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송반야경』의 산스크리트어 원전
‘8천송(八千頌)’이라는 것은 분량을 말하는 것인데 대부분 옛날 인도경전이 노래로서 암송되었기 때문에 ‘송(gāthā, 偈陀, 伽陀)이라 하는 것이고, 이 노래는 여러 형식이 있지만 불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슐로카(śloka)라는 것입니다. 슐로카는 1구가 8음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이 2구 연결된 것이 또다시 2행을 이루어 하나의 그룹(스탄자stanza 같은 것)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8음절 4구 32음절(8×4=32)의 산스크리트 시형(詩形)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32음절의 슐로카가 8천 개가 모인 반야를 설하는 노래가 바로 『8천송반야경』이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8천송반야경』은 25만 6천 개의 음절로 이루어진 경전입니다. 우리가 보통 『반야심경(般若心經)』이라고 하는 것이 몇 슐로카인 줄 아세요? 14개의 슐로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8천송에 비하면 엄청 짧지요(우리가 보통 『반야심경(般若心經)』이라고 하는 것은 현장역의 소품이다. 대품은 25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사실 『8천송』도 짧은 거예요. 그것은 세월이 지나면서 『1만8천송』, 『2만5천송』, 『10만송』으로 확대되어 나갑니다. 그런데 이 경전들을 대조해보면 반복의 묘미가 너무 심해서 실제로 내용이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워요. 인도사람들의 구라의 특징이 ‘반복’이거든요. 반복하면서 조금씩 그 ‘맛’을 확대해나가는 거지요. 실제로 ‘논리’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죠.
현재 최초의 반야경전이라고 하는 『8천송반야경』의 산스크리트어 원전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산스크리트 원전이 최초의 반야경전의 원래 모습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산스크리트 원전’이라 하는 것들이 대부분 후대에 성립한 사본들이고 원전 그 자체가 역사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사본들이기 때문입니다. 불경의 세계에서는 ‘오리지날(original)’이라는 것은 찾기가 매우 힘듭니다. 그만큼 문헌에 대한 생각이 느슨하다, 여유롭다고 말해야겠지요.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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