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모심기 노래로 서민의 애환을 담다
이 시는 민요의 일종인 ‘모심기 노래’를 취재하여 창작한 것이다. 시인이 김해지방에서 유배 생활을 할 당시 그 지방에 유행하여 들었던 노래로 추정된다.
고정옥(高晶玉)은 “민요의 중심은 노동요이고 노동요의 핵심은 역사적 지역적으로 보편적인 ‘모심기 노래’다”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 다음, “‘모심기 노래’의 멜로디는 ‘보리타작 노래’가 그 노동의 리듬을 좇아 급템포인 것과 반대로 대단히 유장하다”라고 특징을 지적한다. 그리고 “‘모심기 노래’는 소위 ‘정구지’(또는 정자ㆍ정지ㆍ둥지)라는 장르를 형성하는 것인데 작업과정에 따라 ‘모찌기 노래’ ‘모심기 노래’로 대별할 수 있으며, 작업의 시종, 점심시간의 노래 등에 의해서 노래 종류를 달리 한다”라고 해설하였다.(『조선민요연구朝鮮民謠硏究』)
이처럼 ‘모심기 노래’는 노동요로 가장 보편성을 가졌고 작업과정에 따라 노래의 종류가 분화되었으므로, 그 가사는 다종다기하고 그 내용도 여러가지 인생 정감을 담은 것이었다. 향랑 고사와 관련해서 발생한 「산유화」도 이 ‘모심기 노래’에 흡수되었거니와, 다른 노랫가락도 이 속에 편입된 사례가 더러 있다.
지금 이 모심기 노래 5장은 앞의 서장만 시인의 소감을 머리말로 붙인 것이며, 다음 제1장부터 제5장까지는 민요의 노랫말을 옮긴 형식이다.
제1장은 낙동강 상류 쪽에서 태어나 낙동강 하류 지방으로 출가한 여자가 시집살이의 고달픔과 친정을 그리는 사연인데,
제2장으로 이어져 모처럼 근친(覲親)을 가는 기쁨을 노래한다.
제3장은 서사의 내용이 바뀌는데, 어떤 처자가 침실로 남자를 끌어들였다고 비난받는 데 대해 변명하는 사연이며,
제4장에서 또 바뀌어 별리(別離)의 정을 서술하고 있고,
제5장도 결코 변치 않을 애정을 호소한 것이다.
처음부터 하나의 서사구조로 완결된 형태는 아니다. 몇몇의 서사적 정황을 엮어놓은 셈이다. 그러나 주제 및 정서의 통일적 흐름은 가지고 있다. 서장에서 “저렇듯 애달프니 원한이 서렸구나”라고 시인이 인식하고 있는 대로 서민의 애환이 담긴 것이다. 사상 경향이 인간성을 본능적으로 긍정하고 낙관주의를 견지하는 데, 언어정서가 곧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점이 특색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323쪽
1 | 여인들이 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다섯 가락의 노래 |
2 | 남편과 자주 헤어져야 하는 새색시의 원망 |
3 | 친정집에 오랜만에 가는 새색시의 마음 |
4 | 거 형님!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뇨 |
5 | 주흘산 아무리 높다 해도 낭군님 볼 수 있다면 기꺼이 오르리 |
6 | 그댈 향한 그리움에 눌려 죽는대도 그대가 좋은 걸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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