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연
지연(紙鳶)
박제가(朴齊家)
埜小風微不得意 日光搖曳故相牽
削平天下槐花樹 鳥沒雲飛乃浩然 『貞蕤閣初集』
해석
埜小風微不得意 야소풍미불득의 |
들은 좁고 바람 적어 뜻을 얻지 못하고 |
日光搖曳故相牽 일광요예고상견 |
햇빛이 흔들리다가 짐짓 서로 끌어대네. |
削平天下槐花樹 삭평천하괴화수 |
천하의 홰나무【괴(槐): 조정에 이 나무를 세 그루 심어 三公의 좌석 표시로 삼았다】를 잘라 평평히 하면 |
鳥沒雲飛乃浩然 조몰운비내호연 |
새는 잠기고 구름은 날아 드넓어질 텐데. 『貞蕤閣初集』 |
해설
이 시는 종이연을 노래한 것으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는 현실적 갈등을 노래하고 있다.
연을 날리기에는 들이 좁고 바람도 미약하여 뜻을 얻지 못하는데(淸國의 광활함에 비해 좁은 조선의 협소함과 고루함을 비유함), 햇빛에 흔들리며 서로 연줄이 설키었다(작은 나라에서 자신만의 이익만을 생각함). 연을 날리기 좋게 하기 위해 천하의 홰꽃나무 모조리 쳐서 평평하게 하면【홰나무는 삼공(三公)을 상징하며, 이상의 실현을 위해 제거되어야 하는 대상임. 이것은 오대시안(烏臺詩案)[朋萬里가 편찬한 책으로, 소식이 王安石의 新法을 비판하다가 체포되자, 붕만리가 그의 시를 모아서 편찬했다. 章惇ㆍ蔡京 등이 소동파(蘇東坡)를 모함하는데, 그가 지은 詩를 지적하여 이것은 국가의 어느 일을 비방한 시요, 저것은 어느 일을 비방한 것이라고 일일이 지적하여 죄를 만들었는데, 이것을 烏臺詩案이라 한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음】, 새도 없고 구름도 흩어져 마음이 탁 트일 것이다(자신의 浩然之氣를 펼칠 수 있는 현실적 상황이 이루어질 수 있음).
박제가는 이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실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시학론(詩學論)」에서, “우리나라의 시는 송ㆍ금ㆍ원ㆍ명을 배우는 자는 최상이 되고, 당을 배우는 자는 그 다음이 되며, 杜甫를 배우는 자는 가장 못 하여, 배우는 것이 높을수록 그 재주가 더 낮아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두보를 배우는 자는 두보가 있다는 것을 알 뿐이고, 그 외는 보지도 않고 먼저 업신여기므로, 기술이 더욱 서툴다. 당을 배우는 폐단도 똑같으나, 조금 나은 것은 두보 이외에도 오히려 왕유(王維)ㆍ맹호연(孟浩然)ㆍ위응물(韋應物)ㆍ유종원(柳宗元) 등 수십 명의 성명이 가슴속에 있는 까닭에, 낫기를 기약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게 된다. 저 송ㆍ금ㆍ원ㆍ명을 배우는 자는 그 식견이 여기에서 더 나아간 데다, 하물며 수많은 책을 읽어 성정의 참됨을 발휘함에 있어서랴[吾邦之詩, 學宋ㆍ金ㆍ元ㆍ明者爲上, 學唐者次之, 學杜者㝡下. 所學彌高, 其才彌下者何也? 學杜者知有杜而已, 其他則不觀而先侮之, 故術益拙也. 學唐之弊, 同然而小勝焉者, 以其杜之外, 猶有王ㆍ孟ㆍ韋ㆍ柳數十家之姓字存乎胸中, 故不期勝而自勝也. 若夫學宋ㆍ金ㆍ元ㆍ明者, 其識又進乎此矣. 又况博極羣書, 發之以性情之眞者哉]?”라 하여, 두보(杜甫)의 시(詩)와 왕희지(王羲之)의 필법(筆法)만이 만고불변(萬古不變)의 귀감(龜鑑)이라는 고정관념의 꺼풀을 벗어던지자고 한 것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05~30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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