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뜬구름 같은 옳지 않은 부귀(富貴)
7-1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거친 밥 먹고 물 마시며, 팔을 굽혀 베개 삼더라도, 나의 삶의 즐거움은 이 속에 있노라. 의롭지 못하게 부(富)를 얻고 높은 지위를 얻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일 뿐.” 7-15. 子曰: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
‘疏食’는 우리말로도 두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소식’이라고 읽으면 채식을 의미하며 주로 반찬에 관계된다(공안국 설: 蔬食, 菜食也). ‘소사’로 읽으면 이때의 ‘사’는 밥을 의미하며 ‘거친 밥’이 된다(신주). 우리나라 사람들 감각으로는 꽁보리밥이 될 것이고, 중국사람들 감각으로는 수수밥이 될 것이다. 둘 다 최소한의 소략한 식사를 의미한다는 데는 대차가 없다.
마지막 ‘여부운(如浮雲, 뜬구름 같다)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1)
『집해(集解)』에 인용된 정현 주는 다음과 같다.
부귀를 의로움으로써 얻지 않았으니, 그것이 나에게 뜬 구름과 같다는 것은, 하늘에 떠있어 내가 소유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富貴而不以義者, 於我如浮雲, 非己之有也.
이에 황간은 다음과 같이 소를 달았다.
부와 귀리는 것은 사람이 모두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도로써 얻지 않으면 거기에 처하지 않는 법이다. 불의하고 부귀한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하늘의 뜬구름과 같다. 그 까닭인즉슨 뜬구름이란 하늘에 제멋대로 떠있는 것이라서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불의한 부귀는 또한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富與貴, 是人之所欲. 不以其道得之, 不處也. 不義而富貴, 於我如天之浮雲也. 所以然者, 言浮雲自在天, 與我何相關. 如不義之富貴, 與我亦不相關也.
결국 첫 번째 뜻은 불의한 부귀는 나와 상관없다라는 것이다.
2)
황소는 또 하나의 해석을 가한다.
뜬구름이란 순식간에 모였다간 홀연히 흩어지고 항상성이 도무지 없다. 불의의 부귀란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부운과 같아 순식간이다.
又浮雲儵聚欻散, 不可爲常. 如不義富貴, 聚散俄頃如浮雲也.
두 번째 뜻은 덧없다는 것이다.
3)
새로 발견된 정현 주는 뜬구름은 하늘에 떠있을 뿐 만물을 윤택케 함이 없다는 뜻으로 풀었다[浮雲無潤澤於萬物].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이 부귀를 바라고 도를 행하여 명예를 얻고자 하는데 그것을 도로써 얻지 않는다면 결국 내 몸에 손해만 끼칠 뿐이다. 그러므로 거기에 거하지 않는 것이다. 『예기』에 말한다: “덕은 나의 몸을 윤택케 하고, 부는 나의 집을 윤택케 한다.”
人之所欲富貴道行以爲名譽, 不以其道得之, 於我身有損, 故不居.『禮記』曰: “德潤身, 富潤屋也.”
그러니까 하늘에 떠있기만 하고 비를 안 내리니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당사본 정현 주는 『집해』에 인용된 정현 주와는 약간 다르다. 하안(何晏)이 정현 주를 인용하는 방식을 추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상당히 압축하여 변형 시켰다.
4)
신주는 ‘뜬구름’을 있으나마나 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내 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풀고 있다.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 |
주희 | 정현 |
如浮雲之無有, 漠然無所動於其中也 | 於我如浮雲, 非己之有 |
있으나마나한 것으로 내면에 어떤 영향도 끼치질 못한다. | 불의한 부귀는 나와 무관하다. |
황소 | 정현 |
如不義富貴, 聚散俄頃如浮雲也. | 於我身有損, 故不居. |
불의한 부귀는 순식간에 사라지기에 덧없다. | 나의 몸에 손해가 되기에 가지려 해선 안 된다. |
‘飯’은 부만(符晩) 반이다. ‘食’는 사(嗣)라고 발음한다. ‘침(枕)’은 거성이다. ‘樂’은 락(洛)이라고 발음한다. ○ ‘반(飯)’이라는 것은 먹는다는 뜻이다. ‘소사(疏食)’는 거친 밥이다. 성인의 마음은 혼연(渾然: 무분별의 경지)히 천리(天理)로 가득차 있어 극히 곤궁한 처지에 있더라도 낙(樂)이 없을 때가 없다. 불의한 부귀(富貴)를 바라보기를 있으나마나 한 뜬구름을 바라보는 것 같이 하니, 분별심이 없어 내면에서 욕심이 동 할 건덕지가 없는 것이다.
飯, 符晩反. 食, 音嗣. 枕, 去聲. 樂, 音洛. ○ 飯, 食之也. 疏食, 麤飯也. 聖人之心, 渾然天理, 雖處困極, 而樂亦無不在焉. 其視不義之富貴, 如浮雲之無有, 漠然無所動於其中也.
○ 정이천이 말하였다: “소사(疏食)ㆍ음수(飮水)가 꼭 즐겁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사ㆍ음수의 상황이라도 그 삶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불의한 부귀를 경박하게 바라보기를 뜬구름 바라보듯 하셨다.”
○ 程子曰: “非樂疏食飮水也, 雖疏食飮水, 不能改其樂也. 不義之富貴, 視之輕如浮雲然.”
정자(이정二程 구분 안됨)가 말하였다: “참으로 즐기신 일이 무엇이었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又曰: “須知所樂者何事.”
공자 말년의 달관된 경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반소사음수(飯疏食飮水)하고 곡굉이침지(曲肱而枕之)하면서 그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삶, 부족함이 없는데도 공연히 스트레스 받고 사는 많은 현대인들이 추구해야 할 이상경이 아닐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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