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약동하는 걸 시로 표현하다
舍後桑枝嫩 畦西薤葉抽 | 집 뒤 뽕나무 가지 새싹 뾱 돋고, 서쪽 밭의 부추잎이 쑥 자라네. |
陂塘春水滿 稚子解撑舟 | 언덕엔 봄물 가득하여 어린 자식 메어놓은 배를 저을 줄 아네. |
『소화시평』 권상55번에 두 번째로 인용된 「자적(自適)」이란 시는 봄의 정경을 읊고 있는 평범한 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밌는 부분은 ‘눈(嫩)→추(抽)→만(滿)’으로 행위 자체가 확대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눈(嫩)은 여린 새싹 뾱 돋아나는 모습이라면, 추(抽)는 쏙 하고 약간 더 큰 모양새로 돋아나는 모습이고, 만(滿)은 이미 단어만으로도 가득 차 있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걸 점층법(漸層法)이라 할 수 있고, 해석을 할 때에도 그걸 반영하여 점차 거대해지는 모습으로 알맞게 해석하면 된다.
문제는 과연 이런 류의 시를 왜 지었냐는 것이다. 이 시도 자연을 묘사하고 있기에 얼핏 보면 교융(交融)이나 관조(觀照)의 상황이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융이라 말할 수 없는 게 4구에선 봄물이 가득한 방죽에 물이 불어났다는 것을 알아채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배를 풀고 노를 젖는 아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간단명료하게 ‘봄’ 그리고 ‘여러 생물들이 자라남’, ‘아이들의 활기차짐’을 한 데로 엮어 ‘봄날의 생명력’이라 말했다. “그건 활기참이고 약동하는 생명력이며, 천기(天機, 天理妙發之處)가 있는 작품이다”라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생명이 약동하는 것을 표현할 땐 매화(梅花)를 많이 가져다 씁니다. 보통 매화는 지조를 상징하는 것으로 표현하나, 태극에서 음기가 가장 쎈 1월 1일에 마침내 양기가 서서히 커져가는 것처럼, 시린 한 겨울에 피어나는 매화를 통해 생명력을 노래하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와우 이렇게 볼 수 있다면, 이 시는 정말로 아름답게 생명력을 노래한 시라는 걸 볼 수 있다.
交融 | 정경일치의 경지 |
觀照 | 사물의 이치를 깨닫기 위한 관찰 |
天機 | 생명력에의 외경, 약동하는 생명력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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