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崔承祐, ?~?)는 신라의 국운이 이미 기울기 시작한 진성여왕(眞聖女王) 3년(890)에 입당하여 3년만에 빈공(賓貢)으로 급제하였다. 그는 문장에 뛰어나 사육문(四六文) 5권을 편찬하여 스스로 『호본집(餬本集)』이라 하였다고 하나 전하지는 않는다. 견훤(甄萱)을 대신하여 고려왕에게 보낸 「대견훤기고려왕서(代甄萱寄高麗王書)」가 『동문선(東文選)』에 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고려초기까지 생존했던 것은 틀림 없다.
최치원(崔致遠)이 찬한 「낭혜화상탑비후주(朗慧和尙塔碑後注)」에도 ‘소위일대삼최(所謂一代三崔)’라 하여 최치원(崔致遠)ㆍ최언위(崔彦撝)와 더불어 ‘삼최(三崔)’로 불리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나 ‘승우경무전어후세자(承佑竟無傳於後世者).’라 하여 후세에까지 전하는 것이 없음을 아쉬워하고 있다【『해동금석원(海東金石苑)』 참조】. 그의 시는 모두 10수가 전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송조진사송입나부(送曹進士松入羅浮)」(七律)와 「관중송진책선배부빈주막(關中送陳策先輩赴邠州幕)」(七律)이 각종 시선집(詩選集)에 함께 뽑히고 있다.
「관중 송진책선배부빈주막(關中 送陳策先輩赴邠州幕)」은 다음과 같다.
禰衡詞賦陸機文 | 예형(禰衡)의 사부(詞賦)와 육기(陸機)의 문(文)으로 |
再捷名高已不群 | 두 번이나 급제하여 이름 이미 높았도다. |
珠淚遠辭裴吏部 | 구슬 같은 눈물로 배리부(裵吏部)를 떠나와 |
玳筵今奉竇將軍 | 대연(玳筵)에서 오늘은 두장군(竇將軍)을 받들겠도다. |
尊前有雪吟京洛 | 술독 앞에 눈 있을 땐 서울에서 시(詩)를 읊었는데 |
馬上無山入塞雲 | 말에 올랐을 땐 산이 없어 변방의 구름 속으로 들어가네. |
從此幕中聲價重 | 이로부터 막중(幕中)에는 명성이 무거울지니 |
紅蓮丹桂共芳芬 | 문무(文武)가 같이 만나 방향(芳香)을 함께 하리라. |
관중(關中)에서 빈주막(邠州幕)으로 부임하는 진책(陳策) 선배를 송별하고 있는 작품이다. 문관이 무장의 막중으로 부임하는 의미를 잘 살리고 있다. 경련(頸聯)의 대구 처리에서 각박하리만큼 사조(辭藻)에만 용공(用工)하고 있는 흠이 있으나, 표제(標題)의 제한을 쉽게 극복하고 있는 미련(尾聯)의 끝맺음이 좋다. 그리고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육기(陸機)로 대표되는 육조(六朝)의 『문선(文選)』 문(文)이 나말유학생들의 모범 문장이 되고 있음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당시(全唐詩)』에 수재(收載)된 당(唐) 장효표(章孝標)의 「송김가기귀신라시(送金可紀歸新羅詩)」를 비롯하여 장교(張喬)의 「송빈공김이오오봉사귀본국시(送賓貢金夷吾奉使歸本國時)」, 두순학(杜荀鶴)의 「송빈공등제후귀신라시(送賓貢登第後歸新羅詩)」 등 증별시(贈別詩)로 미루어 보아 일찍부터 당(唐)의 문사들에게 입당 유학생의 학문과 시작(詩作)이 결코 경홀(輕忽)하게 대접받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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