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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牧隱)의 시작(詩作)은 문집 밖에도 70여 수가 시선집(詩選集)에 전한다. 호방(豪放)한 그의 시풍 때문에 『청구풍아(靑丘風雅)』에서는 선발(選拔)에 인색했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서도 「부벽루(浮碧樓)」(五律)와 「독두시(讀杜詩)」(七律)가 특히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는 「부벽루(浮碧樓)」만 보인다.
昨過永明寺 暫登浮碧樓 | 어제 영명사(永明寺)를 지나다가 잠깐 부벽루(浮碧樓)에 올랐네. |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 텅빈 성에는 한 조각 달이 걸려 있고 늙은 돌 위에 구름도 천추(千秋)나 되었네. |
麟馬去不返 天孫何處遊 | 기린마(麒麟馬)는 떠나가고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天孫)은 어느 곳에서 노닐고 있는고? |
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 | 난간에 기대어 길게 휘파람 부니 산은 푸르고 강물 절로 흐르네. |
훤칠한 이색(李穡)의 모습을 시로써 보여준 것이 이 작품이다.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시간의 시각화를 기도한 표현기법에서도 크게 성공하고 있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마지막 미련(尾聯)에 가서 자신도 모르게 두둥실 허공으로 날아가는 느낌이다.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 13에서 이 작품을 가리켜, 조식(雕飾)도 아니하고 탐색(探索)도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도 궁상(宮商)에 합한다고 하여 성률(聲律)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보이었다. 그러나 이 「부벽루(浮碧樓)」에서 부벽루(浮碧樓)는 그의 의상(意象)을 이끌어내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을 뿐 결코 묘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부벽루를 지나가다가 지나간 역사를 읊조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부벽루는 회고적(懷古的)인 감상을 노래하게 한 매개물 이상의 것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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