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종묘를 지키듯 몸을 지켜야 하는 이유
증자가 말하였다: “부모님께서 낳아주신 이 몸, 자식된 자로서 어찌 감히 그 생명을 잃게 할 수 있으랴! 부모님께서 내가 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양육해주신 이 몸, 자식된 자로서 어찌 감히 폐(廢)하리오! 부모님께서 온전한 생명체로서 부여하여 주신 이 몸, 자식된 자로서 어찌 감히 결손케 할 수 있으랴! 그러므로 강을 건널 때도 배를 타고 건널지언정 함부로 헤엄쳐 건너지 아니 하고, 길을 갈 때에도 샛길로 다니지 아니하고 당당히 대로를 걷는다. 내 몸의 지체를 마치 종묘와 같은 성전을 지키는 것처럼 온전하게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효인 것이다.”
曾子曰: “父母生之, 子弗敢殺. 父母置之, 子弗敢廢. 父母全之, 子弗敢闕. 故舟而不游, 道而不徑, 能全支體, 以守宗廟, 可謂孝矣.”
『효경』의 “신체발부(身體髮膚), 수지부모(受之父母), 불감훼상(不敢毁傷)”의 논리를 아주 극대화시켜 아름다운 레토릭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효의 철학(The Philosophy of Xiao)’은 ‘몸의 철학(The Philosophy of Mom)’이라는 것이다. 몸의 온전함이 곧 효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사상은 생명의 고귀함을 가르쳐주는 위대한 철학이다.
그러나 이 ‘불감훼상(不敢毁傷)’의 논리를 체제순응의 정언명령으로 해석하면 인간을 편협한 이데올로기의 질곡으로 빠뜨리는 족쇄일 수도 있다. 내 몸을 종묘(宗廟)와 같은 성전으로 생각하고 지키라는 표현은 참으로 함축적이고 강렬하다. 기독교인들에게는 ‘내 몸’이야말로 교회가 될 것이요, 유대교도들에게는 ‘내 몸’이야말로 예루살렘 성전의 지성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종묘라는 의미에는 자손대대로 이어지는 적통의 의식과 역사의식이 배어있다. 내 몸이야말로 혈통과 역사의 원천이다. 그래서 온전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평생 자기 몸을 종묘처럼 지켜온 증자가 임종을 지켜보는 제자들에게 “이제야 온전한 몸을 지키는 근심에서 벗어나게 되었노라[而今而後, 吾知免夫]”고 말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논어』 「태백」에 실려있다.
‘주이불유 도이불경(舟而不游, 道而不徑)’은 『예기』 「제의」 편에 있는 ‘是故道而不徑, 舟而不游, 不敢以先父母之遺體行殆’라는 표현 속에도 나오고 있다. 「제의」 편에는 이 말이 뒤에 나오는 악정자춘(樂正子春) 고사의 후미에 붙어있다.
인용
'고전 > 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효경한글역주, 제11장 『여씨춘추』 「효행」 편 역주 - 8장. 발을 다치자 근심스런 낯빛이 어린 악정자춘 (0) | 2023.04.01 |
---|---|
효경한글역주, 제11장 『여씨춘추』 「효행」 편 역주 - 7장. 부모를 봉양하는 방법 다섯 가지 (0) | 2023.04.01 |
효경한글역주, 제11장 『여씨춘추』 「효행」 편 역주 - 5장. 선왕이 천하를 다스린 근본 다섯 가지 (0) | 2023.04.01 |
효경한글역주, 제11장 『여씨춘추』 「효행」 편 역주 - 4장. 어떤 죄보다도 큰 죄 (0) | 2023.04.01 |
효경한글역주, 제11장 『여씨춘추』 「효행」 편 역주 - 3장. 부모의 몸을 물려받은 자식이 실천해야할 다섯 가지 (0) | 2023.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