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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사,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 7. 난중의 명가(이명한)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 7. 난중의 명가(이명한)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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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한(李明漢, 1595 선조28~1645 인조23, 天章, 白洲)은 조선중기의 대표적인 시인이요, 문장가로 관각응제(館閣應製)의 외교서가 그의 손에서 많이 나왔으며 아버지 정구(廷龜), 아들 이상(一相)과 더불어 삼대(三代)가 대제학(大提學)을 지낸 명문가 출신으로 당시의 문단을 빛내었다. 이명한(李明漢)은 인목대비(仁穆大妃)의 폐위를 반대하였으며, 병자호란(丙子胡亂) 이후 척화파(斥和派)로 지목되어 두 차례나 심양에 끌려가는 등 절의지사(節義志士)의 삶을 영위하였는데 그가 심양으로 잡혀갈 때 지은 육수(六首)의 시조는 인구에 널리 회자되기도 하였다.

 

이명한(李明漢)이식(李植)장유(張維)로부터 시재(詩才)를 인정받는 등 당시 문단에서 주목을 받았다. 후대에 김만중(金萬重)홍만종(洪萬宗)도 이명한은 문사(文思)가 민속(敏速)하며 재주가 무리에서 뛰어나다[天才迢衆]”고 하였거니와 호곡시화(壺谷詩話)1에선 특히 그의 시는 호일(豪逸)한 것으로 평가하였으며 시평보유(詩評補遺)에선 몇몇 작품은 청절(淸切)하다고 하였다.

 

다음의 백마강(白馬江)시는 백제의 도읍지인 부여를 유람하다가 읊은 작품이다.

 

何處高臺何處樓 높은 대는 어느 곳에, 누각은 어느 곳에?
暮山千疊水西流 저녁 산 천 겹인데 강물 서쪽으로 흐른다.
龍亡花落他時事 용이 없어지고 꽃 떨어진 것도 옛날 일인데
謾有浮生不盡愁 부질없이 뜬 인생 끝없이 시름하네.

 

원제(原題)백마강시이중심록(白馬江示李仲深穆)이다. 백마강에서 조용히 백제의 지난 역사를 회고하고 있는 작품이다.

 

용망(龍亡)’이란 당나라 소정방(蘇定方)이 백제를 침공할 때 강물의 파도가 거세어 나아갈 수 없게 되자 백마를 묶어 미끼로 삼아 용()을 낚아내었다는 전설을 말한 것이다. 백제의 멸망과 조룡대(釣龍臺)낙화암(落花巖) 고사는 이미 지나간 역사적 사실일 뿐인데 부질없이 인간들은 시름겨워한다는 것이 이 시의 주지(主旨).

 

동사의 사용을 스스로 억제하고 있어 회고시(懷古詩)에 걸맞게 전편의 분위기 또한 정적(靜的)이다.

 

다음은 이명한(李明漢)이 경기도 남양주군 양수리(兩水里) 부근에 있는 수종사(水鐘寺)를 유람할 때 지은 수종사(水鐘寺)시이다.

 

暮倚高樓第一層 날 저물어 높은 누각 제일층에 기대니
石壇秋葉露華凝 석단의 가을잎에 이슬꽃이 엉기었네.
群山衮衮蟠三縣 뭇산들은 연이어져 삼현(三縣)에 서리었고
大水滔滔謁二陵 큰물은 도도히 흘러 이릉(二陵)을 알현하네.
煙際喚船沽酒客 안개 저 편에는 배를 불러 술사는 나그네요.
月邊飛錫渡江僧 달빛 아래는 석장 날리며 강 건너는 중이로다.
酣來暫借蒲團睡 술 취하여 잠시 동안 포단에서 잠 들었는데
古壁蓮花照佛燈 낡은 벽의 연꽃에 불등이 비추이네.

 

수종사는 세조 때 5층의 돌계단을 쌓아 중창한 사찰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풍광이 아름다워 서거정(徐居正)은 동국 제일의 승경(勝景)이라고 칭상하기도 하였다.

 

광주ㆍ양평ㆍ양주와 접경을 이루고 있어 삼현(三縣)’이라 했으며 주변에 태종과 성종의 왕릉이 있기 때문에 이릉(二陵)을 말하고 있다. 경련(頸聯)의 흥치(興致)와 미련(尾聯)의 매끄러움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의심날 정도다. 관각(館閣)의 솜씨로서는 보기 드문 것이 아닐 수 없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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