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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4. 위항인의 선명(차좌일)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4. 위항인의 선명(차좌일)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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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좌일(車佐一, 1755 영조31~1809 순조9, 叔章, 四名子)차천로(車天輅)의 후손으로 서화(書畵)는 물론 음율, 사예(射藝)에도 능했던 시인이다. 홍양호(洪良浩)정약용(丁若鏞) 등과 시로써 사귀었으며, 잠시 무과(武科)에 급제하여 벼슬을 살기도 하였으나 송석원 시사의 일원으로 풍류를 즐긴 일생이었다. 경외(境外)의 사림(詞林)으로 자처한 그였지만, 그는 끝내 세세생생에 다시는 이 땅에 태어나지 않겠다[哭曰: 世世生生, 不願爲本邦人也. (行狀)]”고 통곡하였다 한다.

 

차좌일(車佐一)산양역(山陽驛)은 그러한 그의 삶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落日山陽驛 歸程問牧童

산양역에 해가 질 무렵, 갈 길을 목동에게 묻는다.

一身無煖氣 四面有寒風

온 몸에 온기라곤 없는데 사방에는 찬 바람이 분다.

嶺勢惟天險 灘聲忽地雄

산마루 형세 험란하기만 해 여울 소리 갑자기 요란쿠나.

白頭猶役役 多愧古墻東

늙어서도 오히려 고역을 면치 못하니 낡은 담장 지나기도 부끄러워라.

 

한편 차좌일(車佐一) 시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범경문(范慶文)이 보여준 이체시(異體詩)의 경향을 따라 효사기체(效四氣體), 육갑체(六甲體), 약명체(藥名體), 효조명체(效鳥名體), 효수명체(效獸名體), 효십이속체(效十二屬體), 효육부체(效六府體), 효건제체(效建除體), 효육갑체(效六甲體), 팔음(八音), 괘명(卦名)등의 작품을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괘명(卦名)은 각구에 주역(周易)의 육십사괘명(六十四卦名)을 하나씩 넣은 것이고, 효육부체(效六府體)는 재물을 가무리는 여섯 곳, 즉 수()ㆍ화()ㆍ금()ㆍ목()ㆍ토()ㆍ곡()의 글자를 각구에 넣은 것이며, 효십이속체(效十二屬體)는 일명 십이생초시(十二生肖詩)로 십이간지(十二干支)에 해당하는 동물 이름, 곧 서()ㆍ우()ㆍ호()ㆍ토()ㆍ용()ㆍ사()ㆍ마()ㆍ양()ㆍ후()ㆍ계()ㆍ구()ㆍ저()의 열두 글자를 넣어 시를 짓는 것이다. 효조명체(效鳥名體), 효수명체(效獸名體), 약명체(藥名體)는 각기 새이름, 짐승이름, 약이름을 각구에 넣은 것이며, 효사기체(效四氣體)는 일명 사시시(四時詩)로 춘()ㆍ하()ㆍ추()ㆍ동()의 네 글자를 각구에 넣은 것이다. 이러한 이체시의 실험은 바로 사대부시인들이 규범에 얽매여 새로운 형식의 실험을 기피하던 것과 달리 위항인이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자유분방한 창작활동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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