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목계나루의 소상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이 시는 한강에서 배를 부려 장사하는 소상인들의 생활 정경을 묘사한 것이다. 한강은 주로 수운(水運)에 의존하던 시대에는 교통로로서 중요했다. 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세곡이나 온갖 물화가 서울로 운반되었으며, 강 위로 상선들이 빈번히 내왕했던 것이다. 경강상인 혹은 강상이라고 불리는 대상이 성장했거니와, 작중에 등장하는 목계나루 사람들은 남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는 소상인들이다.
작품 첫머리의 “목계나루 강가에 집들이 대체 몇몇 호인고? / 집집이 배를 타고 장사치로 생애가 되었구나[木溪江上凡幾家 家家賈販爲生涯]”라는 표현에서 벌써 농어촌의 한적한 마을 풍경은 아닌, 상업이 불러일으킨 다소간의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다음의 “호미 쟁기 내던지고[不事鋤犁]”는 땅만 파먹을 줄 알던 농민들에게 있어서는 생활혁명이다. 이들 이끗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날을 받아 배를 띄워 물길 따라 내려가는 과정이 죽 그려지는데, 그네들의 노고와 애환을 구체적으로 포착한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아래서 올라오는 배의 사람들과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장면 또한 재미나게 묘사했다.
작품이 인물의 개별적 형상화가 결여되어 서사성은 약하다고 보겠으나 나름으로 특색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은 천하대란의 시국을 근심하는 의미의 말로 끝맺는다.
당시 워낙 혼미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앞에서 고뇌하는 시인의 목소리다. 작중에 그려진 서민적 삶의 진실에 겉도는 느낌도 들지만 시인의 진지한 우환의식을 느낄 수 있다.
이 시는 창작연대가 1640년(인조 18년)이다. 병자호란(丙子胡亂)의 상흔(傷痕)이 가시기도 전이었지만 서민들 스스로 삶의 유리한 도리를 따라 활동하는 모습이 생기차 보인다. 이조 후기 상업 발달의 예고편을 보는 듯싶다.
이 목계나루를 배경으로 하는 현대시로 신경림의 「목계장터」가 있다. 「목계장터」에서는 현대적 변모로 사양길에 접어들어 쓸쓸한 목계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 「목계나루 장사꾼」에서는 역사 속의 진취적 인간의 모습을 대하는 것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155~15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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