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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구- 춘일우중소집(春日雨中小集)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이서구- 춘일우중소집(春日雨中小集)

건방진방랑자 2021. 4. 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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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비 올 때 작은 누대에 모여

춘일우중소집(春日雨中小集)

 

이서구(李書九)

 

 

幽人集小閣 疏雨復侵尋

유인집소각 소우부침심

花欲娟娟靜 山尤漫漫陰

화욕연연정 산우만만음

草光明去蝶 林翠膩棲禽

초광명거접 림취니서금

向晩微風善 冷然有好音

향만미풍선 랭연유호음

 

 

 

 

해석

幽人集小閣 疏雨復侵尋 은둔한 이가 작은 누대에 모이니 이슬비가 다시 오려 하네[侵尋].
花欲娟娟靜 山尤漫漫陰 꽃은 어여쁘고 고요하려 하고 산은 더욱 가득해져 어두워지네.
草光明去蝶 林翠膩棲禽 풀빛이 떠나는 나비를 밝히고 숲의 푸른 빛이 서식하는 새를 윤기나게 하네.
向晩微風善 冷然有好音 저물어가자 미풍이 좋아 서늘하게 좋은 소리가 나네.

 

 

해설

이 시는 봄날 비가 오는 중에 작은 누각에 모여서 주변의 정경을 노래한 것으로, 무심(無心)하게 경()을 읊고 있다.

 

후사가는 학당(學唐)을 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왕사정(王士禎)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청장관전서에 기재되어 있는 다음 언급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대경당전집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20여 년이 되었으나, 그 책을 소장한 자는 두세 집에 지나지 않으며, 지은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지 못한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서 그 책을 빌려 보고, 너무나도 방대한 것이라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딱 벌어져 진작 보지 못한 것을 매우 한탄하였다. …… 드디어 영재ㆍ강산ㆍ초정 등에게 자랑하였는데, 모두들 몸에 배도록 저작하고 이목에 익혀서 그 영향을 받아 이 천지간에 왕어양이 있음을 아는 자는 차츰 그를 추앙하게 되었다[帶經堂全集之來東 纔二十餘年 而藏之者 不過二三家 亦不識其爲何人 余甞從人借讀 洋洋巨觀 目瞠舌呿 自恨相見之苦晩 於是有詩曰 好事中州空艶羡 堯峰文筆阮亭詩 遂詑張夸震於冷齋薑山楚亭諸人 擧皆咀嚼濃郁 耳濡目染 流波所及 能知有王漁洋於天壤間者 亦稍稍相望也]”

 

왕사정(王士禎)은 종송파(宗宋派)였던 전겸익(錢謙益)의 제자였으나, 오히려 스승이 맞섰던 엄우(嚴羽)를 좇아 신운설(神韻說)을 주장했다. 왕사정은 수식이나 논리 정연한 이론을 반대하고 자연스럽고 청신한 묘경(妙境)에 드는 경지를 주장하여 언유진이의무궁(言有盡而意無窮)’하는 데서 신운(神韻)을 추구하였다. 이것은 또한 시()와 선(), ()와 화()의 일치를 지향하는 것으로, 후사가의 시에서 회화성(繪畫性)은 왕사정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왕사정이 사용한 신운(神韻)은 엄우가 사용한 입신(入神)에서 따왔다. ()은 사물의 정기(精氣)를 뜻하고, ()은 시에 있어서의 개인적 문체(文體), 관용어, 운취(韻趣) 등으로 추측된다. 다시 말하면 시 속에는 생활의 정신()이 구체화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개성적인 운치()를 띨 것이라는 말인데, 결과적으로 왕사정은 정서(情緖)를 표현하는 일에 등한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신운설에 의하면 시란 시인(詩人)의 세계와 자기 마음에 대한 관조(觀照)의 구체화라는 개념이 설정된다. 따라서 시는 정()이 아니라 (外景)의 반영이라는 견해인 것으로, 직접적인 시술이나 진술방식보다는 암시에 의한 효과를 강조한다(유현숙, 이서구의 시세계). 위의 시가 이러한 경향을 띠고 있다고 하겠다.

 

청장관전서에는 이서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략한 기록을 싣고 있다.

강산은 소년 수재(秀才)로 학문이 날로 풍부해져서, 그가 시를 짓는 데는 모든 경서(經書)와 사책(史策)에 근거하였으며, 전서(篆書)ㆍ주문(籒文)ㆍ팔분(八分)ㆍ예서(隸書)로 그 기품을 드러내고 초목금수의 그림으로 그 재주를 나타내어 성령(性靈)으로 운용(運用)하고 감식(鑑識)으로 뜻을 깨달아 고아(古雅)하고 유담(幽澹)하며 고량(高亮)하고 한원(閑遠)하므로, 나는 일찍이 감탄하기를, ‘그의 문장 솜씨는 왕어양 같고, 박식은 주죽타(朱竹宅)죽타는 청초(淸初)의 학자 주순존(朱舜尊)의 호. 경사(經史)를 널리 읽어 통하였고 고문(古文)과 시사(詩詞)에 능하여, 왕사정과 함께 남북(南北)의 두 대가(大家)로 칭해졌다 같으니, 내가 강산에 대해서는 결점을 지적하여 비난할 수 없다.’ 하였으니, 이야말로 영재 유득공(柳得恭)과 초정 박제가(朴齊家) 등도 내 말을 정론이라고 하기에 마땅하리라. ……강산은 모든 시의 체재에 능하였는데, 오언고시(五言古詩)에 더욱 능하였다. 그의 시는 도잠(陶潛)과 사혜운(謝惠連)에 근본하였으나, 때로 저광의(儲光儀)와 맹교(孟郊)에서 시작하였으니, 이는 바꿀 수 없는 정론이다. 강산은 오언 고시에 능하고 영재는 가()와 행()에 능하니, 비유하자면 코끼리의 한 몸에는 모든 짐승 고기의 맛을 겸하였으나, 그 코만이 오로지 코끼리고기 본래의 맛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薑山妙年英才 聞學日富 其爲詩也 根據乎全經全史 篆籕分隷 以秀其氣 卉木禽虫 以致其才 運之以性靈 會之以鑒識 古澹幽㓗 高亮閒遠 余甞嘆其典裁如王漁洋 淹雅如朱竹坨 余於薑山無間然云爾 則亦不固讓 泠齋楚亭 皆推爲鐵論 …… 薑山諸體皆工 而尤嫺五古 原本陶謝 而時濫觴於儲孟之間 此可爲不易之論也 薑山嫺五古 冷齋工歌行 譬諸象之一身 各具衆獸之肉味 而其鼻 獨專象之本肉之味焉].”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31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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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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