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참새 지저귐에
황작음(黃雀吟)
신광한(申光漢)
黃雀啄黃黍 飛鳴集林木
황작탁황서 비명집림목
田中有稚兒 日日來禁啄
전중유치아 일일래금탁
雀飢不得飽 兒喜能有粟
전중유치아 아희능유속
有粟輸官倉 歸家但四壁
유속수관창 귀가단사벽
黃雀終自肥 兒飢向田哭
황작종자비 아기향전곡 『企齋集』 卷之五
해석
黃雀啄黃黍 飛鳴集林木 | 노란 참새가 노란 기장 쪼고 날다 지저귀며 숲에 모이네. |
田中有稚兒 日日來禁啄 | 밭 속 어린이 있어 날마다 쪼지 못하게 오니 |
雀飢不得飽 兒喜能有粟 | 참새 주려 배부를 수 없고 아이는 기뻐하며 곡식 가져갈 수 있지만 |
有粟輸官倉 歸家但四壁 | 곡식 있더라도 관아의 창고에 보내고 집 돌아오니 다만 사방 벽뿐. |
黃雀終自肥 兒飢向田哭 | 노란 참새 끝내 절로 살쪘지만 아이는 주려 밭 가며 눈물 뚝뚝. 『企齋集』 卷之五 |
해설
이 시는 삼척부사(三陟府使)로 있을 때 참새를 보고 노래한 것으로, 현실에 대한 풍자시(風刺詩)이다.
1연에서는 참새의 힘을 묘사하고 있고(참새는 당시 지방관이나 아전들을 비유함), 2연에서는 참새를 지키는 아이를 그리고 있다(아이는 당시의 백성들을 비유함), 3연에서는 잠시 참새를 막아 농사를 지을 수 있었으나, 4연에 이르러서는 수확한 곡식을 세금으로 내고 나니, 집에는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당시 백성들의 허무한 마음을 묘사하고 있고, 5연에서는 참새와 아이를 대비시켜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신광한은 「왕조사학황화집서응제(王詔使鶴皇華集序應製)」에서, “무릇 시는 사람의 성정에 근원하여 말로 드러난 것이다. 성정이 바르면 말에 드러난 것이 바르지 않은 것이 없다. 성정이 바르지 않으면 생각이 따라서 사악해지니, 그 말이 어찌 바름을 얻을 수 있겠는가? 옛날 태평성세 때에 성인이 위에 있어 자신으로 가르침을 삼아 직온관률(直溫寬栗)을 한 데 섞어 그 중(中)을 얻은 연후에 천하의 말 중에 바르게 드러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시라는 것은 또한 말의 정화이다[夫詩者 根於人之性情而發之於言 性情正則發於言者無不正 性情不正則思從而邪 其言烏得而正哉 古昔盛時 聖人在上 以身爲敎 直溫寬栗 揉得其中 然後天下之言無不發於正 而詩者又言之精華也].”라 하여, 시가 성정(性情)의 표현으로 인간의 심성(心性)을 도야(陶冶)하여 사회교화(社會敎化)를 실현하는 것으로 보았다. 신광한의 풍자시(風刺詩)에는 이러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 권상 79번에서, “기재 신광한과 호음 정사룡은 같은 시대에 이름이 함께 높았는데, 기상과 격조는 서로 달랐다. 신광한의 시는 맑고 밝으며, 정사룡의 시는 웅장하고 기이하다. ……기재는 각체의 시를 구비한 반면 호음은 유독 7언율시만을 잘 지었다. 호음이 기재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자, ‘호음은 신공의 각체가 어찌 내 율시 하나를 대적하겠는가?’라 하였다[申企齋·鄭湖陰, 一時齊名, 兩家氣格不同. 申詩淸亮, 鄭詩雄奇. 企齋「沃原驛」詩曰: ‘暇日鳴螺過海山, 驛亭寥落水雲間. 桃花欲謝春無賴, 燕子初來客未還. 身遠尙堪瞻北極, 路迷空復憶長安. 更憐杜宇啼明月, 囱外誰栽竹萬竿.’ 企齋於詩各體俱備, 湖陰獨善七律, 湖似不及企, 而湖嘗曰: “申公各體, 豈能敵吾一律哉!].”라 하여, 신광한과 정사룡 시(詩)의 장처(長處)를 제시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45~24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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