의 고유성을 규정한다고 주장했던 연구자들은 피상적인 인상에 의한 비평에만 머물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수양론도 외향적 실천론과 마찬가지로 안으로 향해진 합목적적인 활동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왜 동일한 합목적적 활동으로서의 실천이 중국에서는 내면으로 향해지고 서양에서는 외면으로 향해졌는지를 묻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중국 철학은 기본적으로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논의되었다면, 서양 철학은 세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논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내향적 실천론으로서의 수양론이 주체와 타자 사이의 갈등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하면 되지’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면, 외향적인 서양의 실천론은 동일한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을 이렇게 바꾸게 하면 되지’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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