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李滉, 1501 연산군7~1570 선조3, 자 景浩ㆍ季浩, 호 退溪ㆍ陶翁ㆍ退陶)은 우리나라 성리학을 집대성한 인물로 해동주자(海東朱子)로까지 일컬어진 바 있는 학자이다. 그는 서경덕(徐敬德)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을 반대하고 이언적(李彦迪)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발전시켜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내세웠다. 그는 다른 성리학자들과는 달리 시가 성정(性情)의 바름을 구하는데 긴요하다는 문학관을 지녀 시작(詩作)에도 상당히 힘을 기울였다[先生喜爲詩, 平生用功甚多, 其詩勁建典實, 不衒華彩, 初看似無味, 愈看愈好. 嘗言, ‘吾詩枯淡, 人多不喜, 然於詩用力頗深, 故初看雖似冷淡, 久看則不無意味’ 又曰: ‘詩於學者, 最非緊切, 然遇景値興, 不可無詩矣’].
그의 시에 대해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87에서 ‘퇴계 이황 선생은 이학으로 동방의 종주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장 또한 탁월한 제자였다[退溪李先生滉非徒理學爲東方所宗, 文章亦卓越諸子].’라고 평(高評)하였다. 그는 시에서 본연의 마음을 찾아 순선지미(純善至美)의 경지를 노래하고자 하였다.
대표작 「의주(義州)」를 보인다.
龍淵雲氣曉凄凄 | 구룡연(九龍淵) 구름 기운 저녁에 서늘하고 |
鶻岫摩空白日低 | 송학산(松鶴山) 하늘에 닿아 흰 해 나직하네. |
坐待山城門欲閉 | 성문이 닫히기를 앉아서 기다리니 |
角聲吹度大江西 | 나팔소리 우렁차게 큰 강 서쪽으로 지나가네. |
홍만종(洪萬宗)은 『시평보유(詩評補遺)』에서 이황(李滉)의 이 작품과 기대승(奇大升)의 「우제(偶題)」, 성혼(成渾)의 「우음(偶吟)」, 정구(鄭逑)의 「무제(無題)」 등 성리학자의 시)(詩)에 대하여 ‘이와 같은 여러 현인(賢人)들의 시(詩)는 시어(詩語)를 만든 것이 천연(天然)스럽고 각기 묘처(妙處)를 다하였으니 그 성정(性情)의 바름이 시(詩)에 구현된 것임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噫! 此等諸賢之詩, 作語天然, 各盡妙處, 其性情之正得於詩者, 於此可見矣].’고 하고 있다. 이황(李滉)의 시를 가리켜 ‘겉으로는 메마르지만 속으로 살찌다’라 한 세평(世評)도 이와 동궤(同軌)의 것이다. 그는 특히 매화를 소재로 한 작품도 많아 그의 『매화시권(梅花詩卷)』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또 이황(李滉)은 다음의 「차운(次韻)」과 같이 그의 이학자적(理學者的) 관심을 직접 언표(言表)에 드러내지 않고서도 자연의 리(理)를 청신하게 읊조린 높은 수준의 작품도 제작하고 있다.
草有一般意 溪含不盡聲 | 풀에는 한결같은 의미가 있고 시냇물은 언제나 끝없는 소리 있네. |
遊人如未信 蕭洒一虛亭 | 할 일 없는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 씻은 듯이 깨끗한 빈 정자로다. |
소수서원(紹修書院)에 있는 경렴정(景濂亭)을 읊은 것이다. 그러나 자기 속에 내재(內在)하는 리(理)를 통하여 자연의 리(理)를 바라본 것이 이 시의 높은 곳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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