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아는 자와 좋아하는 자와 즐기는 자
6-18.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배움의 길에 있어서 무엇을 안다고 하는 것은 그 무엇을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무엇을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 6-18. 子曰: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
많은 사람들이 이런 구절도 매우 상투적으로 해석하여 유교의 본질을 흐리게 만든다. 공자가 앎의 단계(객관적 지식의 단계), 좋아함의 단계(감정적 호오의 단계), 즐김의 단계(대상과 나가 일치되는 합일의 경지)를 설정해놓고 즐김을 예찬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유교를 빙자하는 자들이, 지식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즐김만 같지 못하니 …’하고 시건방진 훈수를 두는 것이다. 도대체 ‘즐긴다는 것[樂之]’이 무엇이냐? 대상과 나가 혼연일체가 된다는 말도 아주 근사하게 들린다. 그런데 도대체 그게 어떻다는 것이냐?
여기 용렬한 누유(陋儒)들의 주석의 폐해는 ‘같지 못하다’라고 하는 공자의 말의 방편적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문자 그대로 ‘…만 못하다’로만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앎은 좋아함만 못하고, 좋아함은 즐김만 못하다는 가치서열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앎보다 좋아함이 더 높고, 좋아함보다 즐김이 더 높은 것이다. 그래서 왈, “즐겨라! 즐김이 최고의 경지이나니!”
‘A不如B’에서 A는 B를 위하여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배움의 길에 있어서 단계적인 나아감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므로 A는 치열하게 긍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자는 앎을 결코 경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야말로 앎이라고 하는 그의 언사(2-17) 속에는 앎에 대한 치열한 성찰이 깃들어 있다. 호학은 삶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요, 앎이란 정확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치열하게 아는 자만이 그 대상을 좋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치열하게 좋아할 수 있는 자만이 그 대상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앎[知]과 좋아함[好]과 즐김[樂]은 가치관의 서열이 아니라, 오직 치열한 앎이 지향해야 할 상향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결국 앎과 좋아함과 즐김은 일체(一體)인 것이다.
본 장의 해석이 이러한 공자의 진의를 파악치 못하고 안빈낙도 한답시고 무위도식하면서 술렁술렁 막걸리나 퍼먹고 동네 마실이나 다니는 자들의 소일담이 되고 말았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호(好)’는 거성이다. ‘樂’은 ‘락(洛)’이라 발음한다. ○ 윤언명이 말하였다: “‘지지자(知之者)’는 이 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호지자(好之者)’는 좋아는 하지만 아직 얻지 못한 것이다. ‘낙지자(樂之者)’는 얻음이 있고 그 얻은 것을 즐기는 것이다.”
好, 去聲. 樂, 音洛. ○ 尹氏曰: “知之者, 知有此道也. 好之者, 好而未得也. 樂之者, 有所得而樂之也.”
○ 장경부(張敬夫, 1133~1180)가 말하였다: “오곡에 비유하여 한번 생각해보자. 안다는 것은[知者] 그 오곡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분별하여 아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것은[好者] 그것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즐긴다는 것은[樂者] 그것을 좋아하여 배부름을 즐기는 것이다. 알기만 하고 좋아하지 않으면 그것은 앎이 불철저한 것이다. 좋아하기만 하고 즐김에 미치지 못하면 그것은 좋아함이 불철저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고래로부터 학자들이 자강(自彊)하여 쉼이 없이 노력해야만 했던 까닭이다.”
○ 張敬夫曰: “譬之五穀, 知者知其可食者也, 好者食而嗜之者也, 樂者嗜之而飽者也. 知而不能好, 則是知之未至也; 好之而未及於樂, 則是好之未至也. 此古之學者, 所以自强而不息者歟?”
장경부의 말에 오곡에 비유하여 말하면 ‘낙지(樂之)’라는 것이 먹고 배부름을 즐기는 것이라든가, 보다 직역하면 ‘먹고 배가 부른 것이다[嗜之而飽者]’라고 했는데 참으로 퇴폐적인 주석이다. 송유들의 관념성과 계급성을 여실하게 폭로하는 조잡한 사유의 반영이다. ‘낙지(樂之)’는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 음식에 비유하자면 미식가로서 그 음식을 만든 사람들의 심미적 작품성을 충분히 흠상하고 그 노고에 동참하는 경지에나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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