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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박호행(鳥嶺搏虎行) - 해설. 민중의 영웅과 이야기꾼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조령박호행(鳥嶺搏虎行) - 해설. 민중의 영웅과 이야기꾼

건방진방랑자 2021. 8. 2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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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민중의 영웅과 이야기꾼

 

이 시는 호랑이를 때려죽인 장사 이야기를 엮어서 한 민중영웅의 형상을 표출한 것이다. 작품은 앞의 산문으로 쓴 머리말, 다음에 호랑이를 잡은 전말을 서술한 전반부와 그 이야기를 구연(口演)하는 현장을 묘사한 후반부로 이루어져 있다. 후반부에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직접 출연하는바, 전반부의 경이로운 이야기는 바로 그 자신의 경험담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 민중 기질의 호협한 인간을 만나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 흥미롭다. 호랑이는 실로 옛날 옛적부터 인간의 무서운 적이었으니, 호랑이 말만 들어도 우는 아기 울음을 그친다 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호랑이의 웅장한 이미지 앞에서 인간은 약소했던 셈이다. 그런데 지금 작중 주인공이 남의 위급함에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나서는 태도는 곧 민중 기질이겠거니와, 사나운 호랑이를 보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무서운 짐승을 고양이 잡아 족치듯이 간단히 제거해버린다. 자연을 압도하는 인간의 역량이 고도로 강조되어 있다. 작중에서 가마 타고 시집가는 신부를 구출하는 설정이 더욱 극적인데, 호랑이 가죽을 뒤에 걸고 말안장에 앉은 그 모습이야말로 민중의 호걸이다. 시인은 그대 하릴없이 늙어간 일 세상으로 보면 다행이라 할까[如君虛老爲時幸]”라고 말했지만, 역으로 변혁의 역량을 그 형상에서 간파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이야기의 제보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서사시는 작중 서술자(시인)와 작중화자(주인공)의 대화로 구성되는 방식이 보편적인 형태다. 이때 작중화자는 대개 자신이 겪은 사실을 하소연하는 것이지, 남다른 화술을 지닌 이야기꾼 같은 부류는 아니다. 그런데 여기 작중화자는 이야기꾼의 면모를 갖춘 것이다. 서술자(시인)는 이 점을 중시한다. 후반부는 우리 고을 김군이 길손 한 사람 데리고 / 버드나무 그늘을 뚫고 와서 나의 심심무료를 달래는구나[吾州金君携一客 穿到柳陰慰寂寥]”로 시작되는데 심심무료를 달래는묘방은 다름아닌 이야기다. 과연 그이는 재미난 이야기 실가락 풀리듯혹은 마치 화가가 그림 그리듯 대단한 이야기 솜씨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 호랑이를 때려잡은 이야기를 포함해서 재미난 이야기들을 그날 밤에 들었다. 다음의 이시미 사냥(擒螭歌)도 그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이야기꾼의 구연이 이처럼 서사시로 발전한 경우는 당시 문학사에서 특이한 사례에 속하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2, 창비, 2020, 509~510

 

산문 익산 사내가 새벽에 들려준 이야기
1 범에게 물린 새색시를 구하다
2 밤새 들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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