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첩의 박명함에 대해 이백의 운을 사용해서 지으며
첩박명 용태백운(妾薄命 用太白韻)
이곡(李穀)
妾本寒門子 荊釵居白屋
첩본한문자 형채거백옥
美質天所生 兩臉知赬玉
미질천소생 량검지정옥
自倚傾國艶 乃與世人踈
자의경국염 내여세인소
五陵多年少 過者皆停車
오릉다년소 과자개정거
一笑肯輕賣 千金且不收
일소긍경매 천금차불수
以此自愆期 歲月長江流
이차자건기 세월장강류
西風昨夜至 莎雞鳴露草
서풍작야지 사계명로초
紅顏恐消歇 時過不再好
홍안공소헐 시과부재호
生不識人面 長年在深屋
생불식인면 장년재심옥
一爲色所誤 反遭珉欺玉
일위색소오 반조민기옥
憎愛古無常 朝恩暮乃踈
증애고무상 조은모내소
悒悒詠秋扇 望絶登君車
읍읍영추선 망절등군거
金牀爲誰拂 繡被久已收
금상위수불 수피구이수
閨空寒月落 但見螢火流
규공한월락 단견형화류
沉憂暫成夢 依俙闘百草
침우잠성몽 의희투백초
世無相如才 誰令復舊好
세무상여재 수령부구호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四
해석
妾本寒門子 荊釵居白屋 | 첩은 본래 한미한 집안 자식이라 가시나무 비녀 꽂고 초가집【백옥(白屋):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초가집】에 살았죠. |
美質天所生 兩臉知赬玉 | 아리따운 자질은 하늘이 내준 것으로 두 뺨은 붉은 옥임을 알겠고【이백(李白)의 「첩박명」 바로 뒤에 나오는 「유주호마객가(幽州胡馬客歌)」 시에 “부녀가 말 위에서 웃음 짓나니, 그 얼굴 붉은 옥 소반과 같아라[婦女笑馬上 顔如赬玉盤].”라는 말이 나온다.】 |
自倚傾國艶 乃與世人踈 | 스스로 나라를 기울어뜨릴 요염함에 기대 세상사람과는 소홀했어요. |
五陵多年少 過者皆停車 | 오릉의 많은 어린 남자들【서울 부호(富豪)의 경박하고 호협한 자제들을 가리킨다. 오릉은 함양(咸陽) 부근에 있는 서한(西漢) 다섯 황제의 능인데, 이곳에 능을 세울 때마다 사방의 부호들을 옮겨 와 살도록 했기 때문에 이런 뜻이 생겼다. 『漢書』 卷92 「原涉傳」】이 지나다가 수레를 멈추고 |
一笑肯輕賣 千金且不收 | 한 번 웃으며 기꺼이 가볍게 팔아도 됨에도 천금이라도 장차 수용하지 않죠. |
以此自愆期 歲月長江流 | 이 때문에 스스로 시기에 어긋나 세월이 긴 강처럼 흘러버렸어요. |
西風昨夜至 莎雞鳴露草 | 서풍이 어젯밤에 불어 귀뚜라미[莎雞]가 이슬 맺힌 풀에서 울어대죠. |
紅顏恐消歇 時過不再好 | 붉던 얼굴이 사라지고 다할까 걱정되니 시기가 지나면 호시절 다신 없겠죠. |
生不識人面 長年在深屋 | 나면서 남의 얼굴을 알지 못하고 자라선 깊은 방에만 있었죠. |
一爲色所誤 反遭珉欺玉 | 한 번 미색에 의해 잘못되었다가 도리어 옥돌이 옥을 기만하는 상황을 만났죠【자기보다 못생긴 다른 여자에게 총애를 뺏겼다는 말이다. 민은 옥과 비슷하게 생긴 돌이고 옥은 진짜 옥을 가리키는데, 보통 가짜와 진짜라는 뜻으로 대비해서 많이 쓰인다.】. |
憎愛古無常 朝恩暮乃踈 | 애증이 예로부터 일정치 않아 아침엔 사랑하다가 저녁엔 어색해지죠. |
悒悒詠秋扇 望絶登君車 | 흐느끼고 흐느끼며 가을부채시를 읊조리니 낭군 수레 오를 바람이 끊겼죠. |
金牀爲誰拂 繡被久已收 | 금빛 침대 누굴 위해 털겠으리오? 수놓은 이불 오래 전에 이미 거뒀네요. |
閨空寒月落 但見螢火流 | 규방은 비어 차가운 달만 떨어지고 다만 반딧불이 흘러다니는 것만 보여요. |
沉憂暫成夢 依俙闘百草 | 잠긴 근심에 잠시 꿈을 꿔서 어렴풋이[俙] 온갖 풀 싸움한 듯해요【옛날 단오절에 여인들이 꽃을 꺾어 와서 다과(多寡)와 우열(優劣)을 비교하며 시합한 놀이를 투백초(鬪百草)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꿈속에서도 잊지 않고 누가 더 예쁜지 서로 경쟁했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
世無相如才 誰令復舊好 | 세상에 상여와 같은 글재주가 없으니 누가 다시 옛날처럼 우호하게 하리오【진 황후(陳皇后)가 유폐된 뒤에 성도인(成都人) 사마상여(司馬相如)가 문장을 잘 짓는다는 말을 듣고는 100근(斤)의 황금을 보내어 글을 요청하자 사마상여가 「장문부(長門賦)」를 지어 주었는데, 한 무제가 그 글을 읽고 나서 진 황후를 다시금 총애했다는 이야기가 『문선』 권8 「장문부(長門賦)」 서문에 나온다.】.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四 |
해설
이 시는 박명(薄命)한 첩의 하소연을 노래한 것으로, 자만심에 빠져 결혼할 때를 잃은 나머지 박명(薄命)만 탓하는 여인의 어리석음에 빗대여 자긍(自矜)에 도취해 시속(時俗)만 탓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신흥사대부(新興士大夫)의 자탄(自嘆)을 읊은 것이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287쪽
인용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한시놀이터 > 삼국&고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색 - 기동정(寄東亭) (0) | 2021.04.04 |
---|---|
이색 - 한포농월(漢浦弄月) (0) | 2021.04.04 |
이곡 - 기정대언(寄鄭代言) (0) | 2021.04.04 |
이곡 - 제촌사(題村舍) (0) | 2021.04.04 |
이곡 - 기행일수 증청주참군(紀行一首 贈淸州參軍) (0) | 2021.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