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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 마상구호(馬上口號)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박지원 - 마상구호(馬上口號)

건방진방랑자 2021. 4. 14.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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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읊다

마상구호(馬上口號)

 

박지원(朴趾源)

 

 

翠翎銀頂武夫如 千里遼陽逐使車

一入中州三變號 鯫生從古學蟲魚 燕巖集卷之四

 

 

 

 

해석

翠翎銀頂武夫如
취령은정무부여
푸른 깃의 은정자(銀頂子) 쓰니 무사 같아
千里遼陽逐使車
천리요양축사거
천리의 요양에서 사신 수레를 쫓아갔지
一入中州三變號
일입중주삼변호
한 번 중국에 입국해선 세 번 호칭 변하니
鯫生從古學蟲魚
추생종고학충어
하잘 것 없는 사람이 예로부터 쓸데없는 것을 배우는 법추생(鯫生)은 식견이 얕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충어(蟲魚)를 배운다는 것은 유교 경전을 연구하면서 벌레나 물고기의 명칭과 같은 자질구레한 지식들을 추구하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이 시에서는 연암 자신이 사행 길에 밴댕이, 새우, 가오리 등으로 불린 것을 스스로 풍자한 것이다.. 燕巖集卷之四

 

 

해설

이 시는 47세에 중국을 처음으로 가는 말 위에서 즉흥적으로 노래한 것으로, 자신의 행색(行色)과 심정(心情)을 희화적(戱畵的)으로 옮고 있다.

 

이 시에 관해서는 열하일기(熱河日記)』 「피서록(避暑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사신을 따라서 중국에 들어가는 이는 반드시 칭호 하나씩을 가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역관을 종사(從事)라 하고, 군관을 비장(裨將)이라 하며, 양으로 가는 나와 같은 이는 반당(伴當)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말에 소어(蘇魚)를 반당(盤當)이라 하니, ()과 반()의 음이 같은 까닭이다. 그러나 압록강을 건너면 아까 이른바 반당은 은빛 모자와 정수리에 푸른 깃을 꽂고 짧은 소매에 가뿐한 행장을 차리게 된다. 이를 본 길가의 구경꾼들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새우라고 부른다. 어째서 새우라 하는지는 모르나, 대체로 무부(武夫)의 별호인 듯싶다. 또 지나는 곳마다 어린이들이 떼를 지어 몰렸다가 일제히, ‘가오리가 온다. 가오리가 오네. 하고, 또는 말 꼬리에 따라오면서 다투어 가며 지껄인다. 가오리가 온다는 것은 고려(高麗)가 온다는 말이다. 나는 일행더러, ’이제 세 가지 물고기로 변하는구먼.‘하고는 웃었다. 모든 사람들은, ‘어째서 세 가지 물고기라 하는가?’ 한다. 나는, ‘길을 떠날 때에는 반당이라 하였으니 이는 소어요, 압록강을 건넌 뒤로는 새우라고 하니 새우도 역시 고기의 한 족속이요, 되놈 애들은 모두 가오리 하고 부르니 이는 홍어(洪魚).’ 하니, 곧 사람들은 모두 크게 웃었다. 나는 이내 말 위에서 시 한 절을 불렀다[從使者入中國 須有稱號譯官 稱從事軍官 稱裨將閒遊 如余者 稱伴當 國言蘇魚稱盤當 盤與伴音同 旣渡鴨綠江則所謂伴當 銀頂翠羽 短袂輕裝 道傍觀者 指點輒稱蝦 不識爲何稱蝦 而蓋似是武夫之別號也 所過村坊 小兒群聚 齊呼哥吾里來哥吾里來 或隨馬尾 爭唱聒噪 哥吾里來者 高麗來也 余笑謂同行曰 乃變三魚 諸人問何謂三魚 余曰 在道稱伴當 是蘇魚也 渡江以來 稱蝦 蝦亦魚族也 胡兒群呼哥吾里 是洪魚也 人皆大笑 因於馬上口號曰 翠翎銀頂武夫如 千里遼陽逐使車 一入中州三變號 鯫生從古學蟲魚].”

 

이처럼 연암은 열하일기에서 무려 180여 회에 걸쳐 한시(漢詩)를 인용하고 있다. 이들 한시는 형식적으로 4, 5, 6, 7, 잡언시 등이 두루 포함되어 있고, 대부분 중국시들이나 우리나라 한시도 20여 회 인용되어 있다(전재강, 熱河日記 所載 揷入詩의 성격과 기능). 이를 통해 연암은 시에 대해서도 관심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287~288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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