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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슈렉과 줄리아 크리스테바[‘바람직한 주체’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 - 12. 아무도 사랑하지 못한 편협함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슈렉과 줄리아 크리스테바[‘바람직한 주체’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 - 12. 아무도 사랑하지 못한 편협함

건방진방랑자 2021. 7. 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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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무도 사랑하지 못한 편협함

 

 

동키: 슈렉, 난 너랑 같이 살고 싶어.

슈렉: 이봐, 내가 전에도 말했지! 나는 너랑 같이 살지 않아. 난 혼자 살아! 내 늪! ! 딴 사람은 아냐! 알겠어? 다른 사람은 싫어! 특히 쓸모없고 짜증나는 말하는 당나귀는 필요 없어!

 

 

마침내 파쿼드 영주는 아름다운 피오나 공주의 실물을 보게 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즉석에서 청혼한다. 전리품을 챙기듯 피오나 공주를 차지하려는 파쿼드의 부담스런 프러포즈. “아름다운 피오나 공주님, 완벽한 신랑의 완벽한 신부가 되어주시겠습니까?” 완벽한 신랑과 완벽한 신부의 조합. 파쿼드가 꿈꾸는 결혼은 신랑 신부의 계약을 통해 재산과 권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피오나 공주의 섹시함은 이 결혼으로 인해 쟁취할 경제적 ·정치적 가치인 셈이다.

 

 

 

 

피오나 공주의 밤의 얼굴을 목격한 동키는 이미 서로 사랑에 빠지고서도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는 두 남녀의 양파껍질을 벗겨내고자 한다. 동키가 보기에 피오나와 슈렉은 더할 수 없는 찰떡궁합이다. 미녀가 야수를 구해내 야수를 기어이 왕자로 탈바꿈시킬 필요도 없고, 아름다운 미녀와 백마 탄 기사가 되기 위해 각종 재테크와 최첨단 성형수술에 목맬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동키의 눈에 비친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최상의 커플이다. 파쿼드가 피오나 공주를 납치하다시피 데려간 후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슈렉을 보며 동키는 드디어 진심을 털어놓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슈렉이 늪 주변에 쌓고 있는 거대한 마음의 울타리, 자폐증의 성벽부터 부숴버려야 한다. 파쿼드로부터 돌려받은 늪이 몽땅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슈렉을 향해 동키는 이 늪에서 함께 살면 되지 않느냐고, ‘내 것네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동키: , 그래, 내 늪! 나도 같이 공주를 구했으니까, 절반의 대가는 내 거야.

슈렉: (……) 여긴 내 늪이야!

동키: 우리 늪이야!

슈렉: 포기해!

동키: 네가 포기해!

슈렉: , 그럴 순 없지!

동키: 너는 항상 나, , 나만 챙겨. 이제 내 차례야! 넌 항상 날 못살게 굴고, 내가 하는 일을 전혀 고마워 안 해! 항상 막 대하거나 밀쳐내!

슈렉: 그래? 그렇게 못살게 굴었는데 왜 다시 온 거야?

동키: 친구란 그런 거기 때문이지. 서로 이해해 주고 용서하는 거야! 넌 너무 껍질이 많아, 양파 놈아!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도 몰라! (……) 공주님은 널 좋아했었고 어쩌면 사랑했었을 뿐인데.

슈렉: 사랑한다고? 내가 못생겼다고 했어! 괴물이랬어! 둘이 말하는 걸 들었어.

동키: 네 얘기한 게 아니었어. 그 얘긴, 다른 사람에 대한 거였어.

 

 

 

 

끔찍한 괴물의 오명을 견뎌온 슈렉과 피오나는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지만 아직 슈렉은 피오나의 비밀을 알지 못한다. 동키는 자신이 말해줄 수도 있지만 슈렉이 그 비밀을 피오나에게서 직접 듣기를 바란다. 슈렉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동키의 우정을 깨닫고 비로소 내 늪네 늪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모두가 날 싫어해라는 핑계를 대며 아무도 사랑하지 못했던 자신의 편협함을 깨닫는다.

 

동키, 슈렉, 피오나는 서로의 결핍을 통해 배운다. 타인의 고통을 내 것처럼 앓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 안에서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아브젝트의 가냘픈 흔적을 더듬는다. ‘인간의 영지괴물의 늪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우리 안의 코라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길은 없을까.

 

 

여성의 희열을 억압된 것으로 보는 라깡과 달리, 크리스테바는 희열과 모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머니의 몸은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는 코라(chora)이며 희열의 장소, 즉 상징계에서 경험할 주체성의 형성을 가능케 하는 곳으로 강조된다. 이 모성적 육체는 상징계에서 경험할 자아와 타자의 분열, 언어적인 체험을 모두 내포하고 포괄하는 장이 된다. (……) 어머니의 몸은 주체와 분리된 후에도 주체의 무의식에 흔적으로 남아 상징계 질서의 분리의 경계선에 들어가 그 경계선을 와해하는 적극적인 힘이 된다.

-김진옥, 크리스테바와 델러웨이 부인, 근대영미소설 제12,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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