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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조셉 캠벨[너를 찾으러 가는 길 끝에서 ‘나’를 발견하다] - 11. ‘너’를 찾으러 떠난 길 끝에서, ‘나’를 만나다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조셉 캠벨[너를 찾으러 가는 길 끝에서 ‘나’를 발견하다] - 11. ‘너’를 찾으러 떠난 길 끝에서, ‘나’를 만나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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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를 찾으러 떠난 길 끝에서, ‘를 만나다

 

 

한편, 센은 수퍼베이비와 가오나시를 대동하고 제니바가 살고 있는 낡은 오두막집에 무사히 도착한다.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던 수퍼베이비는 어느새 센의 도움도 거부하고 뒤뚱뒤뚱 혼자 걸으며 제니바의 집을 향해 행진한다. 다행히도 제니바는 센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뚱보 생쥐가 된 수퍼 베이비는 처음으로 구경하는 바깥세상이 재미있는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제니바의 물레질을 도우며 혼자 신났다. 근심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센은 제니바에게 용서를 빈다. “하쿠가 훔친 걸 돌려 드리려고 왔어요. 하쿠를 대신해서 사과 할게요.” 제니바는 저주가 걸린 도장을 지니고도 아무렇지 않은 센이 신기하다. “이거 갖고도 아무렇지 않았어? ? 주문이 사라졌잖아!” “도장에 있던 이상한 벌레를 모르고 밟아버렸어요.” “그건 동생이 하쿠를 조종하기 위해 용의 뱃속에 몰래 넣은 벌레야. 잘했어.”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미션을 수행해낸 센은 얼굴 없는 요괴 가오나시와 생쥐가 된 수퍼베이비도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제니바는 웃으며 말한다. “저런, 마법은 벌써 풀려버렸단다.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 생쥐-아기는 엄마 유바바에게 돌아갈 생각은 꿈에도 없다는 듯 신나게 물레질만 하다가 야금야금 과자를 씹어 먹는다.

 

 

 

 

유바바는 제니바를 싫어하지만 제니바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린 합쳐야 제 몫을 내는데 안 맞아서 문제야. 고약한 성질 알잖아! 쌍둥이 마녀라는 운명부터가 문제지만!” 그리고 하쿠와 센을 돕고는 싶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돕고 싶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이 세계의 규칙이니까. 네 부모와 남자 친구인 용도 네 스스로 보살펴.” 센도 스스로 보살피고 싶지만 도대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절박하게 묻는다. “힌트라도 줄 순 없나요? 하쿠랑 전 오래전에 만난 듯해요.” 제니바는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그렇다면 얘기가 빨라지지. 일어나지 않은 일은 잊혀질 수도 없는 법. 생각이 안 날 뿐이지.” 센은 결국 자신의 마음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 해답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제니바는 가오나시와 생쥐, 센과 함께 열심히 물레질을 하여 무언가를 만든다. “너희들이 도와줄 테냐? 조금만 더 힘내. 그래, 넌 정말 잘하는구나.” 제니바는 흔히 생각하는 마법사와 달리 자신의 노동만으로 삶을 꾸려가는 듯하다. “마법으로 만든 건 다 소용없어.” 아무리 대단한 마법이라도 마법이 풀리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공들여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너무 늦었으니 자고 가라는 제니바의 말에, 센은 한 시도 쉴 수 없다는 듯이 말한다. “전 돌아가야 돼요. 안 그럼 하쿠가 죽어요. 아빠, 엄마도 잡아먹힐 거구요.” 제니바는 생쥐와 가오나시의 도움으로 함께 만든 머리띠를 주며 말한다. “부적! 네 친구들이 뽑은 실이야.” 센이 떠나려는 순간,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다시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온 하쿠. “하쿠! 하쿠! 천만다행이야. 상처는 이제 괜찮아? 정말 다행이야.” 제니바는 하쿠를 용서해주며 센을 부탁한다. “네가 한 짓은 이제 탓하지 않으마. 그 대신 센을 잘 지켜라.” 센은 예기치 않은 모험의 세계에 빠져 고초를 겪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멋진 마녀 제니바의 사랑 또한 그 아름다운 우연 중 하나다. 제니바는 갈 곳 잃은 가오나시를 곁에 두기로 한다. “넌 남아서 내 일을 거들어 다오.” 어느새 유순해진 가오나시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할머니! 고마워요, 갈게요. 제 본명은 치히로예요.” “치히로, 좋은 이름이야. 네 이름을 소중히 해야 한다.”

 

 

 

 

아무리 대단한 마녀도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 운명의 여신 모이라(Moira) 앞에서는 제우스도 어쩔 수 없었듯이. 센은 깨닫는다. 내 스스로 나의 운명을 기억해내야 한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임무는 오직 혼자서 해내야 한다는 것을. 제니바는 운명의 봉인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주지는 않지만, 그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준다. 그곳이 바로 센의 마음속이다. 그 마음의 후미진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어 운명의 봉인을 푸는 열쇠를 찾아내야 하는 사람은 센 자신이다. 아무도 그 임무를 대신해줄 수 없다. 영웅의 마지막 미션은 가장 어려운 만남, 즉 자기 자신과의 투명한 만남이다. 그리고 센과 하쿠는 예감한다. 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곧 나를 찾는 길이었음을. 너를 구하러 떠난 여행이 곧 나를 구원하는 길이었음을. 너 없이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외따로 동떨어진 로서가 아니라 로서 이해될 때, 비로소 우리를 옭아맨 운명의 상처와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을.

 

 

융은 이른바 미확인비행물체UFO에 관한 현대의 신화가 무너가 인류의 환상적 기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썼다. 사람들은 외부 세계로부터 방문자가 와주기를 고대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의 구원이 그로부터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 시대의 개막은 우리에게 외계(외부우주)로의 여행이 우리를 다시 내부 우주로 전환시킨다는 사실을 되새겨주었다. 하나님의 나라(천국)는 우리 안에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신들이 저 바깥에서 활동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나라(천국)는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스스로의 마음에 불러낸다. 아버지의 나라(천국)는 여기 있다. 우리는 세계를 바라보고 그 광휘를 목도한다.

-조셉 캠벨, 박중서 역, 신화와 인생, 갈라파고스, 2009, 24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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