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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경한글역주, 5장 조선왕조 행실도의 역사 - 동영의 고사,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원형 본문

고전/효경

효경한글역주, 5장 조선왕조 행실도의 역사 - 동영의 고사,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원형

건방진방랑자 2023. 3. 3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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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董永)의 고사,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원형

 

 

순임금의 효도 이야기는 이미 맹자(孟子)에도 잘 소개가 되어있는 것이며, 70 먹은 노인 노래자(老萊子)100세가 된 부모 앞에서 5색의 색동저고리를 입고 어린애처럼 재롱을 부려 노부모를 즐겁게 하여 노쇠함을 방지케 하려 했다는 이야기나, 민자건ㆍ증삼의 이야기는 이미 고전을 통하여 알려진 상식적인 수준의 것이다. 자로는 공자의 수제자로서 일화가 많은 캐릭터이다.

 

동영(董永)의 이야기도 후한 무씨사(武氏祠) 화상석(畵象石)에 이미 명료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지극히 낭만적인 이야기 틀을 가지고 있어 중국역사를 통하여 문학이나 다양한 희곡의 주제가 되었다. 동영은 본시 효행이 지극하여 품팔이로 아버지를 극진히 모셨는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자기 몸까지 팔아 전주(錢主)에게 1만 전을 빌려 후장(厚葬)을 지내었다. 그런데 장례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아리따운 여인이 동영의 처가 되기를 자처하였다. 동영이 이미 몸을 팔아 노예가 된 처지를 이야기하자 그 여인이 동영과 함께 주인에게 나아가 동영을 노예신분에서 풀어주기를 간청한다. 주인이 비단 300필만 짜 오면 풀어주겠다고 약속한다. 그 여인은 동영의 누추한 집에 행복하게 거하면서 불과 한 달만에 비단 300필을 다 짜버린다. 전주에게 비단 300필을 갖다 주니 전주는 놀라면서 약속대로 두 사람을 풀어준다.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지점에 이르자 그 여인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동영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본시 하늘나라의 직녀올시다. 그대의 지극한 효성에 감복하여 하느님께서 그대를 대신하여 빚을 갚아주라고 나를 보내셨다오. 나는 돌아가야 할 몸이요.” 말이 끝나자마자 푸른 하늘로 치솟으며 훨훨 날아가버렸다.

 

이 이야기는 하늘세계(이상계)와 땅의 세계(현실계)라는 우주적 스케일의 대비가 있고, 하늘의 선녀와 정직한 속세의 선남이 만나 같이 땀을 흘리면서 살아가는 땅의 기쁨이 있는가 하면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이 있다. 희곡의 작가들은 이 줄거리에 무한한 상상력을 독입(讀入, to read in)할 수 있다.

 

나는 올 봄(2009)에 베이징의 국가대극원(國家大劇院)에서 후앙메이시(黃梅戲) 천선배(天仙配)라는 작품을 관람했는데 이것도 동영의 고사를 아름다운 노래로 각색한 일종의 전통 뮤지컬이었다. 우리나라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한 원형을 이룬다 할 이 이야기는 한대로부터 현대중국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민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의 본래의 주제는 이다동영은 산동성 박흥현(博興縣) 진호진(陳戶鎭) 동가촌(董家村)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역사적 실존성의 근거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무씨사(武氏祠)의 사람들과 동시대의 인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효가 발현되는 가장 중요한 장()은 삶의 평상시이다. 일상적 평온함 속에서 은은히 꾸준하게 발현되는 효야말로 가장 위대한 효인 것이다. 그러나 평상적 효는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더구나 삼강행실도류의 효는 그 포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포상을 통하여 백성들의 가치관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위대한 효는 포상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타인에게 모범으로 내걸 수 있는, 그러니까 타인의 주목을 끌 만한 드라마가 없다. 따라서 효의 상황이 점점 극화되게 마련이다. 일상이 아닌 이변(異變)ㆍ재해(災害)ㆍ우환(憂患), 생사의 기로와 같은 극적상황이 설정되고, 그 극적 상황에 대처하는 효자들의 극적 희생이 그 예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일찍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大道廢, 有仁義; 대도가 폐하여지니깐 인의가 생겨났고
慧智出, 有大僞; 지혜가 생겨나니깐 큰 위선이 생겨났고,
六親不和, 有孝慈. 육친이 불화하니깐 효도와 자비가 생겨났다.

 

 

가슴에 새겨보고 또 새겨볼 만한 명언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효를 포상하면 효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효를 포상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면 효는 위선이 되거나 불순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선왕조는 이러한 철인 노자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인용

목차

원문 / 呂氏春秋』 「孝行/ 五倫行實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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