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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4. 위항인의 선명(고시언)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4. 위항인의 선명(고시언)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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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언(高時彦, 1671 현종12~1734 영조10, 省齋, 國美)은 여러 차례 중국에 다녀온 한어역관(漢語譯官)으로, 역시 시에 뛰어났으며 경사(經史)에도 뛰어났다 한다. 채팽윤과 더불어 위항시의 집성인 소대풍요(昭代風謠)의 편찬에도 참여하였지만 간행(刊行)을 보지 못하고 죽어, 그의 시편이 소대풍요(昭代風謠)』「별집(別集)에 수록되어 있다. 소대풍요권수(昭代風謠卷首)의 제사(題辭)를 통하여 그는 동문선과 더불어 서로 표리를 이루어 한 시대의 풍아를 찬란히 감상할 수 있다. 귀천의 나은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하늘이 재주를 빌려주어 시를 잘 읊조리는 것은 한 가지다[與東文選相表裏, 一代風雅彬可賞, 貴賤分岐是人爲, 天假善鳴同一響]”라 하여 신분에는 서로 차이가 있지만, 위항인의 문학은 사대부의 그것과 같은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러한 고시언(高時彦)의 시세계는 꾸밈 없이 진솔한 심회를 읊어낸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에 효출동곽(曉出東郭)을 보기로 한다.

 

曉嶂尙依微 林風吹浙浙

새벽 산봉우리 아직 희미한데 숲 사이 바람은 선들선들 불어온다.

馬嘶臨寒流 殘星落如雪

말 울음 소리 찬 강물에 다다랐는데 새벽별 눈처럼 지고 있다.

 

일찍 길을 나선 시인의 눈 앞에 펼쳐지는 새벽풍경이 참신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직 동이 다 트지 않아 먼데 산이 희미한데 솔바람과 말울음 사이로 새벽별이 쏟아져 내리는 풍경 속에 시인의 맑고 상쾌한 새벽 기분까지 겹쳐 놓고 있다. 이 시는 위항인 특유의 불평음(不平音) 같은 것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담박한 시인의 천기(天機)를 느끼게 한다.

 

 

고시언(高時彦)월야(月夜)는 위의 시와는 대조적으로 한 눈에 신분적 자괴감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해준다.

 

短裙徘徊小院東

베옷차림으로 작은 뜰을 서성이다가

驚悟一葉乍金風

떨어지는 오동잎 하나에 잠깐 사이 가을임을 깨닫네.

孤城月桂蟲吟裏

달이 걸린 외로운 성은 풀벌레 소리 속에 있고

萬樹秋涵露氣中

가을 빛에 젖은 나무들은 이슬 기운 가운데 있네.

今古紛紜何日了

예나 지금이나 분주한 세상일 언제나 끝나랴?

乾坤遼闊此途窮

하늘과 땅은 멀고 넓은데 이곳은 길이 막혔구나.

家貧無恤還憂國

가난한 집도 돌보지 못하면서 도리어 나라를 근심하니

自笑愚衷膝室同

스스로 이 내 마음 칠실과 같음을 비웃노라.

 

소대풍요(昭代風謠)』 「별집(別集)에는 제명(題名)칠일초납냥수하(七日初納涼樹下)로 되어 있다. 입의(立意)는 높은 경지에 이르고 있지만 통창(通暢)함이 결여되고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가을 7월 밤 나무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쓴 것이다. 세상은 넓고 크지만 유독 그들에게만은 길이 막혀있는 신분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서도 오히려 분에 넘치게 나라를 근심하는 자신의 칠실지우(漆室之憂)칠실지우(漆室之憂): 칠실은 춘추 시대 노()의 읍명(邑名)인데 한 고을이 겨우 일곱 집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제 신분(身分)에 맞지 않는 근심을 가리키는 말을 가리킨다. 열녀전(列女傳)에 노나라 칠실의 여자가 기둥에 기대어 울고 있어 이웃 사람이 시집을 못가서 우느냐고 물으니, 여자 대답이 사람을 너무 모른다. 임금은 늙고 태자는 어리니 그것이 걱정되어 운다.” 하였다. 그 사람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것은 대부(大夫)들이나 할 걱정이다.” 하니, 대답이 그렇지 않다. 지난날 객()의 말이 고삐가 풀려 우리 아욱 밭을 밟아 1년 내내 내가 아욱을 먹지 못하였다. 노나라에 환란이 생기면 군신 부자가 다 그 해를 입게 되는데 부녀자가 유독 피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를 자조하고 있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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