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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자의 회의주의는 합리적 철학의 허구성을 비판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장자는 근본적 회의주의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표면적 평가는, ‘깨어난 후에야 자신의 인식이 꿈이었다는 것을 안다’는 장자의 말에서, 여지없이 부서진다. 장자는 깨어남[覺]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가? 여기서 자기충족적인 언어와 인식의 닫힌 체계로부터, 그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단서와 가능성이 보인다. 물론 장자가 권고하는 깨어난 상태는 맑은 연못[淸淵]과도 같은 마음, ‘나는 나다’는 생각을 제거한 비인칭적인 마음의 상태다.
그렇다면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장자의 회의주의는 하나의 학설로서 주장된 것이 아니라 치료적(therapeutic)인 기능을 수행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장자의 회의주의는 단지 합리적 철학이 주는 허구적인 보편성만을 문제삼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합리적 철학은 삶의 유한성과 문맥성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꿈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열어구(列禦寇)」편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는 이런 장자의 정신을 재미있게 비유하고 있다.
주팽만(朱泙漫)이라는 사람은 지리익(支離益)이라는 사람한테 용을 잡는 방법을 배웠는데, 그 수업료로 천금이 나가는 집을 새 채나 팔았다. 그러나 기술을 습득한 다음에는 그 기술을 쓸 곳이 없었다.
朱泙漫學屠龍於支離益, 單千金之家, 三年技成而無所用其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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